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라고 들어보셨나요?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생산 및 공급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 기업의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일상의 작은 행위가 사회 공헌으로 이어진다는 이점으로 이미 많은 이들이 착한소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착한소비는 미래 생존 키워드로 꼽힐 만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죠.
착한소비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한 가지, "착한소비가 있다면 '착한공급'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요, 오늘은 착한공급을 실천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SK주유소 이야기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사회적기업이 된 주유소가 생소하게 느껴지신다면 이번 포스팅을 주목해주세요.
사회공헌 + 이윤창출 = 사회적기업!
이윤창출로 시장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이 주 목적인 일반 기업과 달리, 사회적기업은 사회공헌을 주 목적으로 경제활동을 합니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무료 직업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이윤창출이 1차적 목적이 아닐 뿐, 사회적 기업 또한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수익을 내는 경제활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사회적기업 = 비영리 조직'이라는 공식보다 '사회적기업 = 사회 공헌 + 이윤 창출'이라는 공식이 더 옳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 있는 사회적기업은 총 1,120여 개(2014년 6월 기준). 식품 사업부터 의류 사업까지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2012년에는 주유소 부문에서도 사회적기업이 출범했습니다.
분도주유소에 들어서니 트럭 카페가 가장 먼저 저희를 맞았습니다. 지나가던 트럭 카페가 잠깐 멈춰 선 것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분도주유소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 브라움(BROWM)이었습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며 따뜻한 카페 라떼 한 잔을 건네는 바리스타 정영자 님. 분도주유소 트럭 카페에서 일한 지 5개월가량 되었다고 하네요.
"고용노동부의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분도주유소 바리스타로 취직했어요. 저 같은 중장년층에게도 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참 감사하죠. 일정한 수익이 생긴 것도 좋지만, 사회적기업 구성원이라는 점에서도 보람을 느껴요."
-바리스타 정영자 님
트럭 카페 브라움은 정영자 님과 같은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는데요, 일반 바리스타가 아닌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에서 교육을 받은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취약계층을 고용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분도주유소는 카페 브라움을 점차 활성화시켜 수익금으로 취약계층의 소자본 창업을 돕는 일도 계획 중입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분도주유소의 노력은 고압스팀세차 서비스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기계식 세차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직접 세차하는 방식으로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인데요, 고압스팀세차를 하는 직원부터 주유를 돕는 직원까지 분도주유소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장애인이나 고령인 등입니다.
취약계층은 사회 활동에 익숙지 않아 주유소 직원으로 일할 때에도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분도주유소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료 직업 교육원 분도아카데미를 5년 째 운영 중입니다. 분도아카데미에서는 주유 및 차량 관리에 대한 업무 지식과 더불어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가르칩니다. 교육 목적은 취약계층의 '주유소 취업'이 아니라, 스스로 의지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분도아카데미는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소셜벤쳐 대구•경북권역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주유 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취약계층의 직업 교육과 취업 연계를 진행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인데요. 분도아카데미는 지난 5년간 500여 명의 교육생을 배출했습니다.
국내 유일 사회적기업 주유소인 만큼 주유 관련 나눔 사업도 빼놓을 수 없겠죠? 분도주유소는 2000년도부터 지금까지 유류 판매 1L 당 1원을 적립해 총 6천만 원 가량을 기부했습니다. 1L 당 이익이 50원 미만 정도임을 고려했을 때 1원이라는 금액은 적지 않은 액수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도주유소는 지난 15년간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에게 가장 힘겨운 계절, 겨울이 되면 분도주유소는 더욱 바빠집니다. 저소득 가정과 사회복지시설에 난방유를 지원하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 지원한 난방유만 약 12만L라고 합니다.
이 밖에도 분도주유소는 환경을 생각한 폐휴대폰 수거, 지역 독거 어르신 효도 관광, 장애인 신혼여행, 기초생활수급자 자립 등을 지원하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분도주유소의 희망 오일로 행복을 전하는 김현철 대표
모두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분도주유소! 이러한 활동 뒤에는 24년간 묵묵히 한 길만 걷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요, 바로 SK에너지 분도주유소 김현철 대표입니다. 그는 어떻게 국내 최초 사회적기업 주유소를 설립하게 되었을까요?
김현철 대표
안녕하세요. 대구에서 SK에너지 주유소 세 곳을 운영하고 있는 김현철 대표입니다. 1991년 자전거 말통 배달로 석유 판매를 시작해 2003년 SK에너지 주유소를 처음 개업했습니다. 그러다 2012년에 운영하고 있던 주유소 세 곳 중 한 곳을 사회적기업화 했어요. 덕분에 이렇게 SK에너지 블로그 독자 여러분께도 인사 드리게 되었네요.
유지우
국내 최초 사회적기업 주유소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현철 대표
저의 기부는 20대 초반에 시작되었는데요, 말통 배달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며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당시 우연한 계기로 석유 한 통을 기부하면서 나눔의 기쁨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부금 규모도 꾸준히 늘렸어요. 그런데 기부를 할수록 돈을 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취약계층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 해답으로 지금의 사회적기업 주유소 (주)분도축복을전하는사람들주유소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유지우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만큼 고충도 있을 것 같아요.
김현철 대표
물론 힘들 때도 있습니다. 국내에 벤치마킹할 주유소 모델이 없어서 분도주유소를 운영하는 일 자체가 도전이에요. 또 취약계층 직원은 아무래도 업무에 미숙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죠. 하지만 제가 교도소에 직접 찾아가 면접을 봤던 출소예정자들이 출소 후 분도주유소에서 일하며 꿈을 키우는 모습을 볼 때면 힘든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집니다. 그들이 성장해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분도주유소에는 휘발유, 경유, 등유 외에 또 다른 에너지가 있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죠.
유지우
대표님 말씀을 들으니 앞으로의 분도주유소가 더욱 기대됩니다. 차후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요?
김현철 대표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트럭 카페 브라움과 분도아카데미를 활성화시키고 싶어요. 분도주유소에서 주유하는 고객들이 커피를 사면 기름값의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제도나 분도아카데미에 신규 강좌를 개설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어요. 분도주유소가 국내 최초 사회적기업 주유소로서 성공적인 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회에 공헌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할 이웃 주유소가 생긴다면 더 바랄게 없겠네요.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며 취약계층과 상생하는 방법을 쉼 없이 고민하는 분도주유소. 그곳에서 희망 오일을 주유하며 사회 공헌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요? 머지 않아 집 주변에서도, 나들이 길에서도 쉽게 사회적기업 주유소를 만나볼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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