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책 읽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유스로거의 경우 여행과 독서가 취미랍니다. 어떻게 보면 어디론가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여행과 한자리에 앉아 책에 집중해야 하는 독서는 상반된 성격의 취미일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여행이 몸을 통한 경험이라면, 독서는 생각을 통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닮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경험하고, 내가 해보지 않은 일들을 경험하는 것이 독서의 매력이죠.
유스로거는 다양한 책 중에서도 인문 고전이나 문학을 즐겨 읽는데요. 얼핏 보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런 책들을 쉽고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들을 오늘 소개하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방법일까요?
첫 번째, 뮤지컬과 비교하며 원작 읽어보기 - 지킬 앤 하이드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바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등장하는 ‘This Is The Moment(지금 이 순간)’라는 노래입니다. 세상의 비난을 이겨내고 승리하겠다는 내용의 가사와 힘 있는 멜로디 덕분에 많이 사랑 받는 노래이며, 결혼식 축가로도 쓰일 만큼 뮤지컬 외적으로도 잘 알려졌습니다. 이 노래가 삽입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원작이 책이라는 것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죠. 그런데 책 내용과 뮤지컬의 내용이 조금은 다르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원작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1886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이라는 책을 출간합니다. 바로 이 소설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원작입니다. 원작과 뮤지컬 모두 기본적으로 유능한 과학자 지킬 박사에게 하이드라는 제2의 인격이 출현하며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극적인 요소를 최대화시키기 위해 인물이나 사건을 추가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지킬의 약혼자 엠마와 무용수 루시입니다. 두 캐릭터 모두 원작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인물로, 로맨스를 강조하는 각색을 거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또한 ‘하이드’라는 제2의 인격이 등장하게 된 계기도 조금 차이를 보입니다. 원작 소설 속 지킬 박사는 모든 인간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약품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 약품에 의해 살인을 즐기는 하이드 씨가 탄생하게 됩니다. 반면 뮤지컬에서는 지킬 박사가 정신 병원에 수감 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인격을 분리하는 약품을 개발하나, 이사회의 반대로 임상실험이 거부되자 자신에게 약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하이드 씨가 등장하게 됩니다.
두 작품 모두 비슷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책과 뮤지컬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내용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원작과 뮤지컬을 비교해가며 감상한다면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두 작품의 결말도 다르다고 하니 직접 확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두 번째, 희곡을 읽고 연극을 보면 재미와 감동이 두 배! - 햄릿
2016년은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타계한 지 40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를 맞아 우리나라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무대에 많이 올리고 있는데요. 유스로거는 글로만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기 위해 부산국제연극제에 방문해보았습니다.
‘시대를 넘어서는, 그리고 국가와 언어를 초월하는 연극의 힘을 이렇듯 온전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가는 오직 셰익스피어뿐’이라는 뜻의 ‘웰컴, 셰익스피어’의 주제를 가지고 열린 부산국제연극제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주옥 같은 작품들이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극단에 의해 해석되어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 중 《햄릿》을 체코 슈반도보 극단의 연기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대부분 극장에서의 공연을 전제로 한 ‘희곡’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는 대사와 지문만으로 구성되어 읽었을 때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과 누이 ‘메리 램’이 희곡을 아이들이 읽기 쉬운 산문 형태로 정리한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펴내게 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주로 접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대부분 이 책의 번역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라는 극 중 대사로 유명한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비극 작품입니다. 배경은 중세의 덴마크로 햄릿 왕자의 아버지인 국왕을 둘러싼 살인 사건과 복수, 그리고 이에 대한 고뇌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사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은 희곡 자체보다도, 그것이 실제 무대에서 배우들에 의해 상연되는 연극이라는 형태 속에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활자로만 접했던 내용을 무대에서 보니 그 안에 담겨 있는 감정들이 더욱 거대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햄릿 왕자의 절규는 감정을 극대화하여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역시 극으로의 상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일까요? 무대에서 보았을 때 더욱 그 감동이 크다는 것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세 번째, 영화 속 뒷이야기를 책으로 읽어보자 - 마틴 기어의 귀향
인문학이라고 하면 책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 ‘영화’도 인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책보다 다가가고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인문학 책을 영화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반대로 영화가 먼저 제작되고 그 이후에 책이 발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16세기,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르티가 지방에서 ‘마틴 기어’와 ‘버트랑’이라는 남녀가 결혼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원만하지 못했고 마침내 태어난 아들로 인해 가정의 분위기가 안정되려는 찰나, 마틴은 사소한 일로 가정을 버린 채 어디론가 떠나갑니다. 버트랑은 마틴의 숙부 피에르의 밑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됩니다.
마틴이 사라진 후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을 무렵,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던 것처럼 갑자기 나타납니다. 이전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재미있고 낭만적이며 성실한 모습에 아내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사람이 놀라게 되죠.
하지만 마르탱 게르의 귀향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재산을 요구하는 마틴의 모습에 숙부는 그가 진짜 마틴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품게 되고, 갈등은 점점 커져 법정 싸움까지 가게 됩니다. 마지막 판결의 순간 진짜 마틴이 나타남으로써 그 동안 마틴 역할을 해왔던 남자가 실은 ‘아르노’라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 아닌가요? 하지만 이 것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입니다. 그리고 1992년 《마틴 기어의 귀향》이라는 제목으로 ‘한 편의 영화’가 되죠.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써머스비》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실제 사건이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상세한 기록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재판을 맡았던 판사 ‘쟝 드 코라스’는 후세를 위해 이 신기한 사건의 면모를 기록으로 남겼다고 하네요. 이 기록을 바탕으로 《마르탱 게르의 귀향》이라는 책이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영화에서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각자의 사정과 뒷이야기를 당시의 시대적 흐름과 연관해서 알려줍니다. 반면 영화에서는 문자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생생한 프랑스 마을을 배경을 묘사합니다. 따라서 영화와 책을 모두 본다면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뮤지컬, 연극, 영화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신한 책! 뮤지컬과 원작을 비교해보고, 연극의 감동도 직접 느껴보고 또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를 영화로도 감상하고! 이런 방법이라면 어려웠던 인문 고전도 술술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여름, 여러분만의 방법으로 인문학을 즐겨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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