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개봉한 영화 <김씨 표류기>를 기억하세요? 우연히 한강 밤섬에 떨어진 남자의 생존기를 다룬 영화였죠. 영화로 유명해진 밤섬은 국제 습지 보호 조약인 람사르 협약으로 보호 및 관리를 받고 있는 습지인데요. 서울에 이와 비슷한 형태의 습지가 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것도 한강 위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 바로 뒤편에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단지 뒤편에 있는 ‘둔촌동습지’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둔촌동습지는 2000년에 서울시에서 두 번째로 지정한 생태보전 지역으로, 철근과 시멘트로 뒤덮인 서울 도심 속에서 생태계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다운 습지가 생길 수 있었을까요?
위 사진이 아파트 단지의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습지의 모습이에요. 아파트 단지 바로 뒤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은 숲 속과 비슷한 풍경을 보여줍니다. 습지는 아파트 주민에겐 적당한 습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아이들에겐 훌륭한 자연 놀이터를, 동물들에게는 삶의 터전을 선물했습니다.
둔촌동습지를 얘기하면서 주공아파트 할머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할머니는 습지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보시고는 직접 손으로 오리나무를 해치는 넝쿨을 걷어내고, 함께 해충을 잡아 줄 사람을 모으고, 사비를 털어 습지의 쓰레기를 치우셨다고 해요.
이러한 노력에도 도로건설계획으로 습지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국제습지보호조약기구인 람사르 총회에 편지를 보내 도움을 청하셨다는데요. 할머니의 편지로 둔촌동습지에 관심을 가진 람사르 아시아 담당관이 직접 이곳을 방문했고, 언론과 구청의 관심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일은 지금까지 주민들이 습지를 지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해요.
둔촌동습지의 연못에는 깨끗한 곳에서만 산다는 대농갱이, 버들매치와 같은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고, 멸종위기 식충식물인 통발도 살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습지의 오리나무 숲은 황조롱이, 오색딱따구리, 제비와 같은 수많은 동물의 삶의 터전입니다.
둔촌동습지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할머니가 둔촌동습지를 보자마자 “이곳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한 매력이 어떤 건지 알게 된답니다.
아무리 희귀한 동식물이 사는 곳이라 해도 그곳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누군가에게 설득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저 흙길을 밟으며 느끼는 편안함, 나무그늘에서 부는 바람이 주는 시원함을 느끼며 결국 나 자신이 자연에서 왔으며 다시 자연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본능에 의지할 뿐입니다. 평생을 희생하며 자식을 키운 어머니의 희생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는 것처럼, 항상 베풀기만 하는 자연에 고마워함은 마땅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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