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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이 길은 누구의 것일까요?


"이 길이 우리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가만히 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많은 생각이 듭니다. 결국에는 이 길로 많은 것이 이어지고 결국 하나가 되니까요."


10월의 어느 날 에너조이가 만난 조현일 대리의 말입니다. 조현일 대리는 SK에너지 아스팔트사업부에서 수출을 담당하는 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에너조이가 조현일 대리를 만난 이유는 1993년부터 시작한 대중국 아스팔트 수출과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스팔트는, 아시다시피 정유 공정의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남은 것으로 만든 석유 제품 중 하나입니다. 현대적인 정유시설이 갖춰지기 전에는 ‘찌꺼기’로 분류되기도 했지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던 누군가가 아스팔트를 고안했고 덕분에 우리가 아는 도로에는 대부분 검정색 아스팔트가 깔려 있습니다.


SK에너지의 아스팔트는 처음에 대한민국의 길을 만드는 데에 사용했습니다. 3면이 바다로 이뤄진 대한민국은 해상무역에는 분명 득이 있었지만, 지형이 고르지 못한 까닭에 항구에서 내륙 수송이어려운 나라였습니다. 



증기기관으로 먼저 세상 빛을 본 기차만이 유일하게 빠른 운송수단이던 때도 있었지요. 결국에는 기차도 석유 제품으로 달리게 되었지만 말이죠^^. 그 후에 가장 현대적인 운송수단인 자동차가 무역과 개인의 이동까지 담당하게 되는데요. 아스팔트가 없었다면 자동차가 지금처럼 유용한 운송수단일지는 미지수입니다.


비단 아스팔트뿐만이 아닙니다. SK에너지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고도 성장과 직결됩니다. 기름은 나지 않지만, 원유를 정제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인 이득이었습니다. 나아가 SK에너지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게 되니 대한민국은 자연스럽게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1993년, SK에너지는 중국시장에 진출합니다. 누구보다 ‘좋은 길’이 요원했던 중국 정부는 좋은 아스팔트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정유사는 좋은 아스팔트를 만들 기술력이 없었고요. 그래서 많은 아스팔트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시 중국 아스팔트 시장을 지배하던 정유사는 어디였을까요?


바로 엑슨모빌과 같은 미국의 대규모 정유사였습니다. 석유왕 록펠러가 설립한 엑슨모빌 아스팔트에 SK에너지 아스팔트가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입니다.


“당시 SK에너지 아스팔트는 중국이 원하는 품질 규격을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 오히려 중국에 유통되는 타 회사 아스팔트보다 더 좋다는 평가도 있었어요. 도전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죠. 일본이나 동남아 메이저 정유사도 같은 이치로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우선 SK에너지는 지리적인 장점이 컸어요. 가까우니까 더 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었죠. 품질도 좋은데, 가격도 싸잖아요.”



1993년의 중국은 상식적인 생각으로 당연히 SK에너지 아스팔트를 선호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대형 정유사의 텃세 그리고 중국 시장 관계자의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SK라는 브랜드에 전혀 인지도가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 초반의 대한민국 입지와 중국의 입지 차이도 분명히 있었고요. 엑슨모빌 하나로도 벅찰 텐데 쉘 같은 기업까지 주리를 틀고 있으니 중국 시장에서 SK라는 브랜드가 통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중국에 SK에너지 판매 법인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 제품에 관한 자신감과 열정이 없었다면 대중국 아스팔트 사업은 수포로 돌아갔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일단 한 번 써보기만 해달라, 는 식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렇게만 하면 어떻게든 SK에너지 아스팔트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으니까요. 또 북경에 연구소를 마련해서 중국 시장과 기술 교류회도 가졌습니다. 가장 자신 있는 기술적인 측면을 어필하려고요. 시연회도 열고 강연도 했고요.”


조금씩, 길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슈퍼팔트’라는 이름에 맞는 품질이 중국시장에서도 통한 것입니다. 슈퍼팔트는 기존에 아스팔트라는 이름으로 유통하던 제품보다 내구성이 좋고 방수성도 뛰어난 제품이었습니다.


“운전하시는 분들께서는 쉽게 이해하실 텐데, 특히 비 오는 날에 운전하다 보면 물이 많이 튈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어요. 미끄러움도 적게 느껴지는 도로가 있는데, 슈퍼팔트는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도로에 속할 정도의 품질을 자랑했죠. 아무리 시장이 보수적이고, 편견이 세도 아스팔트 사업 관계자라면 언제나 좋은 품질의 아스팔트를 원했을 텐데 SK에너지 아스팔트가 바로 그런 아스팔트로 등장했던 것 같아요.”


현재 중국에서 수입하는 아스팔트 수입 규모의 40% 이상이 SK에너지의 제품입니다. 벌서 20년째 중국에서 그 입지를 이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2004년, 중국 수출량이 100만 톤을 돌파한 이후로도 꾸준히 개발하고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SK에너지 아스팔트가 2015년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넘버 원으로 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호주 시장 공략이 화두인데요. 호주는 친환경 관련 규제가 엄격한 나라에요. 아스팔트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죠. 호주에 아스팔트를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세계에 5군데가 채 안 되요.”


SK에너지가 다시 한번, 중국에서처럼 호주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하는 물음에 조현일 대리는 호주 시장 진출 자체만으로 고무적인 일이라 대답했습니다.


“호주 규격을 맞췄다는 것만으로 SK에너지 아스팔트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거죠. 또 호주 시장에서는 중국 시장 진출 때처럼 SK 브랜드 인지도가 전혀 없는 상황도 아니에요.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아시아태평양 아스팔트 시장 1위도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이번 여름에 잠시 휴가를 가서 머리를 식히려고 했어요. 새로운 풍경도 보고 재충전하면서 일에 관한 생각은 되도록 안 하려고 그랬는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어디를 가나 길이 보여요. 길만 보인다고 해야 하나? 이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또 어디서 만든 아스팔트로 이뤄졌는지 궁금해져요. 그렇게 저도 길 위에 잠시 서게 되더라고요.”


이 길은 누구의 것일까요? 참 모호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가 다니는 길에 소유권을 따지는 것도 참 부질 없는 짓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길을 만드는 데에 온 힘을 쏟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이 담긴 길이 잘 닦여 곧게 뻗은 것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멈추게 되는 것입니다. 


에너조이가 만난 사람, 아스팔트 사업부 조현일 대리의 꿈은 언젠가 SK에너지 아스팔트가 유럽 대륙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도화 시설 확대로 아스팔트 생산량이 점차 줄고 있어서 지속적인 노력이 이어진다면 완전히 불가능한 꿈도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꿈을 향해 전진할 수 있는 그만의 길이 펼쳐지기를, 에너조이가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