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풍구에서 올라오는 바람에 마릴린먼로의 치마가 날리는 장면, 많은 분이 알고 계실 거에요. 영화 ‘7년 만의 외출’에서의 이 장면은 먼로풍(Monroe Wind)이라는 명칭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렇다면, ‘먼로풍’이란 무엇일까요? 고층빌딩에 부딪힌 도심 상공의 강한 바람이 지표면으로 급강하한 뒤 소용돌이처럼 위로 솟구치거나 좌우로 빠르게 흐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먼로풍의 원 명칭은 빌딩풍(Building Wind)입니다.
빌딩풍은 강한 기류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자동차가 전복되는 등 여러 가지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엄격한 빌딩풍 환경영향 평가를 시행하며 위험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빌딩풍을 위험요소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위험요소였던 빌딩풍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니 신기하죠? 유스로거와 함께 알아볼까요~?
도시를 헤집는 바람, 빌딩풍은 무엇일까?
얼핏 생각하면, 도시 내부에서는 빌딩이 많아 마찰 때문에 풍속이 약해질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좁은 지역에서 바람이 빌딩에 부딪히게 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평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한 바람이 만들어지죠. 넓은 폭의 강에서는 물은 느리게 흘러가지만, 좁은 폭의 계곡에서는 물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1. 빌딩풍의 강도
빌딩풍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기류를 만듭니다. 빌딩풍으로 만들어진 하강풍의 경우, 풍속은 평균의 2~3배까지 증가합니다. 이렇게 빌딩 사이에서 부는 바람은 초속 20~30m의 바람이 됩니다. 건강한 성인이 최대로 견딜 수 있는 평균적인 풍속이 초속 24m라는 것을 생각할 때, 굉장히 위험한 바람이죠. 성균관대 연구팀에 의하면, 강남의 도심 지역 풍속이 북한산 중턱보다 더 강한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태풍급에 해당하는 강풍의 횟수도 빈번했다고 하네요. 도심 한복판의 바람이 산간지역보다 강하다는 것이죠.
2. 빌딩풍의 피해
빌딩풍은 상공에서 훨씬 강한 바람을 만들어 냅니다. 이 때 발생하는 바람의 속도는 초속 20m 이상이며, 이 바람으로 인해 상점 간판이나 진열대가 파손되기도 합니다. 강한 바람은 회오리바람을 만들어내 옥상 보일러의 매연이나 분진을 퍼트리기도 합니다. 에어컨 실외기의 성능을 저하시켜 전기료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100층이 넘는 초고층빌딩에서는 빌딩풍으로 인한 유리파손, 건물 진동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미국, 독일, 영국 등의 나라에서는 빌딩풍 환경영향 평가를 하기도 한답니다.
빌딩풍, 무한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다
▲바레인의 세계무역센터 (출처 - 위키백과)
건축가들은 빌딩 모양을 바꾸거나, 바람을 완화하는 구조물을 이용해 빌딩풍의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해왔답니다. 빌딩의 모서리를 둥글게 만드는 것, 건물 중간에 바람구멍을 만드는 것, 방풍 펜스, 방풍 네트 설치 등이 그 예이죠.
하지만 최근 빌딩풍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주목 받고 있답니다. 빌딩 꼭대기나 사이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 빌딩풍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지요. 실제로 바레인의 세계무역센터는 두 개의 빌딩 사이에 풍력 터빈을 설치하여, 240m 높이에서 부는 강한 바람으로 발전을 하고 있답니다. 1년 동안 얻어지는 전력은 약 1,300MWh로 빌딩 전력 사용량의 15%를 차지하지요.
영국 런던에 있는 ‘스트라타 SE1(Strata SE1)’ 빌딩은 빌딩 꼭대기에 3개의 구멍을 뚫고, 그 안의 풍력 터빈으로 전력을 생산합니다. 148m 높이의 빌딩 위에 설치한 풍력 터빈은 건물 전체 에너지 사용량 대비 8% 수준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지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한 멋진 결과물이죠?
호주 멜버른에 있는 ‘카운슬 하우스2(COUNCIL HOUSE2)’는 10층 높이의 빌딩이지만 빌딩풍을 이용해 발전을 하고 있답니다. 중국의 ‘펄 리버 타워 같은 경우, 빌딩의 1/3 지점과 2/3 지점에 바람구멍을 만들어 풍력을 제어하면서도 전력을 생산해내고요. 이 외에도 캐나다,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는 빌딩풍을 활용한 건물들이 많답니다. 위험요소였던 빌딩풍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빌딩! 가보고 싶지 않나요?
빌딩풍, 무한한 가능성을 갖다
소음 문제, 빌딩풍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 강한 난류로 구조물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 빌딩풍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여러 가지 난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빌딩풍 활용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소음문제 같은 경우 터빈 소재의 발명, 설계 및 제조 과정의 발전으로 극복하고, 빌딩풍의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기존의 수평축 터빈에서 수직축 터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강한 난류로 구조물이 떨어지는 것은 더 안정적인 설계로 건축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고요.
빌딩풍, 위험요소에서 신재생 에너지원으로의 활용! 굉장하지 않나요? 앞으로도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며 발전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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