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나 와인에 대한 정보는 넘치지만, 우리 ‘전통주’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나요? 전통주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공통으로 ‘우리 땅에서 생산된 쌀을 주재료로 하고’, ‘전통적으로 가꾸어 온 고유의 양조방법으로 만든’, ‘어떠한 화학첨가물도 들어가지 않은 자연발효에 의한’ 술을 말합니다. 뜻처럼 전통주에는 우리 민족의 생활 습관과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는데요. 전통주야말로 역사의 산물이며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에 의해 선택되어 온 공감의 산물입니다. 우리 선조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전통주를 우리부터 잘 알아야겠죠? 자, 그럼 지금부터 전통주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우리 문화가 담겨있는 전통주 종류
전통주의 종류를 설명하기 전, 먼저 주류를 분류하는 법을 먼저 설명할까 합니다. 주류는 제조방법, 주류의 원료, 발효방식에 따라 분류됩니다. 특히 ‘제조방법’으로 분류를 하는데요. 제조방법으로 나누면 ‘양조주류, 증류주류, 혼성주류’가 있습니다. ‘양조주’는 미생물이나 효소를 이용해서 원료를 발효시키는 술을 말하고, ‘증류주’는 양조주보다 더 순도 높은 술을 만들기 위해 양조주를 서서히 가열하여 증발한 기체를 모아 냉각시켜 얻은 고농도의 술을 말합니다. ‘혼성주’는 양조주나 증류주에 과일이나 색소를 첨가한 것을 말합니다. 양조주로는 탁주와 청주가 있고 증류주로는 소주가 있습니다.
주류의 원료는 크게 ‘전분질’과 ‘당질’로 분류하고 있는데요. ‘전분질’은 곡류,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으로 만든 고운 분말을 말하고, ‘당질’은 분해돼서 단당류가 되는 물질을 말하며 탄수화물이라고도 부릅니다.
‘발효방식’은 크게 1회의 발효만 거치는 ‘단발효’와 전분이 당이 되는 당화과정을 거친 후 발효되는 ‘단행복발효’, 당화와 발효가 동시에 일어나는 ‘병행복발효’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자면, 단발효로는 포도의 당질이 한 번의 발효공정으로 술이 되는 와인이 있고, 단행발효로의 예로는 맥주가, 병행복발효의 예로는 청주와 탁주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통주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전통주는 ‘가향주’와 ‘약주’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전통주의 원료는 멥쌀, 찹쌀, 보리쌀, 좁쌀, 수수 등이고 계절마다 그때그때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꽃과 열매를 이용해서 풍미를 더합니다. 이처럼 술에 꽃이나 과일껍질 등 자연물의 향기를 첨가하는 술을 ‘가향주’라고 합니다. ‘약주’는 꽃뿐만 아니라 풀뿌리나 나무껍질 등의 맛과 향, 그리고 ‘약성’을 첨가한 술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우리 술이 단순한 음료가 아닌 자연의 멋을 함께 즐길 줄 아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화 그 자체랍니다. 세계적으로 술에 향을 첨가하여 즐기는 민족은 굉장히 드물답니다.
더불어 전통주는 대부분 ‘병행복발효’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요. 같은 쌀이라도 백설기, 인절미, 개떡, 구멍떡 등 다양한 종류의 떡을 만들어서 빚거나 밥을 설 익히거나 고두밥을 지어서 빚는 등 쌀을 가공하는 방법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쌀을 가공한 후 발효하는 과정에서 전통주는 야생 효모를 이용하여 자연발효하기 때문에 술의 해로운 영향이 덜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전통주의 종류는 사회적, 기후적, 지리적인 영향에 따라 그 종류가 수없이 다양합니다. 그러나 현재에는 크게 청주, 탁주, 소주로 나누어서 생산되고 있는데요. 어떤 제품들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전통주
백일 동안 만든 술, 계룡 백일주
▲ 출처 : 계롱백일주몰(링크)
‘백일 동안 술을 익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계룡 백일주’는 충청남도 지정 ‘무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된 명인이 만드는 술입니다. 조선 시대 때에는 ‘백일 소주’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임금님께 진상하는 술이었답니다. 찹쌀, 백미, 진달래꽃, 국화꽃을 넣고 빚어 양조한 후 증류한 소주인데요. 장기간 발효시키기 때문에 진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경주 최씨가의 전통, 교동법주
▲ 출처 : 교동법주(링크)
경주 최씨가의 술로 알려진 ‘교동법주’는 조선 시대 숙종 때 궁궐에서 수라상을 돌보던 최국선이 처음 빚었답니다. 약 삼백 년 동안 최씨 가문에서 이어져 내려온 술로, 찹쌀 누룩을 주원료로 한 청주입니다. 청주는 예로부터 겨울에만 마시기 때문에 여름에는 생산하지 않는답니다. 교동법주는 순하고 부드러워서 많이 마셔도 숙취가 없기로 유명합니다.
진달래꽃 향을 느낄 수 있는, 면천두견주
▲ 출처 : 면천두견주(링크)
‘두견주’ 역시 교동법주와 같이 찹쌀을 주원료로 한 전통주인데요. 다른 전통주와는 달리 ‘진달래꽃(두견화)의 향’이 두드러집니다. 고려 개국공신인 복지겸이 면천으로 낙향 중 아픈 딸을 위해 아미산의 진달래꽃과 안샘물을 이용해 술을 빚어 마시게 하자 병이 깨끗이 나았다는 관련 설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두견주는 전통 청주치고는 도수가 약 18도로 높은 편이지만 진한 진달래향이 술에 부드러움을 더합니다.
고려 시대 왕이 마시던, 문배주
▲ 출처 : 문배주(링크)
‘문배주’는 메조와 찰수수를 이용해서 빚는 순곡의 증류주인데, 신기하게도 문배나무 과실의 향이 난다고 하여 문배주라 부른다고 합니다. 문배주는 고려 시대 때 신하들이 왕께 진상하던 전설적인 술 중 하나였습니다. 증류주라 도수가 약 40도에 가깝지만, 어떠한 첨가물도 없기 때문에 목 넘김이 부드럽고 뒷맛이 깔끔하답니다.
700년의 역사, 명인 안동소주
▲ 출처 : 명인 안동소주(링크)
‘안동소주’는 고려 시대부터 현재까지 약 700년의 역사를 지닌 술로, 안동지방의 천연암반수와 순쌀로 만든 누룩을 사용해서 쌀이 산화할 때 나는 ‘화근내’가 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또, 막걸리 상태에서 증류하지 않고 청주를 한 번 더 발효시켜 증류하여 맛과 향이 더 깊답니다.
순수 국내 유기농 쌀로, 참살이 막걸리
▲ 출처 : 참살이 막걸리(링크)
‘참살이 막걸리’는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순수 국내 유기농 쌀’로만 빚은 탁주입니다. 경기 ‘무형문화재 제13호 막걸리 장인’의 기술로 탄생한 막걸리이랍니다. 불필요한 탄산이 발생하지 않아서 마신 후에 불쾌한 트림이 나오지 않는다 하는데요. 더불어 막걸리 하면 생각나는 숙취와 두통, 위장의 불쾌감이 없다고 합니다.
독특한 우리나라 술 문화
우리나라는 독특하게도 술을 약으로 인식하고 마시는 ‘약주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약재를 첨가하여 빚은 술’만을 약주로 여기지 않고 거의 모든 술에 약효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겨울에 손님이 오면 술을 데워 대접하여 몸을 덥히고, 식사 때는 소화를 돕기 위해 반주를 하는 등의 문화가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 몸에 활력이 생기기에 예부터 ‘약주 문화’는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를 담은 음주문화로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실제로 쌀을 주재료로 한 우리 술은 음식 대부분이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우리 식문화와 어울려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대사기능을 촉진해 건강에 이롭답니다.
또한, 우리나라 술은 ‘도리’와 ‘예절’, ‘정성’이 녹아 있는데요. 서양의 술은 강한 알코올 도수를 이용해 살균능력과 마취력을 가져 질병을 치료할 때 쓴 반면, 우리 술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술을 대접할 때는 ‘도리’와 ‘예절’을 갖추고, 술을 빚을 때는 마시는 사람의 건강과 최고의 맛을 위해 ‘정성’을 다해 만드는 정신이 바탕이 되었답니다.
서울 안에 전통주 맛집
종로3가, ‘싸립문을 밀고 들어서니’
종로 빌딩 숲 사이에 작은 한옥식 전통주점이 있습니다. 바로 ‘싸립문을 밀고 들어서니’인데요. 막걸리와 함께 가을 국화, 문배주, 진도 홍주, 전주 이강주 등의 전통주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저는 해물파전과 ‘솔잎민속주’를 마셨습니다. 솔잎민속주는 막걸리에 솔잎을 갈아 넣은 술로 알싸한 막걸리 맛에 상쾌함을 더했습니다. 해물파전은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 맛도 깔끔하고, 재료도 넉넉히 들어가 있어서 저녁 대신으로 충분했답니다.
인사동, ‘여자만’
인사동 학고재 거리에는 다양한 전통 맛집들이 모여 있는데요. 그 중 남도제철음식을 먹을 수 있는 ‘여자만’에 가봤습니다. 여자만 들어갈 수 있어서 여자만이 아니라, 순천만의 옛 이름인 ‘여자만’을 딴 이름이랍니다. 메뉴도 꼬막과 매생이 등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메뉴가 돋보였습니다. ‘전통주’로는 여러 종류의 막걸리와 함께 안동소주, 복분자주 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왕꼬막’과 함께 ‘고흥유자막걸리’를 마셨는데요. 쫄깃한 꼬막의 맛과 탄산이 적어 부드러운 유자막걸리의 맛이 잘 어울렸습니다.
인사동 학고재 골목에 있는 한옥 식당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한식과 함께 제주 오메기주, 국화주, 죽순주, 더덕주 등 다양한 전통주도 팔고 있으니 한 번씩 골라서 가보는 건 어떨까요? ^^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일제강점기 때 맥이 끊겼거나 사람들이 더이상 찾지 않아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과하주는 서양의 가장 기본적인 와인인 ‘포트와인’보다 300년이나 앞섰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의 전통주는 역사가 깊고,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우리가 전통주의 깊은 맛을 즐길 줄 알고, 관심을 둔다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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