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눔과 함께 따뜻한 감성을 나눠요, 미리내 운동
점점 날씨가 추워지면서 따뜻한 차 한 잔이 간절해지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내가 마실 커피를 주문하면서 추가로 한 잔, 또는 몇 잔을 더 주문해서 카페에 맡겨두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 따듯한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요. 이러한 커피 기부 운동을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이라고 하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suspended’라는 단어는 ‘보류된, 연기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요.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이란 미리 값을 치른 커피를 다른 사람이 와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나눔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운동은 100여 년 전 이탈리아 나폴리 남부지방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요. 처음에는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점점 더 커져 결국 새로운 나눔 문화로 정착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과 비슷한 ‘미리내 운동’이 있다고 합니다.
미리내 가게 안암 1호점 ‘빈 트리 200 25’
미리내 운동은 2013년 5월에 처음 시작된 나눔 실천 운동입니다. 재화에 대한 비용을 미리 내면 나눔을 필요로 하는 사람 누구나 수혜를 받는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데요. 거기서 더 나아가 미리내 운동은 카페뿐만 아니라 음식점, 화장품점, 마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전개되며 나눔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고 있답니다.
그래서 유스로거가 직접 미리내 가게를 찾아가 보았는데요. 바로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있는 카페 ‘빈 트리 200 25’입니다. 이곳이 바로 미리내 가게 안암 1호점이라고 합니다. 입구에는 기부자들이 미리 가격을 지불한 음료에 대한 안내표가 붙어있습니다. 벌써 많은 분이 참여하고 있답니다.
가게 내부에는 미리내 가게라는 것을 알려주는 명패가 붙어있습니다. 가게는 작은 테이블은 물론 긴 소파나 평상 등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다양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겨울을 맞이해 천장에는 눈꽃 송이 모형 장식이 매달려 있는데요. 은은한 조명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기에 적당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빈 트리는 미리내 운동에 참여하는 것 외에 특이점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노동력 착취로 손해를 보던 커피 재배 노동자들에게 노동에 대한 정당한 권리가 돌아갈 수 있는 공정무역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노동자를 생각하는 착한 커피도 마시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미리내 운동에도 참여하고 이게 바로 일석이조의 나눔이겠죠?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미리내 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까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내가 마실 커피를 주문할 때 다른 사람을 위한 커피에 대한 값도 ‘미리내’면 쿠폰을 받는데요. 이 쿠폰을 ‘미리내 쿠폰박스’에 넣으면 가게 주인이 쿠폰 규모를 세보고 해당하는 금액만큼 ‘미리내 알림판’에 써놓습니다. 그리고 미리내 쿠폰을 사용하길 바라는 사람들은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면 됩니다.
미리내 운동에 참여할 때는 미리내 기입장에 날짜와 본인의 이름이나 닉네임을 적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미리내 쿠폰의 활용방법은 각 가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는데요. 이점 미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미리내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미리내 가게 정보를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
나눔의 정을 다시 되살리는 미리내 운동
▲ 출처 : 미리내 가게 홈페이지 (링크)
미리내 운동은 나눔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나누는 기쁨을, 나눔을 받는 사람에게는 당장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이렇게 도움을 받은 사람은 앞으로 미리내 운동과 함께 나눔을 베풀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나눔의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 미리내 운동본부 김준호 대표
그래서 유스로거가 미리내 운동본부 대표이자 동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김준호 대표를 만나 직접 인터뷰해보았습니다. 만나기 전에는 교수라는 지위에서 왠지 모를 딱딱한 분위기가 느껴졌는데요. 실제로 만나 보니 김준호 대표는 아주 편안하고 푸근한 인상의 소유자였답니다. 덕분에 아주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미리내 운동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A 처음에는 돈을 많이 모아 나눔을 실천해보자고 생각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것이 많이 부족한 사회라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먼저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 어떻게 나누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서스펜디드 운동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와 비슷한 성격의 운동을 발전시켜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밥도 사주고, 계 모임과 같이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전통과 문화가 예전부터 있었잖아요? 이런 문화를 지금 다시 상기시켜보는 방안으로 발전해보는 방법은 어떨까, 누구든지 내고 누구든지 받을 수 있는 그런 운동을 만들어보자는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미리내 운동입니다.
Q ‘미리내 운동' 이라는 이름이 재미있는데요. 어떻게 나온 건가요?
A ‘suspended라는 단어는 사실 ‘막히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와 이미지가 있고, ‘선불 커피’와 같은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와 닿을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생각하다 보니 ‘돈을 미리 낸다’ 그래서 ‘미리-내’, ‘미리내 운동’ 이렇게 탄생하게 됐습니다. 물론 순우리말로 ‘미리내’가 ‘은하수’를 뜻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미리내 운동의 마스코트 파랑별이는 바로 은하수의 별을 형상화했어요.
▲ 출처 : 미리내 가게 홈페이지 (링크)
Q. 그렇다면 미리내 운동에 참여한 가게 현황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A 미리내 운동은 2013년 5월부터 시작했는데요. 현재는 140여 개의 가게가 함께하고 있고 앞으로도 50여 가게의 사장님들을 만날 예정이에요. 가게가 함께 나눔에 동참하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사장님들이 주체가 되어 나눔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만나지 않고는, 즉 신뢰관계가 쌓이지 않고는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에요.
미리내 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사장님이 직접 신청하기만 하면 직접 달려가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와 같은 수도권을 비롯해 제주도까지 전국은 물론 일본 등 국외로도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미리내 운동 참여 가게로 선정하고 있어요. 혹시나 미리내 운동에 참여하는 가게에서 작은 부정이라도 일어나는 순간 모든 가게의 신뢰가 깨지기 때문에 가게를 직접 방문하고 있습니다.
미리내 가게의 사장님과 소비자가 같은 동네 주민인 경우가 많아 서로 신뢰하며 미리내 운동이 진행될 수 있어요. 이런 믿음 덕분에 자율적인 운영이 될 수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도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사장님들끼리도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미리내 운동 정보를 공유하고 확산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방법을 통해 참여 가게가 확산할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Q.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관심을 보이고 있군요! 가입한 가게 사장님들의 반응,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A 사장님들도 그렇고 소비자들도 그렇고 서로 나눔의 운동에 참여하고 혜택을 받는 구조예요. 그래서 수혜자들도 지금은 도움을 받지만 나중에는 더 많이 베풀고 도와주려 하고 있어요. 이런 훈훈한 선순환 구조 덕분에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앞으로의 발전시킬 방향이나 계획은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A 위치기반 서비스를 바탕으로 미리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가게를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 또 미리내 가게 사장님들이 주체적인 이벤트도 열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2014년 초 오픈을 목표로 홈페이지 오픈은 물론 사회적 기업과 함께 나눔을 베풀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목표가 있으시다면?
A 전국의 수많은 가게가 참여하게 된다면 따로 홍보하지 않아도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분이 참여하고 옛날처럼 서로 믿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운동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인 운동인 서스펜디드 커피 운동과 함께 우리나라의 미리내 운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날씨가 점점 쌀쌀해지고 있는데요. 이렇게 추운 날 우리 주변의 이웃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남겨보는 것도 올겨울을 훈훈하게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훈훈한 2014년을 보내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