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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19세기, 미국을 반하게 만든 새로운 에너지 출현하다

 

조지 스티븐스가 감독하고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 그리고 제임스 딘이 열연했던 영화 ‘자이언트’를 아시나요? 1956년 작품인 이 영화는 현재까지도 고전의 힘을 보여주는 훌륭한 영화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제임스 딘의 생전 모습을 엿볼 수도 있죠. 또 한 가지, 이 영화의 매력은 19세기 미국의 석유 이야기도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유산으로 받은 목장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고, 제트 역의 제임스 딘은 돈더미에 오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소중한 자원인 석유, 우리가 언제부터 오늘날과 같이 석유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석유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왜냐하면 석유업계에서 7년 가까이 일했던 저도 쉽게는 답할 수 없었으니까요.


석유가 오래 전부터 지금 같은 형태로 존재했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 언제 등장했는지는 딱히 배운 바가 없죠? 지금은 석유 없이 살 수 없는 시대지만, 본격적인 석유의 시대가 찾아온 것은 얼마 전의 일입니다. 앞서 언급한, 영화 자이언트의 시대 말이죠.
 

▲ 영국 해군은 석유 엔진 도입으로 막강한 전력을 갖춘 적이 있다

 

1910년대만 해도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군함 연료로 석유를 선택하는 사안에 관하여 주저한 사례가 있을 정도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기존 석탄 기반에서 석유로 전환한 엔진을 도입, 영국 해군력 증강에 크게 기여했었죠.


석유에 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영화 자이언트 외에도 제가 최근에 읽기 시작한 ‘황금의 샘 (원제 : The Prize, 저자 : 대니얼 예긴)’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1991년 출간, 1992년 퓰리처 상 수상, 국내에는 1993년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입니다. 그 명성만큼이나 버릴 게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이 책은 주로 ‘석유’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석유기업 사례를 통해 미국에서 근대 기업이 어떻게 설립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자본주의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도 생생하게 조명되지요. 석유업계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록펠러,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 석유기업 Exxon Mobil, Chevron 등의 시초가 된 Standard Oil에 관한 내용은 관련 업계 사람에게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다고 느꼈던 내용 몇 가지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석유는 오래 전부터 유정지역에서 채취해 사용했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연료라기 보다는 다양한 형태로 사용했죠. 고대에는 현재의 중동, 일부 유럽지역에 약품, 일회성 연료, 건축재료와 무기 용도였습니다. 고대 로마에도 석유를 사용한 기록이 남아있어요.
 

▲ 등유 램프가 아니면 어둠 뿐이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다 조금 더 현대적인 용도로 석유를 사용한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1840년대에 이미 간단한 정제과정으로 등유를 만들었어요. 용도는 램프용 연료였습니다.


케로신이라는 상품명의 이 등유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래서 석유라는 이름보다 케로신 또는 등유가 훨씬 더 유명했어요.


1850년에 이르러 미국 펜실베니아주에는 등유를 대량생산하기 위한 ‘석유 선각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시작됩니다. 석유가 나올만한 지역을 찾아 시추하기 시작한 것이죠. 마치 금광을 찾듯, 사람들은 석유를 찾았습니다. 아주 Hot하고 Sweet한 사업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등유가 아니면 비싼 향유고래 기름(갤런당 2.5달러)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석유만 찾으면! 그 자체가 일확천금이었죠. 저라도 그 시대에 미국에 살았다면 기꺼이 석유를 찾아 땅을 팠을 것 같네요.


그러나 「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했던가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석유에 관한 지식이 전무했던 시대에 석유 시추 성공확률이 높았을 리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땅을 파다 금전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포기했을 것이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시추를 멈추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1859년 8월 27일 타이터즈빌에서 철도승무원 출신인 드레이크가 일을 냈죠. 지하 69피트 지점에서 검은 액체를 발견합니다. 타이터즈빌의 부동산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습니다. 제2의 드레이크를 꿈꾸면서 말이죠.
 

▲ 펜실베니아 주 석유 시추를 기념하여 1959년 발행한 우표


드디어 석유는 미국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릅니다. 1860년대의 펜실베니아 주에는 제2, 제3의 드레이크가 나타나죠. 그야말로 석유 붐이었습니다. 1870년대 초에는 석유거래소가 개설되어 선물거래의 인기 아이템으로 등극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록펠러가 석유의 역사에 등장합니다. 록펠러는 굉장히 차가우면서도 주도면밀한 인물로 알려졌는데요. 1865년 정유공장을 인수하면서 석유업에 뛰어듭니다. 1870년에는 스탠더드 오일회사가 설립되어 고도 성장을 이룩하죠. 그 과정에서 스탠더드 오일이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결국 여러 회사로 분할되고 마는데요. 이 부분은 추후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하여 다시 한번 여러분과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


석유가 인류에게 크게 부각된 지 약 150년이 지났습니다. 일부에서는 환경오염을 이야기하고, 유한하며 또 지역적 편향이 심한 석유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특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는 특히 부정적인 시선이 강하죠.

그러나 석유가 대량생산되지 않았다면, 인류 문명의 발전 속도는 매우 더뎠을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들이 대부분 석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석유 산업은 오늘날과 같은 고도의 산업사회 형성하고 새로운 문명을 가져온 고마운 물질입니다. 모든 인류에게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석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듯이 말이죠.
 

▲ Shale Gas를 향한 기대는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지금 미국에서는 약 150년 전의 펜실베니아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바로 ‘Shale Gas, Shale Oil’이 때문입니다. 석유의 대체 자원으로 Shale Gas, Shale Oil에 관한 기대는 매우 큽니다. 과연 Shale Gas, Shale Oil는 인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입니다.


‘황금의 샘’을 읽기 시작한 감회를 두서없이 몇 자 적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과 다양한 석유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먼 과거의 이야기겠지만, 역사가 반복되듯 이 책 속에는 우리에게 필요한 소중한 아이디어와 혜안이 담겨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