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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스타트업①] 청계천 물로 스마트폰 무료 충전! ‘이노마드’


'스타트업(start-up)'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벤처기업의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신생 벤처기업을 일컫는 말입니다. 국내에도 다양한 스타트업이 존재하는데요, SK에너지 블로그에서는 국내 스타트업 가운데 신재생 에너지 및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을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신재생 에너지 스타트업 이노마드입니다. 신재생 에너지를 일상 생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노마드는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진도 울돌목에서 시작한 이노마드


세계 최대 규모의 조류발전소가 있는 진도 울돌목. 이노마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대학생 시절 신재생 에너지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한 벤처기업의 조류발전 상용화 프로젝트에서 환경 영향 평가를 담당했습니다. 다년간의 연구 끝에 진도 울돌목 바닷물의 조차를 이용해 100kW급의 전력을 내는 발전기를 개발한 박 대표는 신재생 에너지의 가능성에 더 큰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직접 조류발전기를 만들고 나니 물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사업인지 알겠더라고요.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도 발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이노마드를 출범했습니다. 진도 울돌목 조류발전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노기환 개발원과 2013년 12월 27일 공동대표로 창립했어요."


▲ 이노마드 소형 수력발전기



바닷물의 큰 조차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원리를 지닌 조류발전기를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밀물과 썰물이 있는 바다에 대형 발전기가 설치되었을 때만 이용할 수 있고 개발 비용 또한 높기 때문인데요, 이노마드는 이 문제점들을 보완해 '소형 수력발전기'를 개발했습니다.


진도 울돌목의 조류발전기와 이노마드의 소형 수력발전기의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조류가 아닌 수력을 이용한다는 점과 대형이 아닌 소형이라는 점이지요. 


"바닷물의 조차를 이용하는 조류발전과 달리 수력발전은 물이 흐르는 힘 자체를 이용해요. 이 때문에 조류발전은 물의 방향이 양방향(밀물과 썰물)이지만 수력발전은 한 방향이에요. 발전기를 이용하는 곳이 바다가 아니라 육지라는 점도 다릅니다. 또 일상 생활에서 쉽게 이용하려면 휴대성이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휴대할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의 발전기를 개발했죠."




왜 수력에너지일까?


이노마드의 소형 수력발전기는 물이 흐르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발전기를 물 속에 담그면 흐르는 물에 의해 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며 전력이 생산되는 원리이지요. 한 시간 후에는 방전된 스마트폰 한 대를 완전히 충전할 수 있는 전력량이 발생하고, 두세 시간 후에는 랩탑, 태블릿 등을 충전하기에 충분한 전력량이 생산됩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전력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에는 수력에너지뿐 아니라 태양광에너지와 풍력에너지도 있는데요, 이노마드는 왜 수력에너지를 택했을까요?



"물론 태양광에너지나 풍력에너지도 함께 연구했어요. 하지만 에너지원의 지속적인 공급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더라고요. 태양광에너지는 밤이 되면 전력을 충전할 수 없고, 풍력에너지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을 충전할 수 없기 때문이죠. 반면 수력에너지는 계곡이나 하천 등 물이 흐르는 곳이라면 시간 제약 없이 에너지원을 공급 받을 수 있어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 없이 사용하려면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므로 수력에너지를 택했습니다."


수력에너지의 장점은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물은 바람에 비해 밀도가 1,000배 가까이 높아서 같은 크기의 발전기를 설치했을 때 수력발전기의 전력 생산량은 풍력발전기보다 20배가량 많습니다. 따라서 수력발전기는 설치 비용이 적게 들 뿐 아니라 더욱 친환경적이지요.


"이노마드의 슬로건이 'The Great Small'이에요. 최소한의 자원으로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자는 의지가 담겨있어요. 환경을 해치지 않으며 에너지를 생산하고 싶습니다."



사용자에게 한 발 더 다가간 '청계천 스마트 충전소'


작년 8월, 이노마드는 소형 수력발전기를 처음으로 사용자에게 선보였습니다. 청계천 스마트 충전소(청마소)가 바로 그것인데요, 청계천에 발전기를 설치해 생산한 전력을 시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청마소는 저희 이노마드가 사용자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어요. 이전까지는 최대한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청마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접한 후로 '효율보다는 효용'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청마소에는 단순히 휴대기기를 충전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청마소에 연결된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행인, 아들에게 발전기의 원리를 설명해주는 아버지, 퇴근 후 휴대기기를 충전하며 책을 읽는 직장인 등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청마소를 이용했습니다. 이노마드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소형 수력발전기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한 에너지를 얼마나 가치 있고 편리하게 사용하는가에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이노마드에는 한 달 전부터 산업 전문 디자이너도 합류했습니다. 멋진 디자인은 물론, 소형 수력발전기를 처음 접한 사용자도 제품을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구상 중입니다.


이노마드, 제3세계를 바라보다

이노마드는 올해 말부터 미국 캠핑시장에 소형 수력발전기를 판매할 계획입니다. 캠핑이 보편적인 여가활동으로 자리 잡은 시장의 특성과 더불어 일반인들도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미국을 타깃으로 잡은 것인데요,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미국을 시작으로 판매시장을 점차 넓혀갈 계획이라는 이노마드.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프리카와 같은 제3세계에 진입하는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생각보다 높아요. 학교나 은행 등의 시설이 발달되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수업을 듣거나 각종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이죠. 그에 비해 전력 인프라는 부족해 사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어요. 제3세계 지역 주민들이 이노마드의 소형 수력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마트폰으로 마음껏 교육 받고 여가생활을 즐기면서 말이죠. 이노마드가 제3세계에서 '내일을 위한 전기'를 만들어내는 날까지 열심히 땀 흘리겠습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도보미 디자이너, 박혜린 공동대표, 노기환 공동대표

4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소수의 인원으로 소형의 수력발전기를 개발하는 이노마드. 'The Great Small'을 지향하는 스타트업이지만 그들의 포부는 어떤 기업보다 원대합니다. 이노마드처럼 자신의 연구 분야에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꿋꿋이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스타트업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요? 국내 유일 신재생 에너지 스타트업으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가고 있는 이노마드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