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앞으로의 과제는?
정부는 최근 신기후체제(Post-2020)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새로운 시나리오를 발표했는데요. 정부가 발표한 신기후체제 국가기여방안(INDC: 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에 따르면,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존 ‘2020년의 배출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0% 감축’보다 강화된 ‘2030년 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입니다. 이 감축 목표는 올해 12월 파리에서 개최되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협상을 통해 확정될 예정인데요.
신기후체제(Post-2020)란?
2020년 이후부터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기후변화협약으로 2011년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출범을 결정. 2015년 12월까지 신기후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문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 출처: 환경부 블로그
대한민국 정부가 UN에 제출한 국가기여방안은 신기후체제 협상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며, 기후협상에서 각국의 정책적 의지를 표명한 겁니다. 물론, 협상 여하에 따라 우리가 제시한 감축 목표가 변동되거나 이행 강제성이 달라질 수도 있죠. 때문에 우리가 제시한 감축 목표는 최소한의 수준이며, 이 보다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데요.
온실가스 감축 여건
작년에 발표한 국내 에너지 기본 계획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 여건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 예상했던 발전 설비의 원자력 발전 비중이 41%에서 29%로 낮아진 점 ▲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 11% 보급하겠다는 시점이 2035년으로 5년 지연된 점 ▲에너지 소비의 전력화 현상이 가속화돼 전력 비중이 2012년 19%에서 2035년 27% 이상으로 높아진 점 등 인데요. 2020년까지 일부 적용키로 했던 온실가스 감축 핵심기술(CCS: Carbon Capture & Storage) 상용화 시기가 불투명하게 된 점도 지적할 부분이죠. 이러한 여건 변화들을 종합해보면, 국내에서 온실가스 감축 여력이 매우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주요국 자발적 감축 기여방안(INDC) 내용, 자료 출처: UNFCCC, 각국 제출 INDC 참조
국제적으로 보면, 미국은 셰일가스 붐에 따라 석탄 발전을 가스 발전으로 전환해 발전 부문에서 30% 이상의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하고 있는데요.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자국 여건의 변화에 따라 이를 최대로 활용한 국가기여방안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 원전 가동 중단으로 화력으로 발전을 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했는데요. 바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높았던 2013년을 기준으로 배출량을 26%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거죠. 향후 원전 재가동이 주요 감축 수단 중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2030년에 단위 GDP당 온실 가스 배출 ‘원’ 단위를 2005년 대비 60~65%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온실가스 배출이 2030년까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 단위 GDP 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경제활동 지표로 나눈 값이자 유일하게 감소하는 지표인 원 단위를 감축 목표로 제시한 것이죠.
▲ 주요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MtCO2), 자료 출처: EDGAT(유럽공동연구센터)
이렇듯 각국은 자국의 변화를 충분히 고려해 감축 목표를 설정했는데요, 과연 우리나라도 방안 설정에 있어 여건 변화를 충분히 고려했는지 궁금하네요.
온실가스 감축 방향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부는 국가기여방안을 발표할 때 대강의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2030년 37% 감축 목표 중 11.3%는 국제시장(IMM: International Market Mechanism)을 통해 배출권을 사들이고, 25.7%는 국내 감축을 통해 달성한다고 합니다. 또, 산업 부문은 국제 경쟁력을 고려해서 12% 감축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발전, 건물 부문 등에서 30% 이상의 감축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되죠.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하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 외에 원자력 발전의 추가 및 온실가스 감축 핵심기술 도입 확대 등의 수단을 도입하겠다고 했는데요. 원전 확대에는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고, 온실가스 감축 핵심기술 확대에는 획기적인 개발과 비용 절감이 필요합니다
▲ 이산화탄소 감축 시나리오, 출처: IEA ETP(에너지기술전망) 2010
그러나 아직 이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정해지면, 국내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해요. 물론, 기존의 감축 목표 및 감축 로드맵도 조정될 것이고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출권 할당의 감축 로드맵을 따르고 있으므로, 달성 가능하고 좀더 현실적인 새로운 감축 로드맵의 마련이 필요합니다.
배출권거래제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보조수단으로 의무 감축량을 초과달성한 나라가 그 초과분을 의무 감축량을 채우지 못한 나라에 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향후 2년간 전 세계적으로 70조원 규모의 배출권이 거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 매일경제
사실 지난 1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됐지만, 배출권 할당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정부는 이미 확정된 감축 로드맵에 따라 업체별 배출권을 할당했다고 하지만, 산업계는 업체의 현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할당량을 책정하였으므로 감축 잠재량을 재산정하고 할당량을 재조정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죠.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 1차 계획 기간 총 할당량 및 정유업종 할당량 현황
기존의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살펴보면, 2009년에 감축 목표를 설정한 이후의 온실가스 배출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여 2012년 총배출량이 6억8천8백만 톤에 이릅니다. 애초 예상됐던 2020년 배출전망치는 7억7천6백만 톤이며, 30% 감축을 고려한 목표배출량은 5억4천3백만 톤인데요. 이는 2012년 배출량 대비 21% 낮은 수준이죠. 다시 말하면, 향후 6~7년 이내에 절대량으로 20% 이상을 줄여야 감축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의미인데요. 현재의 에너지 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 추이를 보면 이러한 감축 목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여겨집니다.
▲ 1차 계획 기간 정부 예비분 보유량 현황
문제는 이러한 달성 불가능한 감축 로드맵에 근거하여 배출권 할당이 이뤄진다는 건데요. 제1기(2015~2017년)의 할당량 정부 초안도 이 로드맵에 근거한 것이었죠. 비록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할당을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제2기(2018~2020년)의 할당이 기존 로드맵을 따라간다면, 산업계는 상당한 양의 감축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따라서 2018년부터 시행하는 제2기 할당에서는 신기후체계 국가기여방안에 따른 새로운 장기 감축을 목표로 업종별 배출 전망치를 면밀하게 재산정하고, 이를 근거로 종별 할당량에 대한 현실적인 재산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할당 방법에도 개선이 필요한데요. 유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온실가스 배출은 경기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경제 활동 변수를 무시한 실적 기준(Grandfathering) 할당 방식은 경기가 좋은 때엔 배출권 초과 수요를,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엔 초과 공급을 일으키는데요. 따라서 배출권 가격은 경기 상황에 따라 매우 심한 등락을 보이게 되죠.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온실가스가 다른 대기오염 물질과 달리 현 기술 수준에서 감축 투자를 늘려도 감축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기 때문인데요.
일반 대기오염 물질의 경우, 탈황 설비·탈질 설비·집진 설비 등에 적정한 투자를 하면 감축할 수 있는 반면, 온실가스의 경우엔 감축에 한계가 있으며, 최후의 수단으론 생산량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는 거죠. 이러한 현실에서 배출권 가격이 경기에 따라 급등락할 가능성이 크므로 경기변동이나 생산 활동을 고려한 할당 방안 마련 및 배출권 최고가격제 시행 등 시장 유연화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개방적이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도 고려해야 하는데요. 배출권 할당 과정에서 업체의 요구를 무시하고 국가 목표를 메우기 위한 일방적인 할당은 기업체의 장래 경제활동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며, 더 나아가 국내 투자 부진 및 일부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이 해외로 나가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이 우려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정부는 좀더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고, 경제 상황에 따른 유연한 할당방식을 도입하여 일방적인 규제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 지원,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 정책 전환이 필요한데요. 우리도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 이 기사는 대한석유협회가 발간하는 <석유와 에너지 296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강승진 교수의 ‘온실가스 감축,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