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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유가하락으로 인해 발생하는 역오일쇼크란?



신문의 경제칼럼을 유심히 들여다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 유가의 상승과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동조화 될 때가 많습니다. 세계 증시는 유가가 50달러 선까지 상승하면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 주가가 동일한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기폭제는 유가향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유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좋을 것 같은데 왜 유가하락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요?


최근 3년에 걸쳐 유가가 110불에서 30불까지 하락하였고 다시 50불 수준으로 올라온 상황에서, 각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유가하락으로 경제가 더 활성화되었다는 소식보다는 불황탈출을 위한 구조조정 독려, 정부의 경제정책팀을 질타하는 내용의 칼럼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는데요. 이러한 저유가 시대에 성장동력이 떨어지면서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현상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것을 바로 경제전문용어로 “역오일쇼크” 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 역오일쇼크의 뜻을 간략하게 살펴보면서 앞으로 우리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역오일쇼크란? 


역오일쇼크란 석유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계 경제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역오일쇼크가 발생할 경우 먼저 산유국의 경제가 불황에 빠지게 되는데요. 석유를 수입하는 입장에서는 좋은 듯 하지만 역오일쇼크로 인한 물가하락이 디플레이션을 일으키면서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즉, 유가가 급격히 상승하는 오일쇼크도 경제를 악화시키지만 반대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을 뜻하는데요.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자동차 운행비용, 난방비도 저렴해지고 석유로 만든 제품의 가격도 하락하게 되는데 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냐 하는 것이죠. 이에 대해 좀 더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역오일쇼크 멕시코의 사례 (1982~85년)


유가 하락을 달가워하지 않는 국가는 석유로 재정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는 중동, 남미의 산유국들입니다. 실제로 1980년대 멕시코의 사례를 보면 석유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어떻게 한 나라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는 지 여실히 보여주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오일머니”라는 단어를 들으면 먼저 아랍국가들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산유국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남미국가가 있으니 바로 멕시코 입니다.


멕시코는 불안한 정국 더불어 에체베리아 대통령이 실시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해 1976년 외환위기를 겪게 되었는데요. 뒤이어 취임한 로스 뽀르띠요 대통령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집권초기 석유와 가스 유전 개발에 적극 뛰어들었고 마침 대규모 육상/해상유전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에 멕시코는 정부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산유국 경제로 변모를 시도하게 되는데요. 멕시코의 원유채굴산업의 전성기는 1970년대 말쯤이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하게 됩니다.





멕시코 정부는 풍부한 원유의 가채 매장량을 바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제조업, 원유설비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습니다. 예상 채굴량을 담보로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에서 외채를 도입하였고, 때마침 맞이한 고유가 상황으로 인해 당시 멕시코의 연 성장률은 5%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는데요. 1980년 멕시코 정부는 유가가 계속 상승할 것을 예상하고 재정지출을 늘리게 됩니다. 실제로 멕시코는 1980년 GDP 대비 재정지출을 7.5%에서 1981년 14.1%로 약 2배 가까이 늘렸는데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세계 유가는 1981년 33달러/배럴에서 1982년 28달러/배럴, 1983년에는 25.2 달러 선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때문에 멕시코 정부의 재정수입은 극도로 감소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여기에 저유가로 인한 전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막 취임한 레이건 행정부는 인플레 억제를 위한 고강도의 고금리 정책을 펼치게 되었는데요. 이는 외채로 재정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었던 멕시코에게 치명타였고, 결국 멕시코는 외채상환유예(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되어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2) 멕시코의 데쟈뷰 브라질의 사례 (2015년~)


역오일쇼크로 타격을 입은 것은 비단 멕시코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유가가 120불대를 넘나들던 2012년, 브라질은 해저 심층유전의 발견으로 매장량이 15배가 상승하게 되었는데요. 이에 근거 없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자국 내 복지정책과 에너지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풀었는데요. 이 자금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차입한 외채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차입금을 끌어들여 복지자금과 원유채굴사업에 투자를 하였는데, 현재 유가는 2012년 유가의 30% 수준으로 하락했는데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라질이 빌려온 돈의 상환일이 도래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연방준비은행 총재 쟈넷 엘런은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천명한 상태이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계속 원유를 증산할 계획인데요. 또한 저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모든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만약 브라질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된다면 이는 멕시코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후폭풍이 예상되며, 세계 경제 10위안에 들어가는 경제대국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될 경우, 앞으로의 세계경제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2. 유가하락이 가져올 수 있는 전지구적인 디플레이션


이러한 사례들은 한마디로 원유탐사에 과도하게 “배팅”한 자원대국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멕시코나 브라질은 원유를 채굴하니까 당연히 석유의 가격이 하락하면 크게 타격을 입겠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입니다. 이런 와중에 왜 역오일쇼크가 우리나라에 피해를 입힐 수 있느냐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지만 이러한 논리가 무조건 틀렸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유가하락이 기회가 될 수 있는데요. 기업들은 생산단가가 하락하게 되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난방유, 운송용 유류 등의 가격이 하락해 삶이 질이 향상될 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현대 경제는 전세계적으로 금융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사실 개별국가의 입장에서 ‘유가가 떨어지니까 디플레이션이 왔다’ 이런 식으로 연결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는 경제학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경기 침체가 유가 때문이라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요. 


문제는 전지구적인 경제상황 입니다. 2012년 발생한 유럽의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회복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은데요. 뿐만 아니라 이제는 G2로서 미국과 대등하게 성장한 중국의 경제 역시 점차 그 활력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지나치게 빠른 유가 하락은 각 나라들의 물가 상승률을 낮추고 사람들과 기업들의 공포심리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물가하락이 왜 나쁜 것(점진적인 인플레이션이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일까요? 물가하락은 경기침체를 불러오고 투자자들의 심리를 악화시켜 설비 투자 등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하락할 경우 사람들은 소비를 늘리기 보다 오히려 더 가격이 하락하기를 기대하며 소비를 줄이고, 기업들 역시 과감한 투자보다는 규모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서거나 방어적인 전략으로 일관 할 수 있다는 것이죠.





3. 역오일쇼크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주목


그렇다면 이러한 역오일쇼크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무엇일까요? 최근 매체에서는 연일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우울한 소식이 많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조선, 철강, 해운, 유화업계의 구조조정 소식이 매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을 정도인데요. 이 모든 것이 저유가 때문만은 아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또다시 과잉투자에 의한 경제위기의 망령이 어른거리고 있는 상황임은 틀림없습니다.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유가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인 만큼 우리 기업들이 유가의 상승과 하락에 흔들리지 않도록 튼튼히 기초체력과 Risk 관리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유가하락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고, 하락 시에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어 튼튼한 기초체력을 갖춘다면 유가 하락이라는 외부환경이 곧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SK에너지와 함께 저유가시대에 따른 역오일쇼크의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유가하락에 따른 많은 이해관계들이 한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지만 영원한 여름이 없고 차가운 겨울도 곧 지나가 듯이 세계경제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세계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역오일쇼크의 실체, 과연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 지 연구하면서 더욱 더 주목해봐야 할 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