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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더위를 피하는 방법(feat. 이정일) - 클럽이 아니무니다

더위를 피하는 방법

 

땡볕 더위가 지속되는 8월, 더위를 이겨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합니다. 사람마다 각자 무더위에 대응하는 방법도 다양하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누군가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자세로 삼계탕 등의 보양식을 먹고 원기회복을 하기도 하며, 또 누군가는 집에서 TV와 에어컨에 의지하여 여름을 나기도 하는 등 사람들은 여러 대안을 저울질하며 좀 더 나은 방식을 찾아 이 뜨겁고 Hot 한 기간을 버텨내고자 합니다.

 

이 Hot 한 여름, 어떻게 해야 에너지를 얻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8월 8일 서린동에서 그 힌트를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 런치 비트 입구

 

런치비트. 익숙한 두 개의 단어가 합쳐져 생소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이 용어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된 ‘런치 댄스파티’를 뜻하는 말입니다. “No Work, No Alcohol, Only Dance”라는 고유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이 행사가 국내에서는 최초로 8월 8일 SK 본사 서린 사옥 4층 ‘아트센터 나비’에서 시도되었는데요.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인 ‘아트센터 나비’와 프로젝트 그룹인 ‘디스코버스’의 공동주최)

 

이번 댄스파티는 독특하게 저녁이 아닌 점심시간, 술이 아닌 탄산수, 장소 역시 클럽이 아닌 사옥(社屋) 등 기존 편견을 벗어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의 땀구멍이 만개(滿開)한 듯 땀이 흐르는 날씨에 춤을 추는 것이 활기를 되찾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머리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평소 춤(클럽 X)에 관심이 많은 필자였기에, 단순한 호기심에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 런치비트 팔목 시계 사진

 

생소한 행사. 사람들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의 심정으로 멀찌감치 타인들의 동정을 살폈습니다. 입장료는 만원. 티켓은 주황색이었는데요. 추상화가 칸딘스키의 색상론에 따르면, 주황색은 ‘영감과 유쾌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외향적 색’으로 ‘축제와 즐거움과 충만함’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충만함과 즐거움, 과연 이 두 가지를 ‘런치 비트’에서 찾아낼 수 있었을까요?

 

▲ 런치비트 식사 장소

 

내부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한쪽은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 다른 한쪽은 화려한 조명이 빛을 발하는 공간. 시작은 12시였지만, 본격 시작이 시작하기 전 대부분의 사람은 식사 공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 클럽 내부 DJ

 

12시 15분이 되자, DJ가 본격 댄스파티의 시작을 알리고 사람들은 서서히 스테이지로 발을 옮겼습니다. 조용하고 소소한 수다만이 오가던 회사 점심시간이 클럽으로 변모했는데요. 두 명의 DJ가 음악을 통해 더위로 말라가는 사람들의 팔다리에 생기를 불어넣었습니다.

 

▲ 댄스 파티 내부 춤추는 모습

 

순식간에 공간은 뜨거워졌습니다. 붉은 조명과 함께 주황으로 시작되었던 에너지가 빨강으로 더 진하게 불타올랐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서투르고 어색한 직장인들을 위해 DJ는 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동작들을 가르쳐 줬는데요. 모두가 하나 된 동작을 하면서 분위기는 한껏 더 불타올랐습니다. 

 

 

순간적으로 댄스파티에 몰입하게 하는 이 공간은 사람들에게 현재의 업무를 잠시나마 잊게 하고, 아주 미량의 노폐물이 포함된 땀을 몸 밖으로 유도해냈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이라는 시간은 짧았고, 빠르게 흘렀는데요. 점심시간이 끝나가자, 직장인들은 땀, 그리고 불편한 신발(구두)로 말미암은 약간의 통증과 함께 본연의 임무를 하기 위해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오자, 왜인지 전신이 개운한 기분과 함께 두뇌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처럼 ‘아 힘들다.’ 생각이 드는 순간, 온몸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다시 모여들기 시작하는데요. 팔다리를 신 나게 움직여 땀에 젖고 체력이 바닥났다고 생각되는 순간, 몸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불교에서 ‘공(空)’은 단순히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는 더 나아가 비워졌기에 다시 채울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무엇이든지 짊어지기만 할 뿐, 내려놓지 않는 현대인들은 이를 경험하기 쉽지 않은데요. 다 비워내고 나야 새로운 무언가가 채워질 수 있듯이, 격렬한 댄스파티는 사람들에게 지쳐있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새 에너지가 가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이는 댄스, 춤만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자가발전(自家發電)을 하듯, 우리 몸 구석구석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그 힘이 더위를 이기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더위를 이기고자 취했던 소극적인 자세 역시, 더위를 피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에 새로운 에너지를 가득 충전시키지는 역할은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움직임. 동(動). 이것이 어쩌면 더위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요? 

 

P.S. 이번 런치비트의 티켓 수익금은 전액 기부되었습니다. 




최한빛



이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