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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우린 한옥 스타일~ ③ 태양 에너지를 찾아라!


‘풍수지리사상’에 관하여 다시 한번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옥이 배산 임수형을 원칙으로 하고, 원활한 통풍을 도왔다는 사실은 '우린 한옥스타일~ ② 바람 에너지를 찾아라!'에서 잘 설명했었죠? 하지만 배산임수의 장점이 바람 에너지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양호한 일조 조건을 제공하는 데에 있어 집과 산의 위치가 딱! 절묘한 위치에 들어서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유스로거가 전하는 우린 한옥 스타일~ 그 마지막을 장식할 에너지는 바로 태양 에너지입니다.

 



'창은 모두 남쪽으로'


조선시대 농경서 <금화경독기(金華耕讀記)>에는 '사는 집의 방실은 반드시 남향하여 양기를 받아야 한다. 집이 남향하거나 서향, 동향하거나를 막론하고 이는 사람이 사는 것에 직결되는 사항이므로 방의 창은 모두 남쪽으로 열어야 한다.’라고 기록되었습니다. 남향은 꼭 지켜야 할 원칙이었죠.


하지만 정남향보다는 동, 서로 약간 기울어지게 하여 가장 많은 햇빛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자연채광 때문입니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실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남향은 비단 온도 조절에만 유익한 방법이 아닙니다. 호롱불 하나 켜기도 엄두가 나지 않던 시절, 실내로 햇빛을 오래 받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태양은 바람과 함께 한옥의 존재의미와 구성 원리를 결정하는 첫 번째 조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집 배치와 지붕의 형상, 방향과 창의 위치, 누마루와 기단 등 한옥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은 햇빛과 바람을 집의 구성요소로 끌어들이기 위한 치밀한 전략이었습니다. 한옥은 수평적으로나 수직적으로 꺾임과 변화가 많습니다. 덕분에 햇빛은 다양한 각도에서 간접 반사하고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수평적인 채 꺾임과 수직적인 기단, 댓돌, 마루 그리고 문지방도 각각 다른 위치에서 반사율을 다양하게 만들어준답니다. 


처마가 직사광선을 막아도 반사광으로 실내를 깊고 은은하게, 밝고 온화하게 만드는 것은 지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체로 날씨가 흐린 서양과는 정 반대죠. 




처마의 깊이, 온기를 가두다

 

‘해가 중천에 떠 있다’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낮 12시, 가장 높게 뜬 태양 높이를 남중고도라 부르는데요. 실제로 태양은 여름철에 높이 뜬답니다.

 


특히 여름철 열 번째 절기인 하지(夏至)날 서울의 정오 태양 높이는 약 70도라고 합니다. 지평선과 기둥의 각도가 90도라면 70도는 상당히 가파른 각도입니다. 하지만 겨울철 동짓날 정오의 남중고도는 약 35도로 낮습니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이유죠. 각도 변화로 인한 실내 온도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 선조들은 처마의 깊이를 통해 그늘을 만들고 온도를 조절했습니다.


여름에 태양이 높이 떴을 때 처마는 차양이 되어 뙤약볕을 가립니다. 실내에 항상 그늘이 지는 것이죠. 실외는 뜨겁고 실내는 비교적 차가우니 대류 현상으로 바람도 생깁니다. 반대로 겨울철 태양의 고도가 낮을 때는 빛을 실내 깊은 속까지 받아들입니다.

 


특히 남향 창은 더 신중하게 계산해 깊은 처마를 두었습니다. 혹한의 겨울, 실내에서 발생한 따뜻한 공기가 찬바람에 밀려 나가다가도 깊은 처마에 걸려서 그 속에 머물도록 한 것입니다. 게다가 서까래가 숙여 앞을 가로막으면 더운 공기가 더 오래 머무릅니다. 


요즘에는 처마를 찾아 보기 힘듭니다. 한여름 뙤약볕은 집안에 가득 차니, 무척이나 덥지요. 에어컨, 선풍기 등의 인위적인 노력으로 냉방을 해야 견딜 만합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 대면 막대한 낭비겠죠? 만약 아직까지 처마가 있었다면, 태양열을 조절해 냉방비도 절약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부동산을 지날 때, '남향'이라 쓴 문구를 많이 보셨죠? 동향이나 서향은 밤낮의 채광 차이가 큽니다. 북향은 여름에 아침, 저녁에만 잠시 햇빛이 들어와 어두워서 채광 효과가 남향의 절반 정도라고 합니다. 남향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그래서 남향 창문은 크기가 클수록 좋습니다. 또 좌우로 긴 창보다는 상하로 긴 창, 벽 중앙에 있는 창이 채광에 좋습니다. 정확히 한옥의 남향 창문이 그렇듯 말이죠.

 

남향 창문은 채광에도 제격입니다. 한옥의 빛 조절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채광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창을 닫았을 때도 간접채광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앞마당 백토와 기단의 반사, 창호지 창살구조에서 부드럽게 확산하는 빛은 은은하기만 합니다. 유리창을 투과한 빛과 달리 눈부심도 적지요. 각 지역의 일조량 차이에 따라 창호지 두께와 창살 간격을 다르게 만든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입니다. 선조들은 창을 온도조절에만 이용하지 않았던 것이죠. 일조량 조절에도 탁월한 효과를 내도록 설계했답니다. 



집은 가장 가까운 생활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집이란 그저 쉬는 곳이라 생각했었지만, 한옥을 조사하며 집의 여러가지 사실과 구조가 모두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살아 숨쉬는 곳이라는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과 과거의 생활이 많이 달라져서 한옥이 지루하게 멀게만 느껴지지만, 자세히 살피면 너무 아름답고 과학적입니다. 만약 현대적인 냉난방 구조가 한옥에 자연스럽게 조화할 역사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고 상상하게 됩니다. 


언젠가 한옥과 양옥의 장점만 쏙 닮은 새로운 집이 나오기를 바란다면 무리일까요? 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한 온돌 난방과 풍향, 채광으로 자연 에너지를 잘 다스리는 그런 집 말이죠.


지금까지 유스로거와 함께 우린 한옥 스타일~ 이라는 제목으로 한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에너지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먼 옛날부터 선조들이 얼마나 에너지를 귀하게 여겼는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귀감이 되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럼 다음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한옥으로 다시 읽는 집 이야기 (최성호 저, 전원주택 2004)

우리 한옥 (신영훈 저, 현암사 2000)

세계 정원과 문화의 이해 (김용기 저, 대가 2006)

취재: 남산한옥마을(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