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찰손실까지 포함해야 에너지 총량이 보존된다
에너지란 물리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빗면 꼭대기에 놓인 구슬은 빗면을 따라 굴러 내려갈 능력이 있는 반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구슬은 다른 물체를 밀어낼 능력이 있는데요. 물리학에서는 이런 능력을 각각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라고 부르죠.
이렇게 수많은 에너지는 상호 간에 전환될 수 있습니다. 끓는 물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주전자 뚜껑을 들썩일 정도로 힘이 좋은데요. 바로 열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뀐 것입니다. 구슬의 위치에너지는 빗면을 내려오면서 운동에너지로 전환된 것이고요.
에너지가 전환될 때 그 총량은 항상 일정합니다. 가령, 롤러코스터는 꼭대기에서 거의 정지해 있다가 레일을 내려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데요. 위치에너지는 꼭대기에서 최대이지만 운동에너지는 바닥에서 최대입니다. 높이가 낮아져 위치에너지가 줄면 그만큼 운동에너지가 늘고, 반대로 운동에너지가 줄면 그만큼 위치에너지가 늘어나는 것이죠.
이를 열역학 제1법칙, 또는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고 합니다. 이 법칙에 따르면 롤러코스터가 꼭대기에서 내려와 바닥에 평평하게 설치된 레일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일정한 속도로 평생 달릴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요. 바로 마찰 때문입니다. 롤러코스터가 달릴 때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레일이 뜨거워지는 것도 바로 마찰로 인해 운동에너지가 소리나 열 형태로 새어나갔기 때문이죠.
전기는 열보다 3배 귀한 고급 에너지
그렇다면 마찰로 새어나가는 소리나 열을 다시 모아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는 없을까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이는 불가능한데요. 이유는 에너지가 일정한 방향으로만 전환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운동에너지는 소리나 열로 100% 바뀔 수 있지만, 소리나 열은 운동에너지로 전환되기 어렵습니다.
화석연료를 태운 열로 기계적 동력(운동에너지)을 만드는 것도 19세기가 되어서야 가능해졌죠. 하지만 열이 운동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은 30~4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공급된 열의 3분의 2는 허공으로 사라지게 되는데요. 이를 ‘에너지 전환손실’이라고 부릅니다.
전기를 만들려면 그의 3배에 해당하는 열을 투입해야 하는데 열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전기는 열보다 3배 귀한 고급에너지입니다. 반면, 전기로 바뀌지 못한 나머지는 모두 열로 소실되어 유용한 에너지로 변환되더라도 사용한 뒤에는 결국 모두 열로 전환돼 버려지는데요. 예를 들어 전기를 사용한 조명의 빛에너지는 결국 열로 전부 사라지죠.
보통 열, 난방 등은 ‘저급 에너지’, 석유, 가스, 전기 등은 ‘고급 에너지’에 속하는데요. 석유나 석탄, 천연 가스 등 1차 에너지를 태운 열로 직접 난방을 하는 등유 난로나 가스 난로는 효율이 80~90%에 달하지만 국내 상당수의 가정과 사무실에서 등유 난로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입니다. 난로의 빈 자리는 냉난방 겸용 에어컨이 차지하고 있죠. 그 결과 2012년 전력 사용량은 2002년보다 68% 늘어난 반면 등유 사용량은 65% 줄었습니다.
“전환손실 1% 줄이면 원전 1기 대체 효과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차 에너지 가운데 74.7%만이 최종에너지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나머지 25.3%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사라지는데요. 한국개발연구원은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특히 국내 전환손실의 약 95%가 발전, 즉 1차 에너지를 전기로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데요. 최근 10년간(2002~2012년) 국내 전력소비는 매년 5.3%씩 늘어났고, 이에 따라 전환손실도 매년 5.6%씩 늘어왔습니다.
전기를 쓸 때마다 2배에 해당하는 열에너지가 발전소에서 사라진다고 합니다. 그 열에너지는 고스란히 기후 변화를 일으키죠. 발전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알고 보면 발전 비용이 소비자 요금보다 훨씬 비싼 경우도 있습니다.
전기는 어떤 에너지와도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 왔습니다. 사람들도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안전하고 편리한 에너지인 전기를 선호했는데요. 전기의 이점을 계속 누리기 위해서는 전환손실을 줄이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 이 기사는 대한석유협회가 발간하는 <석유와 에너지 294호>, 동아사이언스 우아영 기자의 ‘전환손실 줄여야 값싼 에너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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