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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Camper’s Life①] 캠핑 전문가와 함께하는 승봉도 표류기

 

여름 더위만큼이나 캠핑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른 대한민국에서 캠핑잡지 기자로 산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꿀직업으로 치부되기 쉬운데요. 하!지!만! “넌 놀러 다니면서 돈도 벌고 좋겠다.” 라는 말을 들을 때면, 가슴 깊은 곳에서 “과연?” 이라는 의문이 훅~ 올라옵니다.

 

인정사정 없이 달려드는 모기들과 해변의 청소부 갯강구가 신발 속까지 기어들어오는 상황에서 캠핑이 마냥 즐겁다고 생각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자는 오늘도 캠핑을 떠납니다. 왜? 캠핑 이즈 마이 라이프~♬이기 때문에. 이번엔 인적이 드문 승봉도로 떠나 봤습니다.

 

 

최근엔 캠핑의 인기가 높아져서 럭셔리한 캠핑 도구니 다양한 캠핑 장소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사실 진정한 캠핑은 잘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뭔가 부족한 듯이 지내다가 와야 그 참 맛을 알 수 있는데요. 그래서 이번 캠핑 컨셉을 ‘절약’으로 잡고, 제대로 된 야생을 경험하리라 다짐 후 승봉도로 향했습니다. 

 

 

◆절약 미션 1. 교통비 절약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42km를 이동해야 만날 수 있는 승봉도. 짐을 최소화해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으로 인천까지 이동한 후 카페리호를 타고 승봉도에 도착했는데요. 승봉도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로 카페리호 또는 쾌속선이 있습니다. 이 중 저는 카페리호를 선택해 교통비도 절약하고, 멋진 바다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선착장에서 조금 벗어나 인적이 드문 촛대바위 근처 해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 이제 진짜~ 야생 캠핑 시작이다!

그런데…. ‘어떻게 식수를 구하고 식량을 구하지? 모닥불은 피울 수 있을까?’ 갑자기 막막해지기 시작했는데요. 더군다나 캠핑 장소로 정한 촛대바위 근처 해안은 날카로운 굴 껍질이 들러붙은 바위들로 가득하고,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텐트를 칠만한 장소도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누구? 캠핑 전문, 김기자! 아닙니까? 잠시 막막했던 기분을 바다에 날려 보내고 다시 마음을 재정비해 오늘 밤 편히 쉴 수 있는 텐트부터 치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떤가요? 어쩔 수 없이 약간의 경사가 있는 곳에 텐트를 쳐야 했지만, 야생에서 이 정도면 호텔 수준이죠? 자, 이젠 잘 곳은 해결이 됐고, 생존에서 가장 필요한 물을 구해 보기로 했습니다.

 

 

◆절약 미션 2. 식수 만들기


한 여름, 그것도 야외에서 물이 없으면 이틀도 버티기가 어려운데요. 운 좋게 계곡이나 시냇물을 만나면 몰라도 자연적으로 충분한 물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직접 식수를 만들어 보기로 했는데요.

 

약 90cm 정도의 너비와 45cm 깊이로 구멍을 파고 구덩이 가운데에 물을 수집할 통을 둔 다음, 그 위에 플라스틱 시트를 덮는 방법입니다. 태양열이 공기와 땅 밑의 온도를 높여 생성한 증기가 플라스틱 시트의 안쪽에 응결되어 용기로 떨어져 내리는 원리라, 간단한 도구만 갖추고 있다면 손쉽게 시도할 수 있답니다.

 

저는 시에라 컵을 가운데에 두고 플라스틱 시트 대신 김장 비닐을 덮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해서 얻는 물의 양은 24시간 기준으로 해도 100미리 남짓이기에 충분한 식수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ㅜㅡㅜ

 

 

 

◆절약 미션 3. 식량 구하기

 

다음으로 필요한 건 식량. 캠핑 오기 전 정독한 서바이벌 책에서는 해변은 조개와 해조류, 갑각류 등 식량을 구하기 쉬워 생존에 용이한 곳이라고 했지만, 막상 현실에서 부딪쳤을 때는 그야말로 멘붕! 전문가가 아닌 이상 무엇을 먹고, 안 먹을지 고르는 일 자체가 쉽지가 않았는데요.

 

 

뭐든 부딪혀 보자는 마음으로 야심 차게 낚시를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낚시 경험이 없는지라 던지는 족족 바늘은 바위에 걸리고, 줄은 계속 끊어지는 등 난관에 부딪혔는데요. 애초에 야생이라는 곳을 너무 만만하게 본 걸까요? 아무것도 걸려주지 않은 바다가 야속하기까지 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계획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됐지만, 곧 이런 상황에 딱 들어맞는 완벽한 명언이 생각났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낚시를 하다가 더워지면 바다에 뛰어 들어가 신나게 물장구 치다가 좀 쉬고 싶어지면 다시 낚시대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마음을 깨끗이 비운 덕분 일까요? 배가 고플 대로 고파서 야생이니 절약이니 하는 애초의 계획을 다 포기하고 싶을 때쯤 눈 먼 물고기 두 마리가 저에게 걸려들었습니다. 야호~!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이런 걸까요? 매우 작은 녀석들이어서 한 사람 끼니 해결 하기에도 부족한 양이었지만, 이것만으로도 마치 서바이벌의 최강 사나이 베어 그릴스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요리해 볼까? 행복한 고민 중

 

 

◆절약 미션 4. 모닥불 피우기

 

잡은 물고기들을 빨리 맛 보고 싶은 마음에 야생 캠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모닥불 피우기에 도전했습니다. 파이어 스틸(부싯돌)로 틈틈이 모아놓은 장작에 불을 붙였습니다. 생각보다 잘 되진 않았지만, 진정한 서바이벌을 경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10번이 넘는 시도 끝에 겨우 불씨가 붙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기쁠 수가! 야생에서는 작은 것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무 꼬챙이에 꽂힌 생선이 노릇노릇 익어갈 때쯤, 승봉도의 해변에도 짙은 해무가 밀려왔습니다. 길고도 길었던 하루도 이렇게 끝나갑니다.

 

 

◆절약 미션 5. 전기 에너지 없이 조명 사용

 

캠핑을 다니면 텐트 외에도 기본적으로 챙기는 장비가 헤드랜턴이나 스토브인데요. 야간에 시야를 확보하고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비들입니다. 하지만 이번 캠핑에서는 ‘에너지 절약!’ 을 위해 도끼와 태양열로 충전하는 루미네이드 랜턴으로 대체해봤습니다. 비록 효율은 떨어지고 좀 더 몸을 써야 했지만,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생각을 하니 크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루미네이드 랜턴 사용법!

 

1. 햇빛 방향으로 야외에서 7시간 정도 충전
2. 벨브를 통해 입으로 공기를 주입하고 벨브캡을 꼭 닫는다
3. LOW 빛 또는 HIGH 빛을 용도에 맞게 조절
4. 방수 제품이며 물에 뜨는 것이 특징
5. LOW 빛 – 최대 16시간, HIGH 빛 _ 최대 10시간 사용가능

 

 

기대보다는 서투른 야생 캠핑이 되었지만,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자족하며 잠시나마 자연인(?)이 되어 보았다는 것에 만족하며 승봉도를 떠났습니다. 이번 야생 캠핑을 통해 당연하게 사용했던 주변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고, 그것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번 여름, 저렴한 비용으로 에너지 절약을 몸소 실천해 보며,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으신 분! 지금 바로 승봉도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Tip. 승봉도 가는 길


인천항 여객터미널(www.dom.icferry.or.kr/pages)에서 자월도 가는 배편을 이용하면 자월도, 이작도를

경유하여 승봉도에 닿습니다. 여름 휴가철에는 하루 4번 이상 운항을 하지만 비수기에는 하루 1~2번 운항.

여객터미널 쾌속선을 이용하여 1시간 정도면 도착하고, 연안부두에서 카페리호(차도선)를 이용하면 소요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여유 있게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도방아머리 선착장(www.daebuhw.com)에서 오는 방법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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