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 파문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당장 전세계적으로 리콜에 들어갈 비용만도 수십조 원에 달할 전망이며, 한국도 배기가스 조작 여부를 조사 중에 있는데요.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태는 폭스바겐 내부에서 발생한 스캔들이지만 이로 인해 디젤차 자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디젤이 가솔린과 더불어 상당기간 자동차를 구동시키는 연료로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이는 디젤차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전기차나 수소차 등이 현실화되기에는 많은 장벽들이 있어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것 입니다. 이로써 폭스바겐 사태의 본질은 클린디젤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배기가스 조작이라는 윤리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는데요. 앞으로 세계 자동차 전쟁에서 한국은 어떤 입장과 정책을 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유럽이 디젤차를 선택한 이유
디젤차는 디젤유(경유)를 연료로 달리는 차입니다. 디젤은 탄소 원자가 10개이상(C12 ~ C20) 결합해 있는데 일각에서는 디젤이 탄소 원자가 8개인 가솔린보다 완전 연소가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공해 물질이 많이 방출되는 “더러운” 연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은 아닌데요. 연료의 연소 정도는 탄소 대 수소 비에 좌우되는데, 디젤과 가솔린은 이 비율이 1 대 2 가량으로 유사합니다.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가솔린은 밀도가 작은 기름이고, 에너지도 적게 내는 데 비해, 디젤은 가솔린 보다 밀도도 높고 에너지도 많이 낸다는 의미인데요. *아보가르도 법칙에 따라 이론적으로 완전연소가 될 때 나오는 오염물질의 양은 가솔린과 디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입니다.
* 아보가르도 법칙 : 같은 온도와 압력에서 기체들은 그 종류에 관계없이 일정한 부피 속에 같은 개수의 분자를 포함한다.
디젤차는 우수한 연비에 비해 시꺼먼 연기를 내뿜는 배기가스와 냄새 등을 이유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비호감 차’로 인식 되어 왔는데요. 그러다 갑자기 ‘호감’으로 바뀐 이유가 있었으니, 바로 연료 소비효율 즉 연비 때문입니다. 사실 디젤은 원래 가솔린보다 연비가 좋았었고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배기가스도 정화가 되기 시작했는데요. 또한, 엔진 자체의 효율이 워낙 높아 출력이 셌으며, 연료의 밀도가 높아 연비 효율을 높이는데 이득이 되었습니다.
연비는 보통 연료 1L를 넣고 몇 km를 달릴 수 있는가로 판단하는데, 디젤은 비중(물의 밀도에 대한 액체의 밀도 비)이 0.83 정도로 가솔린의 비중인 0.75 보다 높은데요. 이는 같은 부피의 연료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외에도 디젤차는 다른 차에 비해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탄소배출량에 따라 자동차세를 과세하고 유해 배출물 규제 (PM, HC + NOx, CO)가 지속적으로 강화된 유럽(특히 독일)에서는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차의 이러한 장점들을 일찍이 발견하고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현재 디젤엔진개선의 원천기술은 거의 유럽계 회사들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폭스바겐 사태, 지나친 욕망이 화를 불러
자동차 회사들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가격입니다. 우선, 차를 개발하기 전, 시중에 어느 정도의 판매가로 내놓을 것인가를 판가름 한 후 개발에 착수하게 되는데요. 사실 아무리 좋은 차를 출시 하더라도 동급대비 가격이 높으면 소비자가 외면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개발자들은 환경 규제와 연비, 성능, 가격 경쟁력을 놓고 소비자 마케팅을 위한 다양한 저울질을 하게 되는데요.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미국의 거대 자동차 시장을 먹기 위해 환경과 연비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놓고 지나친 욕심을 부려 화를 초래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이슈가 되었던 폭스바겐 사태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정리를 해볼까요? 디젤차의 치명적인 단점 중 하나인 불완전연소 문제 개선을 위한 디젤기술 개발은 바로 커먼레일과 터보엔진의 진화로 인해 가능했는데요. 아울러 배기가스 문제는 디젤분진필터인 DPF (Diesel Particulate Filter)와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인 EGR (Exhaust Gas Recirculation) 등의 후처리 장치를 통해 크게 개선되어 왔습니다.
EGR은 생성된 질소산화물을 엔진의 연소장치에 다시 집어 넣어 연소실의 온도를 낮추는 방법을 의미하는데요. 연소실의 온도가 낮아지면 질소산화물의 양이 줄어들지만 연소실의 온도가 낮아지면 출력과 연비가 떨어지는 게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EGR이 이번 폭스바겐 사태의 중점이 되는 내용인데요. 폭스바겐에서 컴퓨터 제어장치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후, 실험실 안에서만 EGR이 가동되도록 조작한 것입니다.
또한 디젤차는 추가적으로 질소산화물(NOx)를 줄이기 위해 2차 저감장치인 희박질소촉매장치(LNT•Lean Nox Trap)와 선택적 촉매 환원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장치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비교적 배기량이 작은 차는 LNT를 사용하고 있고, 배기량이 큰 2,500cc 이상의 차에는 SCR을 장착하여 유로6 기준에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디젤차량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면서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친환경 차량으로 인정받았는데요. 폭스바겐은 이러한 기술을 악용해 저가격에 많은 차를 팔고자 SCR을 사용해야 할 대형차에 LNT를 사용했고 소프트웨어 조작 등을 통해 클린디젤 이미지를 실추시킨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 LNT의 가격은 50만원 정도이지만 SCR은 200만원 가량의 가격대를 형성
3. 클린디젤, 아직은 우리나라를 살릴 기술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클린디젤의 기술 발전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을 망각하게 하고, ‘클린디젤은 허구’라는 냉정하지 못한 감정에 빠져들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우리나라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사실 디젤의 기술 발전과 조작 이슈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미 “보쉬” 등이 오래 전 디젤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의 소프트웨어의 조작 가능성을 경고했듯이, 환경규제에 따른 기술 발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인데요. 우리나라에는 국제적인 연비규제 도입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없으며, 당장 디젤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는 전기차나 수소전지차를 합리적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습니다. 또한, 전기차,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등 아직도 대중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차에 대한 막연한 장미빛 전망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정치적 구호만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인데요.
현재 유로 6기반의 클린디젤은 유럽에서 친환경차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은 앞으로도 2~30년은 우리나라가 수출에서 경쟁해야 할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요. SUV와 CDV(car derived van, 다목적차)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은 수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디젤차라는 증거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디젤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통해 승용 디젤에서도 확실한 입지를 다져야 수출시장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는데요. 더불어 러시아, 중국,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의 경기침체가 바로 수출 적신호로 이어지거나 북미, EU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출전선은 늘 바람 앞에 등불일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선진 유럽 시장은 대부분 디젤입니다. 유로6기반의 클린디젤은 국가적으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발 지원과 대중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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