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뛰어넘는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든 전기차 테슬라의 '모델3'는 현재 불과 2천만 원에 구매할 수 있는데요.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유지비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정유회사는 물론 자동차 정비, 부품 업체 등은 재앙의 위기를 맞이하겠지만 소비자들은 소득 증대, 사회는 깨끗한 환경이라는 외부효과(externalities)를 얻을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머스크,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 빌 게이츠 등 억만장자들은 불가능하게 보였던 기술에 천문학적 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요. 이들이 추진하고 있는 우주개발, 질병 치료, 인공지능 등은 사업 가능성도 높지만 인류와 지구와 직면한 문제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1. 아시아 슈퍼그리드 시작의 배경
대부분의 사회 갈등은 분배를 둘러싸고 일어나는데요. 한정된 자원을 더 차지하기 위해 무력을 키우거나 이데올로기를 만들거나 아니면 배타적인 분배동맹을 만들어 내곤 합니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술은 생산성의 증대를 통해 분배의 딜레마를 해결하곤 하는데요.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은 미국에서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 손정의가 제안한 아시아 슈퍼그리드 (supergrid)가 현실화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한데요.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 이후 손정의는 러시아, 인도, 중국, 한국, 일본까지 아시아 각국을 송전선(그리드)으로 연결하고,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로서 발전한 전력을 거래한다고 하는 ‘아시아 슈퍼그리드’를 제안했습니다. 손정의는 이를 위해 몽골의 고비사막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직접 투자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유럽의 EU와 같은 공동체가 없는 아시아 지역에 각국의 전력망을 통합한다는 구상은 처음에는 비현실적으로 보였지만 갈수록 공감대는 넓어지고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 그 실현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30일 한국의 켑코(한국전력공사), 중국 최대 송전회사인 국가전망(電網)공사,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BG), 러시아 송•배전 회사 '러시아•그리드' 등이 다국간 송전망 연결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는데요. 이들 회사들을 불러 모은 것은 원전이나 화력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국제적인 유통을 통해 안정화하고, 소비국의 전기요금 인하를 도모하자는 목적 때문이었습니다. 국가 간 전력계통을 연계하면 부족한 전기를 사오고 남는 전기를 되팔 수 있는데요. 불필요한 발전소 건설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니 각국에 이득이 되는 셈입니다.
2. 아시아 슈퍼그리드의 필요성
이제 시대의 대세가 된 전기자동차 발전의 중요한 인프라는 충분한 전기의 공급인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차량 약 2천만대 가운데 0.1%인 2만대의 차량이 전기차로 전환하게 되면 핵발전소 하나의 용량이 필요하게 됩니다. 1%가 되면 핵발전소 10개를 만들어야 하는데요. 원자력은 당장은 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처리 비용이 높고 안정성 문제로 더 이상 추진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결국 값싼 석탄이나 가스를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소가 대안이지만 이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환경오염의 대안으로 전기자동차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발전소 증설로 환경오염을 피할 수 없다는 ‘전기자동차의 딜레마’가 나타나고 있어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보다 넓은 시각화와 새로운 기술 발전을 주목하여야 합니다.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값 싼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대안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과 그것을 연결하는 슈퍼그리드입니다. 우리나라의 연료별 발전 비율은 2013년 기준으로 유연탄(석탄)이 37.5%로 가장 많으며, 원자력이 26.9%, 그 뒤를 복합화력 (LNG) 발전이 24.1%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현재 OECD 국가 중 한국만이 CO2 배출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지리적 여건상 비쌀 수 밖에 없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에만 매달린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제이기도 한데요. 이에 대한 대안은 외국에서 생산된 값싼 신재생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입니다. 몽골의 초원에서 생산된 태양광, 극동 러시아 산림지대의 수력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전기를 국가 간 전력연계를 통해 우리나라로 들여오는 것이야 말로 솔로몬의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아시아 슈퍼그리드의 향후 해결 과제
아시아 슈퍼그리드 사업의 가장 큰 기술적인 난관은 바로 직류송전입니다. 몽골, 러시아 오지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서울, 도쿄 등 소비지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전력 손실 없이 대규모로 송전이 되어야 하는데요. 초고압직유송전 (HVDC: High Voltage Direct Current)은 발전소에서 발전되는 고압의 교류전력을 반도체 스위칭 소자를 이용하여 고압의 직류전력으로 변환시켜 송전한 후, 전력을 필요로 하는 지역에서 다시 전력 변환기를 이용하여 교류전력으로 재변환시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직류송전방식은 교류송전의 문제점이었던 전력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대안인데요. 최근 미국, 중국, 브라질, 인도 등에서 HVDC 기술이 점차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HVDC 송전망의 단점은 고압의 대용량 전력용 반도체를 이용한 설비이기 때문에 변환설비 장치와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인데요. 그러나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경제성 문제를 갈수록 실현 가능한 문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아시아 슈퍼그리드의 가장 큰 문제점은 HVDC,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것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와 거버넌스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가 간 전력거래를 위한 장기선도계약과 현물시장 등 다양한 방식이 조합된 전력거래 시스템, 도소매 전력거래 모델 등이 마련 되는 동시에 국가 간 전력연계를 위한 거버넌스가 구축이 되어야 함이 틀림 없는데요. EU가 철강공동체에서 시작하였듯이 아시아 국가들도 슈퍼그리드 구축을 통해 지역 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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