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인사이드

현명하고 착한 소비문화의 시작, 위탁판매

油유지우 2013. 9. 25. 10:00

 

다가올 가을을 맞아 서랍 정리를 하다가 잊고 있던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일본 여행 중에 구매한 포크와 수저 세트, 오랫동안 쓰지 않은 다이어리, 한동안 모았던 스티커묶음. 이제 더는 필요하지 않지만 버리자니 아깝고 팔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 물건들입니다.

 

나에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다른 사람의 손에선 그 물건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렇지만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만나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서랍 속 묵혀둔 물건을 대신 판매해주는 위탁판매 가게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위탁판매 가게란 가게의 빈 선반을 대여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직접 만든 상품을 위탁판매할 수 있는 곳인데요. 가격은 자신이 직접 책정하고 소정의 회원비를 내거나 판매수익을 가게와 나누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이곳엔 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물건부터 미술전공 학생과 신진 아티스트가 직접 만든 수제 물건들까지 다양한 상품이 있습니다.

 

그럼 유스로거가 직접 다녀온 대표적인 위탁판매 가게 홍대의 오브젝트와 통의동의 가가린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독특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날 수 있는 홍대 오브젝트

 

 

먼저 소개해드릴 곳은 홍대에 있는 위탁판매 가게 ‘오브젝트’입니다. 홍대에는 이전부터 오브젝트, 공중가게, 반 지하드림 이렇게 3곳의 위탁판매 가게가 있었는데요. 지금은 세 가게가 하나로 합쳐 오브젝트라는 이름으로 운영 중이랍니다.

 

가게 입구에는 “현명한 소비의 시작, 오브젝트”란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오브젝트는 물물교환이라는 특별한 문화를 가진 곳이랍니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우선 예쁜 디스플레이와 소품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1층은 주로 신진 아티스트의 디자인 상품들과 선반대여 물품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가게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액세서리와 문구류가 가득합니다.

 

물물교환 물품은 양도 많고 그 종류도 참 다양합니다. 귀여운 곰돌이 인형부터 식기류, 문구류, 매니큐어와 책까지 있는데요.  특정 물건만 취급하는 중고 가게와는 다른 특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유스로거의 눈에 예쁜 색감의 사기그릇이 들어왔습니다. 50년 이상 된 귀한 그릇들인데요. 개당 5,000원이라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답니다. 그 외에도 포크, 나이프, 컵 등의 생활용품들도 개당 2,000원 정도의 합리적인 가격이었는데요. 하나같이 디자인이 세련되고 깔끔해서 중고제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답니다.

 

오브젝트에서는 인간과 환경을 위해 Re-Package라는 슬로건으로 쇼핑백을 기부받고 있는데요. 가게는 쇼핑백 기부를 통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는 현명한 소비문화 실천과 함께 오브젝트 천원 할인 쿠폰까지 받을 수 있는 착한 아이디어랍니다.

 

 

진열된 물품 중에 볼 순 없지만 읽을 수 있는 가방이라는 디자인 상품이 있었습니다. 가방에 점자가 프린팅되어 있는데요. 단순한 패션을 뛰어넘어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가방인 것 같아 유스로거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 외에도 은과 우드부터 니트, 실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들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요즘 유행하는 미드 너클링과 볼드한 귀고리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브젝트는 이미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가게라 정말 많은 사람이 찾는답니다.

 

 

오브젝트 1층이 아기자기한 느낌이라면 2층은 분위기가 사뭇 다른데요. 2층에서는 다양한 그릇부터 모자, 에코백, 그리고 빈티지한 타자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물건들이 깔끔하게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런 만큼 대학생부터 4, 50대의 주부들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이 오브젝트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오브젝트 2층에선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약간의 스크래치 등의 문제가 생긴 상품들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이런 물건들은 실제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정상 가격으로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전선으로 만든 반지와 필름카메라 부품 팔찌, 그리고 낡은 캐리어 가방을 재활용한 옷장까지 신기하고 재치 있는 핸드메이드 제품도 많은데요. 이런 제품들은 착한 소비문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그 희소성 때문에 인테리어 용품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2층을 둘러본 후엔 누구나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 오브젝트 테라스에서 쉴 수 있는데요.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담소를 나누기 좋은 곳이니 이 테라스도 꼭 한번 이용해보세요.

 

 

디자인 상품들과 물물교환 물품이 있는 1층과 라이프&리사이클 제품이 있는 2층으로 구성된 오브젝트.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문화와 문화순환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랍니다.

 


다양한 미술서적과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는 서촌 가가린

 

 

이제는 또 다른 위탁판매 가게를 방문해 보겠습니다. 요즘 경복궁 서쪽의 통의동과 효자동을 중심으로 한 서촌이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헌책방과 갤러리, 그리고 소박한 카페들이 있는 서촌은 여유로움과 한적함이 가득한 곳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위탁판매 가게 ‘가가린’ 또한 이런 분위기에 한몫을 더하는 가게인데요. 그럼 함께 만나보실까요?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 보면 후지필름 골목이 나옵니다. 바로 그곳에 카페 같기도 하고 책방 같기도 한 모습의 가가린이 있습니다. 입구에는 마트에서나 볼법한 카트가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역시나 다양한 위탁판매 상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한가지 특이점이 있다면 가가린은 서적을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는 건데요. 독특하고 저렴한 책을 찾는 분들이 방문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특이한 향초와 포장도 뜯지 않은 클러치백과 브로치까지 일반적인 서점이나 헌책방에서는 보기 힘든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알면 알수록 정말 재미있는 곳이랍니다.^^

 

 

가가린에는 소설, 건축, 인문 등 다양한 책이 있는데요. 특히 미술과 디자인과 관련한 좋은 책이 많아 미술 전공 학생과 신진 아티스트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책 외에도 DVD, CD, 디자인 엽서 등 가가린은 다양하고 특이한 물건이 가득한 보물창고랍니다.

 

가가린에서는 일반 중고서적 외에도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독립출판물은 대형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아닌 개인 혹은 소수의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출판물인데요. 그만큼 작가만의 생각이 담겨 있어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랍니다.

 

 

가가린은 회원제 고객에게서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위탁판매를 하는데요. 가가린의 회원이 되려면 직접 방문을 해야 합니다. 처음 가입할 때 회비가 필요한데요. 1년 회비는 2만 원, 평생 회비는 5만 원이라고 합니다. 회원이 되면 이제 자신의 책을 위탁판매할 수 있고 가가린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도 10%의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홍대의 ‘오브젝트’와 통인동의 ‘가가린’ 두 곳은 물건에 대한 가치를 재발견하고 현명한 소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은 착한 가게입니다. 판매자들은 소량의 물건이라도 손쉽게 판매할 수 있고 구매자들은 한곳에서 다양한 물건을 보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는 곳이랍니다. 오늘부터 현명하고 착한 소비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