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앤트러사이트(Anthracite) ② 커피가 추억을 말하다
지난 시간, 유스로거는 홍대 앤트러사이트에서 재생 공간의 멋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번에는 맛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앤트러사이트의 별칭 중 하나가 ‘커피 공장’이라고 하는데요. 지금부터 소개할 이재선 바리스타는 그럼 커피 공장장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네요.
유스로거 앤트러사이트는 번화가인 홍대에서도 멀리 떨어진 편인데, 손님이 꽤 많은 것 같아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재선 바리스타 공간의 ‘낯섦’이 아닐까 생각해요. 재활용이라는 컨셉은 일반적인 카페의 컨셉과는 전혀 다릅니다. 작은 신발 공장이 어떻게 카페로 다시 태어났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찾아오시는 분도 많아요. 모르고 들렀던 손님들도 이곳에서 아날로그의 매력을 느끼고 돌아가세요.
유스로거 공간을 재활용 한다는 생각이 아주 참신한데요, 어떻게 생각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재선 바리스타 사장님께서 기초 자본금이 많지 않았던 것도 하나의 이유랍니다. ^^; 하지만 예전부터 버려진 공간을 재활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해요. 외국에는 발전소나 창고를 이용해서 카페를 만들거나 다른 공간으로 개조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는 대부분 새로 짓거나 인테리어를 뜯어 고치려는 경향이 크다면서 말이죠. 굳이 새로운 것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멋있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곳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스로거 건물 이외에도 재활용을 이용하여 꾸민 것들이 있나요?
이재선 바리스타 손님에게 나가는 식기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분을 재활용하려고 했어요. 화사한 분위기를 내려고 꽃을 산데도 꽃병까지 사지는 않는 식이에요. 조금만 꼼꼼히 찾아보면 어딘가에 꽃을 꽂을만한 공간이 보이니까요.
유스로거 일반적으로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이 마냥 좋지만은 않은데요. 손님들을 살펴보니 오히려 더 좋아한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저도 그렇고요 ^^;
이재선 바리스타 폐공장과 카페라는 공간이 묘하게 잘 어울려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깨끗한 건물에 재활용 제품을 가져다 놓으면 부조화가 심해서 거부감이 생기기도 해요. 하지만 앤트러사이트는 재활용품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공간입니다. 정반대로 이곳에 플라스틱 탁자나 세련된 인테리어 소품을 가져다 놓으면 어울리지 않겠죠? 또 뭐랄까, 신발 공장에 있던 물건들을 재활용한 것도 많은데 공간과 물건이 같이 세월을 먹은 까닭인지는 몰라도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려요.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고요. 재활용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품질이 나쁘다', '디자인이 별로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앤트러사이트에서 그런 오해가 많이 해소되는 것 같아 기쁘답니다.
유스로거 카페를 개업할 때 생각했던 특별한 취지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네요. 혹시 다른 목표도 있었나요?
이재선 바리스타 재미 있는 목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자급자족’이에요. ^^ 모든 것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힘 닫는 데까지는 자급자족하려고 노력했어요. 제과류는 원재료만 사다가 직접 만들고 물건들을 수리해야 하면 직접 해보고 말이지요. 공연이나 전시를 주최해서 무료로 보여주는 것도 그러한 일환에서 기획한 거예요.
유스로거 손님들은 재미있고 즐겁게 느끼지만, 실제 공장장님 격으로 활동하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이재선 바리스타 힘들지는 않지만 불편할 때가 조금 있어요 ^^; 오래된 건물이라 물이 새기도 했고요. 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서 앤트러사이트를 만들어나가기 때문에 자부심이 더 큽니다. 그 외에도 일 하는 데에 불편한 점이 있겠지만, 불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이재선 바리스타가 말한 앤트러사이트의 공연, 전시는 매주 금요일 오후 7시에 열린다고 합니다. 이름하여 ‘로스팅 프로젝트’입니다.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유동적으로 바뀌는데 연극이나 영화 또는 색다른 공연일 때도 있다고 해요. 또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에 여성영화를 관람하는 행사가 열린다고 하니, 다양한 프로그램 덕분에 앤트러사이트 고객들은 참 즐거울 것 같습니다.
맛과 멋, 재활용과 추억, 이 모든 것을 제공하는 앤트러사이트. 그중에서도 재활용에 관해서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의미가 새로웠습니다. 굳이 플라스틱이나 유리병처럼 잘 알려진 소품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가오는 주말,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는 커피 공장 앤트러사이트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유스로거가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