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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상도역 오시오 떡볶이 - 감성을 자극하는 맛 ①

상도동(중대앞) 오시오 떡볶이


교복을 입기 시작했을 때부터 유스로거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분식쟁이'였습니다. 선생님의 감시를 피해 야간자율학습을 빠져 나와 향하는 곳도 대개 분식집이었어요. 친구들과 함께 '저희 왔어요~'라고 익숙하게 인사를 건네면 정겹게 대답해주시고, 딱히 주문하지 않아도 익숙하게 떡볶와 튀김 그리고 순대를 배부를 때까지 챙겨주시던 가게 아주머니가 기억납니다. 졸업 후 이사를 하고, 스승의 날을 겸해서 학교에 방문했을 때 아주머니가 생각나 분식집을 들렀더니 마치 어제 왔던 것 마냥 익숙하게 맞아주셨던 그 모습이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대학생이 된 이후로 가장 그리웠던 것이 바로 이런 분식집의 부재였습니다. 맛은 둘째 치더라도 친한 친구 어머니나 옆집 아주머니가 챙겨주는 느낌의 분식집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생활의 활력소가 딱히 없던 새내기 시절에 어느 날 선배가 중앙대학교 후문 어귀에 있는 '오시오 떡볶이'를 추천했습니다. 몇 십 년 동안 같은 곳에서 떡볶이만을 고집하고 있는 집이자, 대학생들의 허기진 배를 푸짐히 채워주시던 할머님께서 돌아가신 뒤에도 그 아들이 계속해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선배는 말했습니다. 왠지 이곳에서는 유스로거의 지난 추억이 떠오를 것만 같았습니다.


오시오 떡볶이 - SK에너지 블로그


작고 허름한 분식집으로 들어가니 점심시간이 아님에도 좁은 가게 안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메뉴를 먹을까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는 다른 분식점과 달리 이곳은 오직 떡볶이 하나로만 승부합니다. 

 


떡볶이는 반드시 1인당 1인분 이상을 시켜야하고, 만두는 기본적으로 떡볶이 안에 들어가있습니다. 원한다면 만두를 더 추가하면 됩니다.

 

난로 - sk에너지 블로그


함께 방문한 유스로거들 모두 많이 출출해서 떡볶이에 만두를 추가했습니다. 가게 중앙의 난로와 자꾸 떠오르는 훈훈한 기억들로 인해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자리 주변에 따뜻한 기운이 돌았어요.


떡볶이 - sk에너지 블로그


드디어 떡볶이 입장! 국물이 가득 담긴 그릇에서 떡을 들어올려 한 입 물었습니다. 바로 뚝 끊기지 않는 쫄깃쫄깃한 식감! 어렸을 적에 그 느낌이었습니다. 기계로 떡을 자르는 게 아니라 사장님이 직접 손으로 떼는 요리법에서 이러한 쫄깃함이 나오는 것일까요?


더 특이한 것은 양념이 오직 설탕과 고춧가루뿐이라는 점입니다. 뭔가 다른 비법이 숨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꽤 깊은 맛이 떡과 만두 사이에 베여있었는데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자극적이고 화끈한 양념을 배제한 느낌입니다. 떡볶이 특유의 맛을 잘 살려낸 점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건더기를 다 건져먹고도 왠지 아쉬워서 유스로거들은 숟가락으로 떡볶이 국물을 계속 떠 먹었습니다. 


상도역 오시오 떡볶이 - sk에너지 블로그

 

천천히 떡볶이를 즐기는 내내 다른 테이블은 계속해서 손님이 바뀌었습니다. 아직 자리에 앉지 못한 대기 손님들이 우리에게 무언의 압박을 주고 있는 듯 했어요. ^^; 조금은 쌀쌀했던 그 날, 훈훈했던 오시오 떡볶이를 빠져나가고 문을 닫는데, 왠지 모를 아쉬움이 또 한번 밀려왔습니다. 다음에는 학창시절에 떡볶이 가게를 점령하곤 했던 오래된 친구들과 다시 한번 찾아오리라 , 유스로거는 다짐했습니다.


실내에 들어서면 안경이 뿌옇게 변하는 계절입니다.  곧 있으면 골목 곳곳이 눈과 얼음으로 덮일 것입니다. 외투 지퍼를 목까지 끌어올리고 주머니에 두 손을 넣어봐도 어디론가 자꾸 추위가 스며든다면, 생각만으로 따뜻해지는 학창시절 추억의 맛을 찾아 분식집에 들러보는 건 어떨까요? 가게 문을 열면, '춥지? 어여 들어와. 여기가 따뜻해 일로 와 앉아.'라며 주인집 아저씨, 아주머니가 음식보다 더 뜨끈한 마음을 건네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