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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우리나라 전통 부채, 아름다운 바람의 역사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종이의 화려한 탄생?

우리나라 전통 부채, 아름다운 바람의 역사

 

요즘 같은 더운 날씨에 무의식적으로 부채질할 때가 많죠? 보통 부채를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사실 부채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발명품이랍니다. 특히 우리 선조는 뛰어난 기술로 다양한 부채를 만들었고 그 부채를 통해 멋을 살릴 줄 알았답니다. 자, 그럼 함께 전통 부채의 아름다움에 대해 알아봅시다!

 

 

중국, 일본으로 수출까지~ 전통 부채의 역사

 

인간이 최초에 썼던 부채는 어떤 부채일까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부채 형태는 경상남도 의창군 다호리의 고분에서 발견된 부채 자루랍니다. 이 부채 자루에는 약 12개의 깃털을 꽂는 구멍이 있습니다. 각각의 구멍에 깃털을 꽂으면 훌륭한 깃털부채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형태의 부채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부채의 기원 격인 '부채 자루'입니다.

▲이미지 출처: 디지털창원문화대전 홈페이지(링크)

 

깃털부채 이후에는 어떤 부채가 있을까요? 바로 가죽부채입니다! 가죽부채가 깃털부채 이후에 사용되었다고 추측하는 이유는 깃털을 모으는 것보다 가죽을 다루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가죽부채 다음에는 비단부채를 사용했는데요. 비단부채는 그 모양이 온전하게 보전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부채이기도 합니다. 고려 공민왕 때 고려의 건국 공신에게 하사했던 부채로, 아주 귀중한 문화재입니다.

 

비단 이후에 가장 많이 쓰인 재료는 종이입니다. 우리나라의 닥나무 한지가 특히 내구성이 좋고 가볍다 알려졌습니다. 또한 오랜 수명을 자랑하기 때문에 종이로 만든 부채도 그 역사가 꽤 깊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그러나 문헌이나 유물이 전해지고 있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종이부채가 발전하여 고려 시대 때에는 이미 접는부채가 발명되었는데요. 이는 중국보다도 훨씬 앞선 기술로, 당시 송나라에서는 고려선이라고 불리면서 굉장히 귀하게 여겨졌다고 합니다. 더불어 조선 시대 때에는 중국이나 일본에 수출까지 했다고 하니 부채가 국위선양 역할도 톡톡히 해냈네요.

 


소재와 모양에 따른 전통 부채의 종류

 

깃털로 만든 부채, 우선(羽扇)

 

우리나라 전통 부채 중 우선 종류 중 '공작선' 이미지 입니다.

▲ 공작선 이미지 출처: KOCCA (링크)

 

우선은 깃털로 만든 부채를 말하는데요. 그 종류로는 공작의 깃털로 만든 공작선, 부채 자루의 조각이 학의 모양인 백우선, 꿩의 꼬리 깃털로 만든 치미선, 까마귀와 같은 검은 새의 깃털로 만든 오우선 등이 있습니다.

 

둥근 모양의 부채, 단선(團扇)

 

우리나라 전통 부채의 종류인 단선 중 태극선과 세미선 이미지입니다.

▲ 태극선과 세미선 이미지 출처: 한국전통이미지DB(링크)

 

단선은 고대에서부터 사용했던 둥근 모양의 부채를 말합니다. 가장 단순한 모양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부채입니다. 옛말로 방구부채라고도 불립니다. 그 종류로는 태극모양이 들어가 있는 태극선, 연잎 모양의 연엽선, 오동잎 모양의 오엽선, 파초의 잎처럼 생긴 파초선, 조류나 어류의 꼬리 모양을 본뜬 미선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부채 중 단선 종류인 '팔덕선' 부채의 이미지입니다.

▲ 팔덕선 이미지 출처: 한국전통이미지DB(링크)

 

더불어 우리나라 담양에서 대나무로 만든 팔덕선(八德扇)도 단선 중 하나입니다. 팔덕선이란 대부분 부챗살이 없어서 막 다루기에 좋은 부채인데요. 여덟 가지 덕을 볼 수 있어 팔덕선이라 불립니다. 여기서 여덟 가지 덕이란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물리치고, 해충을 물리치고, 덮개로 쓰고, 햇빛을 가리고, 들판에 앉을 때 쓰고, 쓰레받기로 쓰고, 물건을 머리에 일 때 쓰는 여덟 가지의 용도를 말합니다. 우리 선조에게 부채가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접었다 펼 수 있는 부채 접선(摺扇)

 

우리나라 전통 부채 중 접선이 '합죽선' 이미지입니다.

▲ 합죽선 이미지 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링크)

 

접선은 말 그대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부채입니다. 접어서 쥐고 다닌다 하여 쥘부채라고도 하고, 부챗살과 대나무를 풀로 합하여 만들었다 해서 합죽선이라고도 부릅니다. 접선은 부챗살과 변죽의 모양, 수, 재료, 색상 그리고 종이의 색상과 그려진 그림 등에 의해 종류가 나뉩니다.

 

예를 들면, 부채 자루의 끝이 물고기 머리처럼 생긴 부채는 어두선, 뱀처럼 생긴 부채는 사두선이라 부릅니다. 변죽에 박달나무를 대면 단목선, 먹감나무를 붙이면 흑시선, 갓대를 대추나무로 만들면 조목선이라 부릅니다. 또 종이의 색이 흰색이면 백선, 옻칠하여 검으면 흑칠선, 붉은색으로 칠하면 홍선이라 부릅니다.

 

접선은 옛 선비들이나 승려들이 문장을 외우던 습관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옛 선조는 얇은 대나무 막대에 글을 적어놓고 밑을 손으로 잡고 접었다 폈다 하면서 글을 외웠는데요. 날이 더우면 대나무 막대를 손에 쥔 채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거기서 착안해 대나무 막대 위에 종이를 붙여 접선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다양한 용도의 부채, 별선(別扇)

 

우리나라 전통 부채 별선 중 윤선과 진주선입니다.

▲ 윤선과 진주선 이미지 출처: 한국전통이미지DB(링크)


별선이란 바람을 일으켜 열을 식히는 용도 이외에 다른 용도로 쓰이는 부채를 말합니다. 그 종류도 다양한데요. 햇볕을 가릴 때 쓰는 윤선, 얼굴을 가리는 차면선, 맹세의 증표로 쓰는 합심선, 무당들이 굿을 할 때 쓰는 무선, 혼례 때 얼굴을 가리는 혼선, 궁중에서 공주가 혼례 때 얼굴 가리개로 쓴 진주선 등이 있습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전통 부채의 멋

 

우리나라 전통 부채에 그려진 송학선도 이미지입니다.

▲ 부채에 그려진 송학선도 이미지 출처: 한국전통이미지DB(링크)

 

전통 부채에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석류, 버섯, 복숭아, 연꽃과 같은 식물 문양은 다복, 다자를 상징하고, 봉황, 박쥐, 용, 나비와 같은 동물, 곤충 문양은 부귀와 상서로움을 뜻한답니다.

 

우리나라 전통 부채에 그려진 산수도 이미지 입니다.

▲ 부채에 그려진 산수도 이미지 출처: 한국전통이미지DB(링크)

 

접선에는 부채 면에 시를 적거나 그림을 그려 넣었는데요. 그림에 어울리는 시 구절을 함께 적어 놓기도 하고, 지인에게 부채를 줄 때 하고 싶은 말을 시로 표현하여 주기도 했답니다. 또 양반 남자들은 옷을 모두 갖춰 입고 마지막에 부채를 챙겨야 비로소 몸가짐을 끝내고 외출했답니다. 술잔을 기울일 때는 부채 바람을 살랑살랑 부치면서 여유를 만끽하고,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면 부채로 가볍게 장단을 맞추면서 풍류를 즐겼습니다.

 

이처럼 부채는 단순히 더위를 식히는 생활 도구일 뿐 아니라 소통의 창이었고, 자신을 우아하게 꾸미고 표현할 줄 아는 선조의 지혜였으며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예술품이었답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부채공예는 선물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몇몇 장인들만이 영세하게나마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오랜 부채 역사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부채 제작에 적합한 대나무와 한지 생산지입니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움을 지닌 부채 문화를 뽐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제 부채는 에어컨과 선풍기에 밀려 더위를 식히는 용도는 많이 무색해졌지만 전통 부채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급 특산 공예품과 패션 아이템,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격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이로운 유스로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