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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협업으로 만든 자동차 랠리파이터

 

 

‘공개, 공유, 협력’ 이 세 가지 패러다임으로 자동차를 제작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좀 특별합니다. 자사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아니라 자동차 제작에 참여를 원하는 외부 전문가들이 프로젝트를 주도합니다. 게다가 제작과정을 전부 공개하며 적절한 ‘태클’을 환영합니다. 이른바 ‘오픈소스’를 자동차 산업에 적용한 것입니다.

 

오픈소스

 

오픈소스는 컴퓨터프로그래밍에서 시작된 개념입니다. 소프트웨어의 원제작자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하면, 사용자는 제작자의 권리와 요구를 지켜주는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변형, 재 배포할 수 있습니다. 즉, 유통업자 혹은 사용자가 상품 제작에 참여하는 시스템입니다. 여러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픈소스 프로그램이 바로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입니다. 구글의 휴대용 장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는 어느 기업이나 무료로 사용하며 누구나 기호에 맞게 변형할 수 있습니다. 단지 많은 기술이 필요할 뿐이죠. 그 덕분에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은 안드로이드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어디까지나 실체가 없는 상품입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복사를 통해 수백 수만 가지 형태의 결과물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오픈소스라는 개념 아래 널리 공유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다릅니다. 실체가 있고 또 목숨과 직결된 상품이니까요.

 


누구나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자동차?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는 거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폐쇄적인 기업활동을 펼칩니다. 새로운 신차를 만들기 위해 수천 억의 개발비와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하죠. 게다가 완성 전까지는 차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런 상식을 깨고 탄생한 자동차 랠리파이터(Rally Fighter)에 세상은 깜짝 놀랐습니다.

 

모든사람의 힘으로 나온 하나의 생각

 

랠리파이터를 내놓은 회사는 ‘로컬 모터스(Local Motors)’라는 기업으로 2013년 당시 직원은 12명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디자이너, 엔지니어, 자동차 전문가를 모집했고 현재는 ‘로컬 모터스 커뮤니티’에 수만 명이 활동 중입니다. 그렇게 모인 전문가들이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한 토론과 협력을 거치면서 대기업 못지않은 자동차를 완성했습니다. 현재는 고객이 직접 디자인해 요구사항을 제시하면 그 요구에 맞춰 전문가들이 세부사항을 조정해 자동차를 만들어주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랠리파이터 사진입니다.
▲ 랠리파이터, 출처 : 로컬모터스 홈페이지(CLICK)

 

로컬 모터스의 최고경영자 존 로저스(John Rogers))는 소비자와 기업의 협업이야말로 미래로 나가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이 신념을 바탕으로 탄생한 차가 사막, 비포장도로용 자동차 랠리파이터입니다.

 


랠리파이터 성능, 파헤쳐보자!

 

랠리파이터 사진입니다.
▲ 랠리파이터, 출처: 로컬모터스 홈페이지(CLICK)

 

이런 배경을 듣고 나면 자동차의 성능부터 의심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지만 결국, “직원은 12명뿐인 회사에서 얼마나 좋게 만들 수 있겠어?”라고요.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절대 무시할 수준이 아닙니다. 이미 공인된 좋은 부품을 사서 쓰기 때문에 성능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랠리파이터는 265마력에 최대토크 58.8kg.m. 심지어 불필요한 부품을 줄여 무게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외관은 날렵하고 단단해 보입니다. 사막이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 필요한 건 다 갖추었죠. 디자인 또한 한 명이 독단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투표를 통해 최고의 디자인을 뽑았습니다. 그 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다시 한 번 최적화를 거쳤습니다. (최종 디자인의 디자이너가 한국인 김상호 씨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현재 랠리파이터의 기본가격은 9만 9천 달러입니다. 만약 소비자가 원하면 디자인 변경과 여러 가지 옵션을 추가할 수 있어 천편일률적인 자동차가 아니라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단지 비용이 조금 비싸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요.

 


로컬 모터스의 도전은 계속된다

 

3d 프린터로 자동차를 만든다

 

로컬 모터스는 현재 3D 프린터기를 활용해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이 있으면 단기간에 시제품을 생산, 보완할 수 있도록 해 생산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디자인으로만 존재하던 꿈 같은 자동차가 도로 위에 등장할 날도 머지않았겠죠?

 


소비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신개념 생산•소비 형태

 

 

User engagement

 

로컬 모터스가 지향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협업은 앞으로 산업계의 큰 축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갈수록 다변화되는 세상에서 ‘나만의 것’을 찾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자동차라고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튜닝시장의 규모가 한해 100조 원에 가깝다는 건, 그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어차피 바꿀 거라면 처음부터 내 입맛에 맞는 차를 사는 게 오히려 경제적으로 효율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로컬 모터스의 ‘소규모, 고효율’ 정책의 성공은 그래서 더욱 주목해야 합니다. 

 

앞으로 로컬 모터스는 더욱더 약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틀을 벗어나 새로운 상식을 만드는 도전. 우리가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숙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로컬 모터스’가 등장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