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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에너지 100% 자립을 꿈꾼다, 덴마크 삼소 섬


기존 에너지 자원의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의 이유로는 충분하죠.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적용할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지역 주민들과 어떻게 상생할지 고민하는 과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덴마크에 있는 삼소 섬(Samso Island)은 신재생에너지 100% 자립화에 성공한 섬으로 유명합니다. 섬의 지형적, 기후적 특성을 잘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정부와 지역사회 서로가 윈-윈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기 때문이죠. 삼소 섬은 어떻게 지형적, 기후적 특성을 활용했을까요? 또 삼소 섬이 만들어낸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을까요? 지금부터 유스로거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노인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던 섬, 에너지 자립화를 시작하다


덴마크 삼소 섬 항공사진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삼소 섬은 덴마크에 있는 인구 4,200명, 면적 11.4㎢의 작은 섬입니다. 66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섬 인구의 20% 이상(덴마크 평균은 13%)을 차지하며, 지역 주민들의 평균소득은 낮았던 비교적 낙후된 지역이었죠. 이러한 섬이 어떤 계기로 에너지 자립화에 도전하게 됐을까요?

1997년, 덴마크 환경에너지부는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기 위해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개최합니다. 환경에너지부는 여러 개의 공모작 중 ‘삼소 섬의 에너지 자립화 프로젝트’를 우수작으로 채택하고, 삼소 섬을 10년 이내에 ‘에너지 100% 자립 섬’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웁니다. 이때부터 삼소 섬의 본격적인 에너지 자립화 프로젝트가 시작됐지요.


삼소 섬,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낼까?

덴마크 삼소 섬에 설치된 해상 풍력 발전 터빈


삼소 섬은 육상 풍력 발전 터빈 11기, 해상 풍력 발전 터빈 10기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해냅니다. 삼소 섬은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에너지를 생산해내기에 적절한 기후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한 것이죠.


삼소 섬은 전력 수요 100%를 풍력발전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잉여 전력은 수출되어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삼소 섬에 있는 풍력 터빈은 정부 혹은 기업의 소유일까요? 아닙니다. 육상 풍력 터빈 11기 중 9기는 섬 주민 개인 또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2기는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해상 풍력 발전 터빈 10기 중 5기는 삼소 섬의 자치정부 소유, 3기는 주민 공동 소유, 2기는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고요.


덴마크 삼소 섬에 설치된 육상 풍력 발전 터빈

<이미지 출처 - 플리커>


이는 수 차례의 주민회의를 거쳐 대부분의 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 시설들에 개인, 공동 소유 또는 협동조합 형태로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투자 형태는 주민들에게 잉여전력의 수출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었는데요, 가구당 연간 4백 유로 상당의 투자 수익이 생겨난다고 합니다. 


짚을 활용한 덴마크 삼소 섬의 난방시스템


삼소 섬은 풍력에너지 시설뿐만 아니라 태양열 및 바이오매스 연소 방법을 통해서도 난방 에너지를 얻고 있습니다. 섬 난방의 70%는 이러한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나머지 30%는 열펌프 등 새로운 난방시스템을 도입하여 충당하는데요. 특히 바이오매스 연소 방법은 삼소 섬에서 버려지는 밀짚을 활용한다는 점! 이 또한 지역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신재생에너지로 활용한 사례겠죠?



에너지 자립화의 원동력, ‘지역 주민들과의 관심과 참여’


덴마크 삼소 섬의 에너지 자립화 비결은 주민들의 협조


덴마크 정부는 삼소 섬 개발을 중앙정부의 개발계획 형태보다는 주민들의 폭넓은 참여를 기반으로 추진했습니다. 먼저 지역 주민들의 전반적인 특성을 파악하고 이들과 지속해서 소통하며 점차 개발해나가는 상향식(Bottom-up) 개발 형태를 지향한 것이죠.


이러한 노력은 지역 주민들의 신재생 에너지 활용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를 유도했고, 이는 삼소 섬의 에너지 자립화에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즉, 신재생 에너지 시설의 적용과 운용은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죠. 10년간 총 800억 원의 금액이 투자되었으며 이중 정부 보조금은 60억 원이었는데요. 정부 보조금이 전체 투자금액의 7.5%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지역 주민의 중요한 역할과 큰 비중을 증명합니다.


삼소 섬은 에너지 자립화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석유 에너지 절감, 환경 오염 개선의 효과뿐만 아니라 섬 주민들의 투자소득 증대, 관광수입 증대,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얻었다고 합니다. 섬 주민 1인 당 연간 200만 원 가량의 석유 구입비가 절약되었고, 풍력 발전 터빈에 대한 투자 수익, 지역난방공장 건설 및 각종 개인난방 교체 시 섬 내 인력 및 기술 활용을 통해 일자리까지 창출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 섬 유망주 ‘울릉도’


대한민국 울릉도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2014년,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울릉도를 에너지 자립 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합니다. 디젤 발전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의 울릉도 전력공급체계를 2020년까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에너지관리 시스템(EMS)이 융합된 신재생 발전원으로 대체할 예정입니다. 


바람과 태양 빛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 최근 여객선터미널, 해양센터 등의 증설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전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태풍이나 풍랑의 위협 크다는 점 등은 ‘한국의 삼소 섬’을 꿈꾸는 울릉도가 안고 있는 과제들입니다. 삼소 섬의 발전 사례처럼 울릉도의 지형적, 기후적, 시의적 특성을 고려하며 지속해서 연구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대한민국 울릉도


하지만 삼소 섬이 울릉도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보다도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를 끌어냈다는 점 아닐까요? 에너지 자립화에 성공한 가장 큰 원동력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막연한 캐치프레이즈보다는 먼저 지역주민들의 상황과 특성을 이해하고 대화하며 이들을 설득했던 정부의 노력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울릉도 지역주민 10,000여 명의 정책에 대한 이해와 협조가 없다면 아무리 뛰어난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무용지물이지 않을까요?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정부의 노력으로 에너지 자립화에 성공한 덴마크 삼소 섬 이야기, 잘 보셨나요? 울릉도 역시 삼소 섬의 사례를 거울로 삼아, 성공적인 에너지 자립화를 이루기를 기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