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친구들과 모였을 때, 새로운 곳에 처음 방문하였을 때, 분위기 좋은 곳에 갔을 때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셀프카메라, 즉 ‘셀카’를 찍곤 합니다. 이처럼 셀카는 언제부턴가 우리의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셀카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언제일까요? 1839년, 종이 인화법을 개발한 사진작가 이폴리트 바야르가 찍은 ‘익사한 사람의 초상’을 최초의 셀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사람들에게 셀카라는 개념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지만, 약 2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에게 셀카란 일상입니다. 우린 왜 이처럼 본능적으로 셀프카메라를 찍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 심리적인 요인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셀카를 찍는다
우리가 흔히 셀카를 찍게 되는 상황은 언제일까요? 아마 지금껏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에 갔을 때, 아니면 경치가 좋은 곳에 갔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끔 SNS상에서 ‘극한의 셀카’라는 테마로 절벽 끝이나 고층 빌딩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는데요. 심지어 미항공우주국 나사에서 공개한 사진에서는 무려 지구를 벗어나 우주 공간에서 셀카를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셀카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은 우주에서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것 같네요.
이처럼 셀카 문화는 철없는 10대, 20대의 문화가 아닙니다. 위 사진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과학자인 ‘빌 니어’와 ‘닐 더그래스 타이슨’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셀카로 인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2013년 12월 10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추도식에서 옆자리의 헬레 토르닝-슈미트(Helle Thorning Schmidt) 덴마크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David Cameron) 영국 총리와 활짝 웃으며 셀카를 찍었습니다. 오바마는 15분에 걸친 격정적 추모 연설로 장내에 감동을 주었지만, 자리로 돌아온 뒤 셀카를 찍는 사진이 언론에 보도되어 ‘신중하지 못한 행위’라고 지적을 받았죠.
셀카 문화 성장이 더욱 가속하게 된 원인에는 ‘셀카봉’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발명품으로 뽑히는 이 물건은 소위 ‘얼짱 각도’라 불리는 위치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도와주죠. 심지어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 이들은 셀카봉을 이용해 박진감 넘치는 셀카를 찍고 있습니다. 이제 셀카봉은 젊은 층의 여행 필수품이자 나들이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드론’을 통한 셀카까지 등장했는데요. 아직 드론의 가격이 고가이기 때문에 대중화는 되지 않았지만, 만약 드론이 대중화된다면 이제는 한 장의 사진이 아닌 동영상으로 이루어진, 또다른 셀카 문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자기만족을 위한 사진이 아니야
사실 스마트폰 이전, 소위 ‘피쳐폰’ 시절에도 카메라 기능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셀카가 유행하고 요즘처럼 하나의 사회적인 문화 현상으로 확산된 것은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난 후입니다. 이것이 단지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스마트폰을 통해 셀카와 SNS가 결합하였기 때문입니다.
셀카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공유되기 시작하면서 차원이 다른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생겨난 용어가 바로 ‘SELFIE(셀피)’입니다. 셀피는 영어권에서 셀카를 지칭하는 용어인데요. 스마트폰이나 웹 카메라 등으로 자신의 얼굴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리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셀피는 옥스퍼드 대학에 의해 2013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셀카를 찍고, SNS상에 올리고 있다고 봐야겠죠.
시간이 지난 현재, 셀피 문화는 SNS의 성숙화에 따라 더욱 성장했습니다. 인터넷에는 하루 평균 약 3억 5,000만 장의 셀카가 올라오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SNS상의 셀카 공유를 통해 타인들에게 좀 더 인정받고, 친근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셀카를 나르시시즘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를 ‘밀레니엄 세대’라고 부르며, 이 세대는 역사상 어느 세대보다 자아도취적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 Time>은 2013년 5월 커버스토리 “미 미 미 제너레이션(Me Me Me Generation)”을 통해 이 세대의 특징을 고찰했습니다. 베이비부머의 자녀들인 밀레니엄 세대는 부모로부터 “너는 특별하다. 꿈꾸면 뭐든지 될 수 있다”라고, 자존감을 키워주는 격려를 부단히 받으며 성장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세대는 TV 리얼리티 쇼를 시청하며 자라났고, 직접적인 대면 접촉보다는 컴퓨터나 TV 등 화면을 통한 소통에 익숙하며, 인터넷을 가장 잘 다루는 세대입니다. 그러므로 밀레니엄 시대의 자아도취적 성향이 디지털 도구 즉 카메라를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셀카에서 나타나는 나르시시즘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과도한 나르시시즘은 자신감이 강한 사람보다는, 나약한 자아와 자존감으로 인해 외부적 확신 요소에 의존해야 하는 사람에게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심리학과 소속 진 트웬지(Jean Twenge)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최근 젊은 세대가 자신을 중요하게 간주하는 나르시시즘 성향이 크게 높아졌지만, 이것이 행복감과 만족감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의 자존감은 크게 높아졌지만 이와 더불어 침울함, 불안, 걱정, 우울, 소외감도 함께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셀카를 찍는 행위 자체를 자아의 불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만약 자신이 지나치게 셀카에 집착하고 있다면 진 트웬지 교수의 연구 결과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셀카 속에 숨어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보았는데요. 셀카의 유행에는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심리학적인 요소 또한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자존감을 외부적 요소(셀카)를 통해 확인하려는 집착을 버리고 셀카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을,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긍정적인 여러분들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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