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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자연이라는 캔버스 속에서 행복이라는 보물을 찾다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이 너무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순간, 가볍게 셔터를 눌러본다면, 과연 어떤 사진이 남게 될까요? 그리고 먼 훗 날 사진 속 장면이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것은 당시 느꼈던 기분 그대로일까요?

 

이명호 작가의 작품 속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사진 촬영을 하던 순간의 추억, 나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은 드러나지는 않지만 작품을 통해 색다른 이야기를 선사합니다. 

 

 

동숭동에 위치한 대안미술공간 ‘정미소’에서는 지난 6월 7일부터 7월 8일까지 이명호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됐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되는 사뭇 다른 분위기는 우리에게 익숙했던 전시장의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꼬마 전구의 불빛만으로 이뤄진 전시장 내부는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는데요. 이 모든 것들은 이명호 작가의 아이디어라고 하는군요.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보다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명을 최대한 낮춰 꼬마전구의 불빛에 의존하여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작품도 가장 작은 사이즈로 제작하여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집중력 있게 작품을 감상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의 전시장은 작은 소품 하나의 위치까지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작품과 같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 사이사이에 있는 소품들은 보는 이들을 위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동숭동에서 진행된 그의 전시에는 정작 그의 대표작인 ‘나무’와 ‘바다’는 없었습니다. 오직 그 준비 과정만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수 많은 이야기, 그 이야기들을 풀어내보고 싶었습니다. 결과물만 보여주는 그런 전시회보다는 이런 전시회가 작가로서 꼭 하고 싶었던 전시입니다. 지금까지의 전시는 주로 동적인 스토리를 정적인 하나의 사진 속에 담아 보여주었다면, 이번에는 그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의 전시장에서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는 영상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었습니다. 짧게는 15분, 길게는 1시간 반씩 돌아가고 있는 영상은 한 곳에 서서 영상이 한 번 다 돌아가기까지 인내를 갖고 지켜봐야지만 하나의 작품을 온전히 감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제 뒤로 돌아가고 있는 영상은 제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들을 담은 영상입니다. 작품에 녹아져 있는 스토리 그 자체를 한 번쯤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래서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영상이 나오는 스크린을 잘 보시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캔버스라는 사실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이 곳에 설치되어 있는 모든 것들이 제가 전시장을 찾아온 분들을 위해 준비한 작품입니다.

 

세상엔 수 많은 것들이 존재하고 이는 저마다 의미가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은 없죠.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와 저 화단에 있는 잡초 하나까지도 모두 이유가 있어 존재하는 것이고, 전 그 존재의 가치를 찾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우리가 사진을 촬영할 때에는 포커스가 되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나름입니다. 이명호 작가의 연작인 ‘나무’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나무’ 연작을 보면 넓은 벌판 속에 한 그루의 나무가 커다란 캔버스 앞에 서 있습니다. 캔버스가 없을 땐 단지 자연이었던 나무가, 캔버스 하나로 주인공으로 태어나 멋진 작품이 된 것이죠.

 

처음 제 작품을 접하는 분들은 캔버스 위에 그려진 듯한 나무의 모습만 봅니다. 오로지 나무만이 주인공이 되는 셈이죠. 그러나 실제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주인공이 된 나무’라는 결과물이 아닌 이 결과물이 탄생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입니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거든요. 모든 과정이 지나가면 남는 것은 단 한 장의 사진이라는 결과물뿐이지만 전 보는 사람들이 그 속에 있는 수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보기를 바랍니다.

 

이명호 작가의 작품 속에는 자연이 들어있습니다. 자연 속에 캔버스를 대고 나무를 주인공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 그 자체가 캔버스가 되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가치들을 표현해줬습니다.

 

제 작품 속 캔버스 앞에 나무만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의 주인공이 나무 하나인 것이 아닙니다. 캔버스 뒤에서 캔버스를 지탱하기 위해 애쓰는 스태프들을 비롯해, 하늘, 땅, 바람 등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작품 속에서 제가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들이자 주인공입니다.

 

나무를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도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쏙 든 나무를 찾아도 가장 적합한 한 컷을 캐치하기 위해 4계절 내내 한 나무만 촬영하기도 했다는데요.

 

지나가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발견하면, 수시로 찾아가 4계절을 지켜봅니다. 주관적으로 저만 보기 좋은 순간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가장 알맞은 순간을 남기기 위한 과정인 셈이죠. 그래서 제 작품은 완성하기까지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촬영 결정이 나면, 나무 뒤에 둘 캔버스는 물론 촬영을 도울 스태프와 기중기 등 중장비 대여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다시 돌아가 봤을 때 예전의 그 느낌이 아니어서 촬영을 진행하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1년에 단 한 작품이라도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온다면, 그것으로 전 만족합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이뤄낸 ‘작품’은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들을 전달합니다. 이처럼 이명호 작가, 그에게 작품과 예술은 풀어헤쳐놓은 이야기보따리라기 보다는 꽁꽁 숨겨놔 찾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보물찾기입니다.

 

우리의 삶은 행복이라는 보물을 찾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물의 존재를 크고 화려한 것이라고 생각할수록 지나치는 작고 소박한 보물들은 보물로 보이지 않는 법이죠. 그러나 소소한 보물을 찾으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이 결국 살아가면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요?

 

이명호 작가의 작품을 보노라면 아주 어린 시절, 소풍가면 빠지지 않았던 보물찾기, 연필 한 자루라고 해도 내가 찾았다는 기쁨에 미소 지었던 그때가 떠오르는데요.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보물찾기를 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 보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주변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가장 가까운 곳에 당신의 삶에 휴식과 안정이라는 쉼표를 찍어줄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