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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필수 불가결의 에너지원, 석유가 만드는 세상


석유, 과연 우리 생활의 어디까지 들어와 있을까요?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석유는 그 이름값만큼이나 쓰임새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문명의 혜택을 입고 있는 사람이라면, 석유 없는 생활은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산업과 가정의 에너지원으로 근대산업사회 발전의 밑거름이자 지속 성장을 이끌어 온 중요한 기초 원료인 석유. 이 석유가 우리 생활에 얼마만큼 깊이 연관돼 있는지 지금부터 제품을 통해 살펴보시죠!


스마트 폰, 스타킹, 타이어, 과자, 레고, 농약 등 언뜻 보면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물질을 이루는 성분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요. 모두 석유를 기초 원료로 한다는 거죠. 우리가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이나 일상에서 이용하는 물건 중 석유가 기본 소재로 활용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요. 시커먼 석유는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런 다양한 제품으로 탄생하게 되는 걸까요?



석유로 만든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 내용 출처: 석유 화학의 이해



1단계. 석유 용품의 주원료인 납사(Naphtha) 추출


 


지하나 해저에서 발견한 원유는 여러 가지 탄화수소(CXHY)의 혼합물입니다. 원유에 포함된 다양한 물질은 각각 끓는점이 달라서 온도에 따라 분리하고 회수할 수 있는데요. ‘정제공정’이라 불리는 이 과정을 거치면, LPG·휘발유·납사·등유·경유·중유·아스팔트·기타 잔사유로 분리됩니다. 이 중에서 원유를 증류할 때, LPG와 등유 유분 사이에서 유출한 것이 바로 ‘납사(Naphtha)’인데요. 


납사는 끓는 온도에 따라 경질 납사(light Naphtha, 끓는점 35~130℃ 이하)와 중질 납사(heavy Naphtha, 끓는점 130~220℃ 이상) 그리고 이 두 가지를 함유하는 풀 레인지 납사(full-range Naphtha)로 분류합니다. 이중 경질 납사가 석유 화학공업에서 중요한 주원료가 되는 거죠. 



2단계. 납사(Naphtha) 분해를 통해 중간 제품 생산


 

이렇게 정제공정을 통해 얻은 납사는 납사분해시설(NCC: Naphtha Cracking Center)을 거쳐 여러 가지 물질로 분해되는데요. 섭씨 800℃의 고온에서 열분해하여 급랭공정·압축공정·정제공정 등의 단계를 거치며, 주요 제품인 에틸렌, 프로필렌과 여러 종류의 부산물(C4 혼합유분, 중질연료유, 수소, 메탄) 등을 생산해냅니다. 


납사분해시설(NCC: Naphtha Cracking Center)

원료를 정제해서 얻은 납사를 고온에서 분해해 석유 화학의 기초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시설들이 있는 곳



3단계. 중간 제품을 합성해 최종 제품 생산


중간 제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합성하고, 용도에 맞게 첨가제와 혼합하여 알맞은 형태로 성형하면, 합성 수지·합성 원료·합성 고무·기타 화학 제품 등의 가공 결과물이 만들어지는데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석유 합성 제품들이죠.


연료로서의 석유 제품을 제외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생활용품은 석유 화학 제품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석유는 우리 생활의 어디까지 들어와 있을까요? 사실 어디까지라고 구태여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석유 제품은 이미 우리 생활의 전부를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럼, 지금부터 석유 제품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석유로 만든 제품 



반찬 통·장난감·LED 필름·컴퓨터 회로기판·냉장고의 주원료, 플라스틱


 

석유로 만들어진 생활용품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플라스틱’을 말할 수 있습니다. 상온에서 딱딱한 고체 상태로 있는 고분자를 통상 '플라스틱'이라고 칭하는데, 이것은 전기나 열의 절연성이 우수하고 그 무게가 금속보다 가벼워 금속 대체용품으로 널리 사용해왔습니다. 


반찬 통이나 음료수병처럼 무언가를 담는 용기, 대부분의 전자기기, 스마트폰, 사무용품, 부엌용품 등 수많은 물건의 외피를 담당하는 것이 바로 ‘플라스틱’인데요. 이제 플라스틱 없는 일상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가히 지금은 철기 시대가 아니라 플라스틱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옷·이불·가방·카펫 등 입고 베고 덮는 것을 만드는 합성 섬유


 

장롱 속에 걸린 옷부터 가방까지 우리가 입고 드는 다양한 제품의 라벨을 들여다보면 나일론, 아크릴,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 섬유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출퇴근길에 앉는 전철 시트도 석유를 이용한 합성 섬유 제품인데요. 합성 섬유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나일론’으로 세계인의 생활에 혁신을 가져온 대표적인 소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석유를 입고, 들고, 덮은 채로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화장품·샴푸·클렌징오일·세제


 

샴푸, 입욕제, 화장품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거의 모든 제품이 석유 화학 물질로 만들어지는데요. 최근엔 자연 화장품이 주목받게 되면서 천연재료에서 추출한 오일 성분이 든 제품이 많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석유 화학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샴푸에는 세정과 용해를 위한 석유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으며 화장을 지우는 클렌징 오일에도 같은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요. 특히 보습용 화장품에는 히아루론산, 글리세린 등의 석유 화학 성분이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 밖에 고가 화장품의 원료로도 석유 화학 추출 제품이 사용된다고 하니, 천연 재료만큼이나 각광 받고 있는 석유 화학 성분과 합성 기술의 발전이 새삼 놀랍게 느껴지네요!

 


석유 추출물을 화학 처리해 만드는 아스피린



석유를 이용하는 제품은 꼭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소염진통제로 흔히 복용하는 아스피린에도 석유 추출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요. 아스피린은 사실 오래 전부터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아세틸살리실산을 주성분으로 사용해 왔는데, 1874년 독일 화학자 헤르만 콜베가 살리실산을 합성하는 데 성공하면서 현재는 석유에서 추출한 벤젠이나 페놀에 이산화탄소를 결합해 ‘살리실산’ 성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를 다시 화학 처리(에스테르화 반응)해 대량 생산 작업을 거친 물질이 바로, ‘아스피린(살리실산 메틸)’인데요. 현재 시판되는 아스피린은 대량 생산된 합성 화학 물질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좀 있다고 합니다. 좋은 약이지만 오남용은 삼가야겠네요.



농약을 대체하는 식용 윤활유, 스프레이 오일


 

맹 독성이 있는 농약과는 달리, 석유에서 식용유와 유사한 성분을 추출하여 과실수에 뿌리는 제품이 ‘스프레이 오일’입니다. 농작물의 병해충 방제를 목적으로 사용하는데요. 과실수, 채소류 등에 사용할 수 있으며 질식 작용으로 해충의 호흡과 신진대사를 방해하고 산란 억제 등을 통해 해충 개체 수를 줄입니다. 또 해로운 균의 호흡을 방해하고 홀씨 형성을 억제해 균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는데요. 식용유 급의 정제된 오일이 석유에서 추출된다니, 정말 석유에서 생산되는 물질의 끝은 어디인지 가늠할 수가 없군요.


 

단맛을 내는 석유, 사카린


 

석유가 우리 몸에 직·간접적으로 들어 가는 사례는 이뿐만은 아닙니다. 다양한 맛의 요리를 위해 필요한 것이 감미료와 향료인데요.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 역시, 석유 성분인 톨루엔으로 만듭니다. 사카린은 설탕보다 300배나 강한 단맛을 내지만 열량이 없고 혈당을 높이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과거에 큰 인기를 끌었었죠. 그러나 사카린은 유독성 물질도 아니고 그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확실히 확인된 경우는 없지만, 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들이 있어 현재로써는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물질입니다. 특히 단맛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어린이들은 더욱 주의해야 하죠. 노점상에서 흔히 사서 먹는 뻥튀기나 달고나 등에는 사카린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처럼 석유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면서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반면, 환경 보호와 천연 물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석유 화학 물질’이라 하면 일단 거부감부터 드는 것은 사실인데요. 때문에 석유 화학 물질에 대한 근원적인 고찰은 여전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편리하고 효율적인 석유 화학 제품을 현재 우리 삶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도 쉽지 않죠. 편리성과 지속 가능성 사이에 깊은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참고 자료 

석유 화학으로 만드는 세상_한국석유 화학공업협회

한국석유공사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