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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처용의 전설을 아시나요







서울 밝은 달밤에 늦도록 놀며 지내다가

들어와 자리를 보니 다리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내 아내) 것이었지만, 둘은 누구의 것인고?

본디 내 것이다만(내 아내이지만) 빼앗긴 것을 어찌하겠는가




여러분께서도 한번쯤 들어보셨죠?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가입니다. 




갑자기 처용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유산업의 첫 관문이자 대한민국 최대 규모인 SK에너지 울산CLX 원유저장지역에서 발견한 처용암 때문입니다. 여러분께도 처용암을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유스로거 양환서가 나섰습니다.




처용암은 처용가의 주인공인 처용의 전설이 시작되는 곳입니다. 울산광역시 남구 황성동 세죽마을 바로 앞에 보이는 바위섬을 처용암이라고 부르지요. 이 바위에서 처용이 나타났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게 되었답니다. 덕분에 섬 서쪽의 마을 이름도 처용리가 되었다고 하는 군요.

 




처용암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을까?









"신라 제49대 헌강왕이 이곳에 와서 순유하다가 돌아가던 중 물가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짙게 끼어 길을 찾을 수 없었다. 일관이 아뢰기를 동해의 용이 조화를 부리는 것이니 좋은 일을 해주어 풀어야 한다고 했다. 임금이 명령을 내려 근처에 용을 위한 절을 세우고자 하자 구름과 안개가 걷혔다. 그 절이 현재 울주군 청량면 율리에 그 터가 남아 있는 망해사이다. 그리고 이곳은 구름이 걷힌 포구라서 해서 개운포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지금도 상개동, 하개동이란 이름이 남아 있다. 




동해 용왕이 크게 기뻐하며 왕자 일곱을 거느리고 나와서 춤을 추고 음악을 연주했다. 그 가운데 한 아들이 임금을 따라 신라의 서울인 경주로 갔는데 그가 처용이었다. 임금은 처용에게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게 하고, 급간이라는 벼슬을 내렸다. 처용이 아내와 동침하는 역신을 물리치며 불렀던 노래가 유명한 신라 향가 ‘처용가’이다."




한 편의 역사 소설 같은 내용으로 방문자를 반기고 있는 처용암입니다. ^ㅡ^

 









"처용은 누구인가?"




처용은 인간이 아니라 질병이나 악귀를 쫓아내는 신, 또는 용왕의 아들로 믿어 왔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 설화 속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찾으려는 사학자들은 처용에 정체에 대해 다양한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처용을 아랍인으로 추측하는 것입니다. 신라시대 울산은 천년왕국의 중심지인 경주와 인접하고 아랍과 무역을 할 정도로 큰 국제 항구도시로 열려 있어 외국의 새 문물을 빨리 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울산의 상징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아랍인으로 추측되는 ‘처용’입니다. 당시 남해를 통한 동서교역의 주역을 맡은 아랍인들이 신라에 내왕하고 정착했다는 중세 아랍 문헌의 기록과 신라 고지에서 서역인상의 무인석이나 토용 같은 유물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용암은 바다에 떠 있는 섬이라기보다는 강 하구에 떠 있는 작은 갯바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공단들이 즐비하고 세계 최대 정유공장인 SK에너지 울산CLX가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처용암은 울산CLX의 7, 8부두로부터 배로 약 30분, 원유저장지역으로부터는 차로 약 3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7, 8부두에서 원유200만 배럴을 싣고 있는 원유선들이 원유저장지역에 원유를 보내고 있죠. 이러한 사실로 볼 때 과거 최초의 아랍인으로 추정되는 처용과의 인연은 현재까지도 이곳 울산CLX를 중심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스로거도 울산에 살고 있지만, 처용암이 이곳에 있는지 몰랐습니다. 공단 밖에 없을 줄 알았던 이곳에서 전설을 만날 수 있었고, 푸른 내음이 한 가득 느껴지는 공원에서 산책을 즐길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 많은 사람들이 문화유적지 답사를 위해 온다고 합니다. 처용암은 울산시티투어의 코스에도 포함된 곳으로 시민은 물론 외국 교류단이나 관광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입니다. 예전에는 처용암 주변으로 각종 쓰레기와 해조류가 밀려와 그대로 방치되어서 말이 많았지만, 문화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울산시의 노력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개선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어떤 역사소설이 떠오릅니다. 워낙 어렸을 때라, 작가와 책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용은 ‘쩌옹’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서역인이었답니다. 소설에서 그린 신라 시대에는 서역인과 무역을 했듯 현대에 이르러서도 중동국에서 원유를 들여오게 된 인연은 다시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입니다. 처용 전설이 시작되는 곳 바로 옆에 SK에너지 울산CLX가 있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 그 인연의 끈이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이만 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