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도입선다변화의 주역, SK에너지 원유분석 현장을 가다

  

현대 사회에서 석유의 중요성이 큰 만큼 원유의 안정적인 수급이 곧 국가 에너지안보로 직결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국내 정유업계 1위이자, 글로벌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는 SK에너지는 중동산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율을 줄여 국가 에너지안보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경쟁력 있는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유 도입선 다변화의 노력을 끊임 없이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그 성상이 상이함에 따라 각 원유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게 공정을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인데요. 그렇다면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유종을 도입하여 세계 최고의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SK에너지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와인의 모든 것을 다루는 소믈리에(Sommelier)처럼, 완벽한 원유 정제를 위해 원유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 ‘유(油)믈리에’라고 불리는 SK에너지 석유품질관리2팀의 원유분석실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원유분석실은 1985년 울산 Complex에 기술 연구소가 생기면서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원유를 가공해 LPG, 휘발유, 등유, 경유, 벙커씨유 등의 다양한 석유제품을 생산하는데요, 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전세계에서 들여온 원유를 분석하고 분류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원유분석실의 주 업무랍니다. 

전세계 원유 300유종 900여개 이상 분석 처리

세계 각지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나라별, 지역별 생산광구에 따라 색깔, 점도 등이 상이하고, 원유 속에 포함된 성분 비율이나 불순물 종류도 제각각 다릅니다. 다양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정제하기 위해서는 원유에 대한 철저하고 정확한 사전 분석 작업이 필수! 원유의 성상이 달라지면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정제과정에서의 온도, 압력 등의 운전 조건도 변화를 줘야 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이유로 정유 공장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출발점이 유종 별 원유의 성분 분석을 하는 원유분석실의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석유품질관리2팀에서 분석 처리한 원유는 전세계 원유 300유종, 900여개 이상! 국내 정유사 중에서 가장 다양한 원유 샘플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비결은 바로, 정유 공장의 핵심 설비인 상압증류탑을 축소해서 만든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라는 특별한 설비가 있기 때문입니다! 

▲ 정유 공장의 핵심 설비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울산 Complex로 들어오는 다양한 원유를 파일럿 플랜트에 투입해 실제 정유 과정과 똑같이 테스트를 진행하여 분석 결과를 얻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원유의 배합 비율을 조정하고 정유공장의 운전 조건 등을 설정한 후 최종 석유 제품 생산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중요한 자료를 ‘크루드 어쎄이(Crude Assay)’라고 해요. 원유와 원유의 증류를 통해 얻은 제품의 수율, 성상을 모아둔 자료이죠. 다양한 원유를 분석한 크루드 어쎄이가 없다면 공장 운영 자체가 어렵습니다. SK에너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크루드 어쎄이를 보유하고 있답니다~

다양한 분석과 증류 작업의 정유 과정을 거치면 불순물이 있었던 원유는 맑은 석유 제품이 되어 나오게 됩니다. 이곳에서 원유 샘플 1개를 정제하는 데는 6일, 성분 분석부터 최종 보고서 작성까지는 3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또, 원유 구매 특성 상 긴급히 샘플 분석을 요청할 때도 있어요.

원유분석실의 분석 결과 중에서 작은 수치 하나라도 잘못되면 회사 전체의 피해를 막대하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데이터는 신중하고 정확하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이랍니다!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국내 최고의 분석력

수입 원유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분석 작업의 난이도 역시 점점 높아지는 상황. 온도, 범위 등 원유마다 다른 특성에 따라 장비의 반응도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변수를 예측해 장비의 설정을 달리해줘야 합니다.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원유들의 특성을 파악하려면 상당한 시간을 들여 정확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이 원유분석실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 상압증류탑을 축소해서 만든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국내 최고의 분석력을 증명한 중요한 사건이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정유가 되지 않는 원료를 발견한 것입니다. 실패의 실패를 거듭했지만 팀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정유를 시도했고, 결국 원유에 10%의 물이 들어있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어떻게 알아냈냐고요? 물 함량이 많으면 정유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을 응용해서, 거꾸로 물을 모두 제거하는 방법을 써서 발견하게 된 겁니다.

마침내 제품의 성분을 확인하는 데 성공하는 것은 물론, 원유 수입사를 상대로 물 10%에 대한 보상을 전액 받아낼 수 있었답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다, 경질유의 벙커씨유 생산

대형 보일러와 디젤 기관 등에 주로 사용하는 벙커씨유는 국내에서도 소비가 높은 제품입니다. 이 벙커씨유는 중질유로만 사용되고 있었지만, 실제 벙커씨유를 정유 해보면 5% 정도의 소량의 경질유가 나옵니다. 이것을 손실 없이 회수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대부분 벙커씨유에서는 경질유가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도전에 망설이지 않는 석유품질관리2팀에서는 새로운 실험을 시작합니다. 바로, 벙커씨유에서 경질유를 찾아보기로 한 것입니다. 단가가 높아 회사의 수익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는 경질유. 수 차례의 실험을 거듭한 끝에 팀원들의 한계를 뛰어 넘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원유분석실에서 장비 생산? 최초의 국산 장비 설계

1991년 어느 날, 증류 설비에 갑자기 원인 모를 누수가 발생했습니다. 당시에는 장비가 고장 나면 관련 부품을 독일업체로부터 받아야 했는데, 국내까지 도착시간이 최고 3개월이 걸리는 터라 자칫 공정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죠. 석유품질관리2팀은 장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매번 해외 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을 해결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국내에 없는 장비들을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무모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죠. ^^

 

증류 설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히터. 당시에는 히터를 만들 수 있는 국내 업체가 드물었는데요, 부산, 대구 등 히터만 만드는 전문 회사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직접 방문해 얻은 자료조사와 확인한 가능성을 토대로, 설비를 제작할 수 있는 재료와 업체를 선정하고, 수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증류 설비의 일부를 자체 제작하는 데 성공을 이뤄냈습니다! 장비를 수입하느라 공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었던 문제가 해결된 것뿐 아니라 기존 장비 구입비에서 약 1/7 정도 절감하는 성과까지 만들어냈답니다.

여기서 멈출 팀원들이 아니죠! 관리와 유지보수까지 확실히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다시 힘을 모았습니다. 원유 분석의 주요 증류 설비 수명은 평균 10년 남짓이지만, 유지 보수를 잘 한다면 수명을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비용절감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 팀원들은 장비들을 분해하고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팀원들의 적극적인 역량 제고의 의지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평균 수명이 10년 남짓이었던 주요 증류장비를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실제 오퍼들도 20년 동안 유지하고 관리가 잘 된 장비를 보고 감탄한답니다~

협력. 그리고 자부심

석유품질관리2팀에서 만든 원유 처리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원유 구매 시 곧바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서도 타사들보다 앞서가고 있는데요, 팀원들의 끊임 없는 도전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특히 조그만 문제라도 발생하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는 협력과, 그것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는 자부심으로, 석유품질관리2팀의 팀워크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습니다.

▲ SK에너지 정제공장 '울산컴플렉스'

다양한 원유를 안정적으로 정제하기 위해 오늘도 정확하고 세밀한 분석을 하는 원유분석실! 세계 유수의 정유사와 차별화되고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원유 정제의 첫 단추를 꿰며 SK에너지를 움직이는 원유분석실의 활약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