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감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병원에 가면 보통 의사의 진료를 받은 후 심할 경우 주사를 맞고 마지막으로 약국에 들러 조제약을 받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나게 됩니다. 주사기, 플라스틱 약통, 수액을 담는 링거용 팩에 불편한 몸을 대신하는 인공 장기까지, 지금부터 병원에서 쓰이는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찾아보겠습니다.
1. 약품
우리가 먹는 알약, 몸에 바르는 바세린은 물론, 화장품에 들어가는 미네랄오일까지. 우리가 먹고 바르는 약품들이 석유 추출 성분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우리 몸을 낫게 하고 건조한 피부를 보완해주는 약품들은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내복약
흔히 우리가 먹는 약을 말하며, 약의 원료가 되는 것이 바로 석유입니다. 석유를 정제하면 수많은 탄화수소 분자들이 분리되는데요. 이후 분자에 다양한 화학 반응을 적용하면 각 증상에 맞는 약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최근에는 화학적 방법뿐만 아니라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법으로 약을 만들기도 하죠.
2) 바세린
건조한 피부에 탁월한 보습효과를 보이는 바세린. 1857년, 펜실베이니아의 한 석유공장 인부들이 석유 추출 과정에서 발견되는 물질인 Rod Wax(로드왁스)를 상처에 바르기 시작했는데요. 화상이나 상처 부위의 치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발견한 Robert Chesebrough(로버트 체스브로) 박사가 다양한 실험 끝에 바세린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물과 잘 섞이는 수용성 물질인 바세린은 실제로 보습효과가 뛰어난데요. 현재는 화상 약품과 각종 연고, 립밤이나 보습제의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3) 미네랄 오일
바세린과 마찬가지로 석유 추출 과정에서 나오는 포화탄화수소인 알칸 종류와 파라핀을 주원료로 삼고 있는데요. 화상 치료나 세균 연구에 사용되며 가축 치료용 백신이나 냉각제, 윤활유는 물론 피부의 수분을 지키는 보습제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2. 각종 플라스틱 병원기구
석유로부터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어떤 분자를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게 되는데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LDPE, HDPE, PET의 성분이 되는 고분자들이 화학적으로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사실입니다. 병원에서는 주로 화학약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데요. 다양한 병원기구를 만드는 데 쓰이는 석유화학 물질을 알아보겠습니다.
1)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
LDPE는 저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부드러운 성질을 가지면서 동시에 산이나 염기 물질에도 잘 버티는 등 안정적인데요. 병원에서는 약품을 담는 용기의 뚜껑으로 사용하고, 투명성과 유연성이 좋아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랩의 원료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2)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HDPE는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고분자들이 서로 오밀조밀하게 붙어있어 단단하고 딱딱한 성질을 갖는데요.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은 무독성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병원에서는 주로 약품을 담는 용기로 만들어집니다.
3)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일반적으로 탄산음료 용기로 사용되는 PET는 열과 약품에 강해 병원에서는 1회용 멸균 주사기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는데요. 가공이 쉽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주방에서는 조미료 용기로, 마트에서는 청량음료 용기로 만날 수 있습니다.
3. 인공장기
신체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신체 일부를 상실하면 장기이식수술을 받게 됩니다. 자신의 장기 일부를 이식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쉽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조직과 장기를 받자니 장기 기증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데요. 이럴 때 피부와 가장 비슷한 특성을 가진 석유화학 물질로 만든 인공장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인공장기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인공혈관의 재료 테플론
일반적으로 프라이팬의 주성분인 테플론은 열에 강한 특성을 가지는데요. 음식물과의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열전도율이 낮아 편하게 요리할 수 있게 도와주고, 테플론 성분의 고분자를 압축시켜 관처럼 만들면 실제 혈관처럼 유연한 인공 혈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2) 인공관절의 재료 폴리에틸렌
정형외과에서 인공 고관절 및 습관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고밀도 폴리에틸렌. 단단하며 잘 닳지 않아 인공관절을 대체하기에 적합하고, 뼈가 어긋나거나 부러졌을 때, 혹은 관절 사이의 마모가 심할 때 우리 몸의 일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3) 뼈 접착제 PMMA
PMMA(폴리메틸메타크릴레이트)는 주로 뼈나 치아를 붙이는 접착제로 쓰이는데요. 각종 화학반응에 안전하고 투명성과 굴절률이 좋아 하드 콘택트렌즈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4. 실리콘
성형수술에 많이 사용되는 실리콘은 규소 계열의 합성고무로, 안정성이 뛰어난 소재인데요. 열에 강하고 전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인공 코, 귀, 가슴 등 신체 일부와 비슷한 피부를 재현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합성고무는 생체친화성이 좋아 의료용 재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용되고 있는 석유화학의 모습을 찾아봤습니다. 석유화학은 단순히 아픈 곳을 낫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느새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스며들어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는데요. 실로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석유화학이 앞으로 세상을 한 뼘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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