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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지구를 살리는 모두의 약속! 파리기후변화협약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세계 195개 참가국이 참여하는 '파리 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파리 협정'을 채택한 제21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지구를 살리는 회의',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2주일' 등으로 불리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파리협정은 195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최초의 세계적 기후합의입니다. 여러 가지 미비점도 지적되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 1,2위인 중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참여한다는 선언에 동참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파리협정을 도출한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UN은 나날이 심각해지는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고, 이에 가입한 당사국(Party)은 매년 총회를 열어 온실가스 감축 수준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해왔습니다. 이 자리를 당사국총회(COP)라고 하는데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당사국총회에서 유명한 교토의정서 (Kyoto Protocol)가 채택되었는데요.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역사적인 책임'이라는 개념 하에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지금까지 선진국의 경제 발전에 의해 일어났기 때문에 선진국에 더 많은 의무가 있다고 보았던 것이죠. 의무이행 대상국은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총 37개국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평균 5.2%로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중국•인도 등이 의무 감축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이유로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는데요. 이에 더해 일본•캐나다•러시아 등도 잇따라 탈퇴하거나 기간 연장에 불참했습니다. 결국 교토의정서 체제는 온실가스 배출량 1,2위 국가인 중국과 미국이 의무 감축 대상에 들어가지 않게 되었고 사실상 유명무실화되었습니다.


세계는 다시 새로운 기후변화체제를 모색하게 되었는데요. 2011년 더반 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해 포괄적 감축체제 협상 시작에 합의하는 '더반 플랫폼'이 도출됐고, 이것이 파리협정의 큰 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12월 제21차 당사국 총회에서 파리협정이 도출됩니다. 이러한 성과는 온실가스 감축을 성장을 저해하는 비용으로만 보지 않고, '저탄소'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계기로 보는 인식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한데요.


또한, 파리협정에서는 온실가스를 좀 더 오랜 기간 배출해온 선진국이 개도국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2020년부터 매년 최소 1천억 달러(약 118조 1,5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모아 기후변화로 피해를 입은 개도국 지원과 저탄소 에너지 기술의 초기 투자비용으로 쓴다는 것인데요. 선진국들은 태양열이나 수력•원자력발전 등 비화석 자원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과 장비를 보유해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그런 설비와 기술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 목표 : "2℃ 보다 훨씬 낮게, 1.5℃까지 노력한다"

파리협정이 내세운 목표는 "2℃ 보다 훨씬 낮게(well below 2℃) 유지하고 더 나아가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 입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2℃'의 의미를 아시나요? 국제사회는 기후변화협약 채택 이후 산업화 이전 대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지구 평균기온을 어느 수준까지 억제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의해왔습니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 가량 상승한 상태인데,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2℃ 이상 상승할 경우 △10억~20억 명 물 부족 △생물종 중 20~30% 멸종 △1,000~3,000만 명 기근 위협 △3,000여 만 명의 홍수 위험 노출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2010년 칸쿤에서 열린 16차 당사국총회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제한하는 목표를 공식화했는데요 그러나 지구 온난화에 따라 수몰 위험에 놓인 몰디브 등 섬국가들은 2℃는 너무 낮은 목표라고 비판을 하게 됩니다. 이번 파리 협정 협상과정에서도 이들은 목표를 1.5℃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를 반영해 파리 협정문에는  "2℃ 보다 훨씬 낮게(well below 2℃) 유지하고 더 나아가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야심찬' 목표가 명시됐습니다.





■ 상향식 체제 ‘국가별 기여방안’ 

파리협정의 목표를 두고 '야심차다'고 표현하는 것은 단지 긍정적인 평가는 아닙니다. 달성해야 할 목표에 비해 가능한 이행방안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파리협정은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하는 상향식 체제로, 각국의 목표 수립 수준이나 이행을 강제할 구속력은 없습니다.


파리협정 채택 전에 세계 각국에 스스로 정한 국가별 기여방안(INDCs)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유럽연합(EU)와 몰디브 등은 INDCs에 구속력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 중국, 한국 등은 반대했지요. 선진국의 감축의무를 강제한 교토의정서가 각국의 비토로 유명무실해졌던 경험으로 인해, 결국 INDCs에는 구속력을 부과하지 않고 대신 각국이 국내법을 마련해 그 이행을 독려하기로 하는 선에서 합의됐습니다.


그렇다고 파리협정이 아예 실효성 없는 체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파리협정은 13조에서 '투명성 체제'를 만들어두고 있는데, 가입국 모두가 2030년부터 정기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량과 INDC의 이행상황에 대한 정보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공개하는 시스템인데요. 국제법적 구속력이나 불이행 시의 제재 등은 없으나 정보 공개를 통해 각국간의 정치적 견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각국이 제출한 INDCs의 감축 목표를 모두 달성한다고 해도, 파리협정에서 내세운 '2℃ 보다 훨씬 낮게(well below 2℃)'라는 목표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점입니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각국이 제출한 기여방안을 종합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기여계획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7도 주변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구 기온은 파리협정이 내세운 목표보다 훨씬 높게 오르게 된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파리협정을 두고 '빛 좋은 개살구'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항공우주국(NASA)) 소장 출신의 세계적 기상학자 제임스 한센 박사는 프랑스 파리 기후총회에 대해 “아무런 행동이 없는 의미 없는 말과 약속들일 뿐"이라며 "완전 사기”라고 혹평했지요. 이에 보완책으로 각국은 앞으로 매 5년마다 이전보다 진전된 목표를 제시하기로 했는데, 과연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 한국의 INDC는?

한국 정부는 2030년 예상 배출량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안을 파리 총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를 두고 산업계는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했고, 환경단체는 목표가 미국•유럽보다 낮은 데다 2005년 실제 배출량 대비 5.5% 감축에 불과해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문제는 한국이 화석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온실가스 감축이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점인데요. 일반적으로 화석연료와 핵연료를 제외한 태양광•풍력•수력•지열 등을 재생에너지로 분류하는데, 한국의 경우 원자력이나 석탄 발전만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던 것입니다. 한국은 현재 1차 에너지 총 공급량(TPES)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1.1%에 불과하며, (국제에너지기구 '2015 재생에너지 정보') OECD 회원국 평균치인 9.2%에서 가장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전력, 수송, 산업, 제도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담은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을 마련했는데요. 전기차 확대,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제로에너지 빌딩 건설,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발전•송전시스템 확대, 자체생산전력을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프로슈머 정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정부는 기업들도 기후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분야에 2020년까지 19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모든 전략이 진행될 경우 2030년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100조 원 대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파리 협정은 화석에너지의 시대에서 재생에너지의 시대로 옮겨가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향후 에너지 시장이 저탄소 에너지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