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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멘토와 멘티의 서린기행 - Rosso


오후 한 시, 청계천을 거닐던 직장인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이 되어 이제는 무작정 놀기 보다 조금 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던 2010년, 청계천이 흐르는 종로 일대는 나에게 고즈넉한 휴식의 장소로 다가왔다. 분명 처음 와본 곳이었지만, 흐르는 물소리 때문이었을까? 나는 친구들과의 수다를 멈추고 조금 천천히 걸었다. 정신 없이 보냈던 고교시절이 아련했다. 수험생으로 보냈던 마지막 일년은 정말 쏜살같이 흘렀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멈춰버린 빠른 흐름, 서둘러 회사로 돌아가는 직장인과 발치에서 걷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구름이 머리 위로 지나가고 있었다.

 


청계천 어디쯤이라 막연하게 기억하고 있던 그곳에 다시 찾게 된 것은 유스로거 첫 모임이 있있던 2012년 여름이었다. 구름도 사람도 어쩐지 그때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만 같은 기시감을 느낀 것도 잠시, 예정된 모임 시간이 다가와 서둘러 서린 빌딩 안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시작했던 유스로거 활동은 때론 고교시절처럼 정신 없이, 때론 한창이던 대학교 시절처럼 즐겁게 진행되었다. 다른 유스로거들과 합심해서 작성한 당일치기 피서법, Relax & Active가 그랬다. 기획 단계에서 느껴지는 부담감과 막상 차를 타고 떠났을 때 느낀 안도감 그리고 즐거움을 속에서 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내가 겪어온 감정들을 상기할 수 있었다. 겨울이 오기까지, 내게 종로 서린동을 찾는 일은 언제나 유스로거 활동이 가지는 의미 이상이었다.



취업 준비에 한창이어야 할 4학년이 대학생 필진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내가 지금 있어야 할 곳이 도서관이나 토익 학원은 아닐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멘토인 황정운 에너지로거를 만난 후로 나는 조금의 걱정도 하지 않게 되었다. 멘토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 스펙보다 중요한 것, 그리고 스스로의 경험에 관해 잘 이야기해주었다. 멘토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즐거운 활동 중에도 이따금 졸업과 취업에 관한 고민들로 친구들 몰래 한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멘토는 내가 처음으로 청계천을 거닐던 해에 SK에너지에 입사했다. 아마 멘토는 점심시간을 마치고 바쁘게 사무실로 돌아가던 직장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건물 뒤로 청계천이 흐르는 서린빌딩, 그곳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새로운 것들을 배우던 멘토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궁금했다. 또 지금만큼이나 취업의 벽이 높았던 시절을 보냈을 당시의 준비와 마음가짐은 어땠는지도,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나와 같이 서초동 삼성타운에서, 또 다른 어딘가에서 자신의 멘토가 된 누군가를 만났다던 나의 멘토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내게 큰 도움을 주는 멘토가 되었다. 그리고 다가올 2013년에는 나의 멘토처럼 나도 신입사원이 되어 삼성타운을 거닐게 될 것이다. 멘티가 멘토가 되었듯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고, 나아가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서초동에서, 서린동에서 아니면 그 어디에서라도 지난 날의 나와 닮은 취업준비생을 만난다면 나는 내 멘토가 내게 그러했던 것처럼 잘 이끌어줄 수 있으리라. 


벌써 겨울이다. 유스로거로 활동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해가 바뀌고,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뀌어도 멘토와 함께 거닐던 서린동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