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너지 인사이드

영화 ‘인터스텔라’ 속 식량 에너지 문제 심층 분석!

인터스텔라


 

요즘 직장인들은 두 부류로 나눈다고 합니다. ‘인터스텔라’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영화의 흥행 질주가 가속화되면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800만 관객을 돌파했는데요, 지금도 영화 예매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당분간은 영화의 뜨거운 열기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에너지 고갈로 생겨난 식량 위기로 인해 인류 멸망을 목전에 둔 미래 사회에서 가족과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우주로 뛰어든 주인공들의 이야기인데요, 광활한 우주에 던져진 인간의 두려움과 외로움까지도 담아내면서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끄는 영화입니다.

 

‘인터스텔라’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경이롭고 숨막히는 5차원의 공간에서 과학적 상상 그 이상을 실현시켜 보여주었고, 그 사이에 가족과 사랑의 가치를 녹여냄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웜홀’이라는 과학적 가설과 물리학 ‘상대성 이론’을 내세우는 승부수를 띄우고 비교적 충실하게 시각화해 현재와 미래 사회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인터스텔라

 


영화의 인기만큼이나 화두로 떠오른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에서 보여주는 에너지 고갈 문제입니다. 영화에서 극심한 환경파괴로 식량부족 상태가 된 지구는 농업사회로 회귀했고, 마지막 식량 자원인 옥수수까지 재배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었죠. 

 

언제든지 필요한 식량을 구할 수 있는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인터스텔라’ 속 식량 문제가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정말 우리의 식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1. 식량 부족,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끝나지 않은 기아 현상

 

식량 부족 문제로 인해 기아와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호해야 한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의 2010년 통계조사에 따르면, 매년 만성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 수는 전 세계적으로 9억 2500만 명으로 추산하는데요, 이는 세계인구 7명 중 한 명은 충분한 식량을 얻지 못해 매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기아로 죽는 사람은 매일 약 2만 5천명에 이르는데, 에이즈, 말라리아,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라고 합니다.


 

인터스텔라

 


나라 별 만성 기아 인구는 아시아와 태평양에서 5억 7800만 명,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2억 3900만명, 선진국에서도 1900만명이나 되는데요, 이러한 식량부족 문제는 영양실조로 인한 사망에 이르게 하여 결국 국가의 경제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 불안한 세계 식량 공급 문제



언제나 넉넉할 줄만 알았던 세계 식량사정이 점차 줄어들면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그 원인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량 부족, 동물성 식품 증가 등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땅은 많은데, 왜 생산량이 부족할까? 


2050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세계인구가 90억명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전 세계 인구의 생존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약 70%의 농산물을 추가 생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농업 생산에 절대적 요소인 기상조건이 이상 기후를 보이면서 미국, 호주 등 대규모 영농을 하는 국가에서 가뭄과 홍수가 빈번히 일어났고, 이는 주요 곡물 생산량이 부족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2010년 이후 기후변화에 따른 곡물수확 감소

 


또한, 많은 농경지가 반복되는 토양침식으로 인해 황무지로 변해가고, 중국 북부지방 등에서는 지하수 층이 고갈되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급속한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지속적인 농업생산이 어려워졌고요, 도시화 등으로 사라지는 농경지는 농업 생산 감소의 또 다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육류식품을 먹는데, 왜 곡물 가격이 상승할까?  


경제 성장에 따라 소득이 증가하면 사람들의 식품소비패턴은 점점 고급화, 다양화되는데요, 더 많은 육류식품을 소비하면 사료곡물의 수요를 증가시키게 됩니다. 

1kg의 소고기를 생산하려면 6~8kg의 곡물을 가축에게 먹여야 하는데, 운동과 배설하는 데 써버리는 영양을 제외하면 소가 100g의 단백질을 섭취하고 고기로 축적하는 단백질은 5g이 채 안 되는데요, 우리가 소고기 1인분으로 식사를 한다면 20인분의 식량을 한 번에 먹는 셈입니다.



인터스텔라



최근 인구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위치에 있는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의 국가들이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면서 이들의 동물성 식품의 소비가 늘어난 것도 세계 곡물수요 증가를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콩과 옥수수의 세계 최대 수입국으로, 연간 5백만 톤의 옥수수와 5천만톤의 콩을 수입하고 있고, 러시아의 옥수수 소비량 증가율은 평균 3.4%의 4배에 가까운 무려 11.2%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앞으로 국제적 식량 확보 경쟁은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큽니다.


곡물은 주식으로는 물론이고, 가공식품, 배합사료 등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주요 곡물 가격의 상승은 거의 모든 식품 가격의 상승을 압박하고, 이로 인해 사람들의 기본적인 식생활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 곡물 가격의 상승은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에서 경제 전반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을 ‘애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인터스텔라



애그플레이션은 식량 위기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식량 생산 증가세의 둔화로 식량이 부족해지고, 이에 따른 식량 가격의 상승으로 안정적인 식량 수급에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 불안과 갈등이 심화되면서 폭동이나 전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식량 위기로 인한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시위와 폭동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2007년 들어 급등하기 시작한 국제곡물 가격이 이듬해에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수준까지 폭등하면서 위기감이 확산되자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 것입니다.



인터스텔라

▲1톤당 국제 가격



아이티에서는 식량 값이 폭등하자 일주일째 시위가 이어져 6명이 사망하고, 총리 사임까지 이어졌고요, 파키스탄에서는 3개월 사이에 밀가루 가격이 3배가 뛰어 돈이 있어도 빵을 쉽게 구할 수 없게 됐고, 정부에서 운영하는 생필품 가게 앞에서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매일 난투극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한 때 식량수출국이었던 파키스탄은 인구의 반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며 식량배급제를 실시했고요, 그 외에도 멕시코의 ‘또르띠아 폭동’, 인도네시아에서의 ‘식품공장 노동자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등 세계 식량 파동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미래 식량고갈 위기에 대한 대비책



식량 위기는 인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그 어떤 재해만큼이나 파괴력이 강하는 의미에서 ‘식량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미래 식량 고갈 위기를 대비해 국제적인 협력과 현명한 대처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하는데요,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의 이사장이자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인 이철호 교수를 만나 여쭤봤습니다!



이철호 교수


 

유지우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준 식량 고갈 문제, 식량 문제를 연구하는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셨나요?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대규모로 옥수수를 재배하는 장면이 나오죠. 기후 변화로 인해 밀, 오크라, 옥수수까지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되는데, 영화에서는 또 다른 문제를 보여주고 있어요. 바로 유전자의 단일화입니다. 19세기 이전에는 각 나라마다 밀, 옥수수, 쌀의 다양한 종자들이 있었는데, 식량 교역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세계 식량이 거의 같아졌어요. 상업적으로 개발하다 보니 높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병충해에 강하고, 마른 땅에서도 살아남는 종자만 키우게 되는 거죠. 현재 세계적으로 70%의 콩, 30%의 옥수수는 한가지 종자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취약한 점에 노출되는 순간 위험해지는 종자 단일화


종자 단일화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종자가 한가지 취약한 점에 노출되면 전 세계의 품종이 다 죽게 된다는 겁니다. 습한 곳에서 잘 자라는 종자만 키운다면 가뭄이 왔을 때 모든 식량이 없어지겠죠.

실제로 1947년 아일랜드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남미에서 도입한 감자가 다수확 신품종으로 크게 유행해 모든 농가에서 이 감자를 심기 시작했는데요, 몇 년 후 잎마름병이 돌자 이 병에 약한 아일랜드 감자가 전멸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100만명 이상이 굶어 죽고, 300만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되는 사태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우리의 전통 유전자원 확보로 대비책 마련


유전자원을 축소시키고, 다수확 할 수 있는 좋은 품종을 전 세계가 하나로 재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우리 땅에서 전통적으로 자라는 작물, 다양한 유전자원을 보유하면서, 우리 종자를 우리식대로 키울 수 있는 재래적인 농업방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터스텔라



유지우

그렇다면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종자는 무엇인가요?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앞으로의 기후 환경을 예측해 종자를 개발해야 합니다. 우선 캐나다와 러시아에서 너무 추운 날씨 탓에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땅이 많아요. 유전자 조작으로 이 지역에서 자랄 수 있는, 추위에 강한 밀 종자를 개발하면 다른 지역의 부족함을 채워줄 만큼의 밀 생산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북극의 얼음이 높아 해수면이 높아지면 바닷물의 염분 때문에 재배 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데, 이럴 때 염분을 견딜 수 있는 종자가 필요합니다.


기후 환경을 예측하고 적응할 수 있는 종자 개발


유전자의 다양성이 줄어들어서 질병이나 해충의 피해를 받는 것이 위험한 만큼 생명 공학 기법으로 기후에 적응하는 종자를 개발하는 것이 글로벌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유지우

앞으로 식량 고갈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는 식량이 귀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쌀 한 톨만 흘려도 부모님에게 혼났어요. 농민이 얼마나 어렵게 농사 지은 쌀인지, 밥상 머리에서 교육을 받았죠. 식량을 공급해주는 사람들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식량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


지금 우리가 버리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면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을 15% 올릴 수 있습니다. 농업 생산으로 식량자급률을 1% 올리는데 드는 비용은 약 1조원으로 추산되는데, 온 국민이 합심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반으로 줄이면 연간 15조원의 생산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철호 교수가 추천한 ‘영화와 함께 보면 좋은 책’



식량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인데요, 종자 개발과 국제 협력 등 전문가들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식량 낭비를 줄이는 일에 동참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한다면 “우린 답을 찾을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영화 ‘인터스텔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