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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세계최대원유수입국 중국, 사랑과 탐욕 사이

세계최대원유수입국 중국, 사랑과 탐욕 사이세계최대원유수입국 중국, 사랑과 탐욕 사이

 

니하오, 스요우? (你好, 石油?)

 

중국의 자원사랑은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자원확보를 위해 2000여 개 중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시장에 투자하는가 하면, 중남미와의 국가 간 교역액은 지난 10년 전에 비해 약 스무 배나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자원이 풍부한 신흥국에 기대어 최대한 많은 자원을 수급해야만 하는 현실입니다.

 

중국 석유 수입량 관련 이미지입니다.

 

다양한 자원확보 전략을 구사하는 중국, 그 중에서도 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라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집중 공략하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중국의 석유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가장 최근의 통계를 살펴보면 1천만 b/d(barrel/day)를 돌파했습니다. 정확히 2012년 11월, 1,064만 b/d를 넘어선 것입니다.

 

1,000만 b/d라는 수치는 참 의미가 큰데요. 대한민국 석유제품 일일 수요가 약 210만 b/d이니 그 어마어마한 양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지도부는 '인민의 삶에 필수적인 안정적인 석유 수급구조 마련에 국가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합니다. ‘인민을 위한 안정적인 석유 수급구조’, 상황에 따라 서슴없이 외교전략을 바꾸려 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합니다.

 

지난 2009년 세계 석유소비시장은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중국이 자국 내에서 소비하는 원유의 50%를 수입하기 시작한 것이 그 출발이었는데요. 2010년 1/4분기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수입원유의 비중은 54.5%에 이릅니다. 중국의 원유수입 추세는 계속해서 증가해서 2012년에는 전년 동기 대비 6.8%가 늘어난 612만 b/d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수입원유의 비율은 57%였습니다.

 

중국과 미국의 석유 관계 이미지입니다.

 

한편 중국이 정치와 경제의 라이벌로 여기는 미국의 원유수입량은 어떨까요? 1992년 이후 최저인 598만 b/d로 줄어들어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는 원유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미국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원유 의존도를 크게 줄인 상태입니다. 노스다코타와 텍사스주(州) 등에서 수압식 시추방식(fracking)으로 셰일가스 생산량을 크게 늘렸습니다. 셰일가스 생산량은 지난해에만 80만 b/d 이상 늘었는데요. 이 역시 Global 자원시장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석유 관련 이미지입니다.

 

중국의 원유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통계자료를 관찰하다 보면, 전통적인 정치지정학적 장기전략과 관계없이 본격적으로 원유수급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석유소비의 증가 추세는 중국 정부의 에너지 소비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통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요.

 

중국최대국영석유회사 시노펙의 푸청위(傅成玉)회장은 '2013년 석유수입과 소비가 중국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촉진 정책, 부동산 가격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상승할 것이 자명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시노펙의 해외투자전략은 국가 차원의 공급안보를 우선 시 하며 지속적으로 UPSTREAM(원유생산)부문에 투자하여 공급량의 증가와 석유가격의 안정을 추구할 것이라고 공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중앙정부 리더집단은 석유를 국가경제안보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쳐 석유의 수급구조를 보완하고 안정적으로 고착화하는 것이 향후 20년간 중국 Global 외교·안보의 중요한 전략이 될 전망입니다.

 


실크로드는 유럽으로, 오일로드는 아프리카로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 유형의 전략으로 원유확보를 실행하고 있을까요? Global 경제위기 이후 중국의 원유확보 실행 전략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후진국, 선진국에 따라 각각 유효한 방법을 선택하여 진행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후진국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싼 값에 원유 채굴권과 달러차관을 교환하는 전략입니다.

 

다른 하나는 선진국의 해외자원개발 기업을 가격 불문하고 신속하게 인수하는 전략입니다. 차관과 채굴권의 교환액이 2008년 이래 $700억에 달했고, 2012년 말에는 중국국영정유사가 캐나다 NEXEN사 인수에 $179억을 지불하기로 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요. 이 두 가지 전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에 석유를 공급하고 있는 나라들의 지도 이미지입니다.

 

중국이 석유를 수입해오는 나라를 살펴보면 외교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쳤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석유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중동 지역 먼저 살펴보면, 앞으로 늘어날 석유 수요에 따라 중동 지역에서의 수입량이 동반 증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서방세계에서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아프리카를 선점하는 전략을 채택하였기 때문입니다.

 

2009년 통계를 살펴보면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45%를 중동지역에서 수입했고, 32.5%를 아프리카 국가에서 수입했습니다. 이 수치는 2003년 중동지역 수입 수치인 51.3%와 비교했을 때 대폭 감소한 숫자입니다. 반면 아프리카 수입 수치는 24.4%로 4년간 대폭 증가 추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전환으로 보아 중국 원유확보의 주요 거점은 머지않아 아프리카가 되리라는 것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중에서 앙골라, 수단, 콩고가 현재 최대의 원유 공급국입니다. 여기에 2010년 5월, 나이지리아와 정유공장을 신규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사인하기도 했습니다. 나이지리아에 중국 정유공장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는 과거에도 시도된 적이 있었는데요. 2010년에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서 결국 승낙을 받은 것입니다. 원유를 향한 중국의 마음이 그만큼 절실하다고 볼 수 있지요. 

 

석유 관련 이미지입니다.

 

이는 아프리카뿐만이 아닙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국도 잠재적인 원유공급처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비교적 친밀한 관계인데요. 두 나라는 이란에 관한 무역제재를 함께하기로 잠정적인 동의를 이뤄낸 바 있습니다. 또 중국은 러시아가 WTO 멤버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죠. 이러한 움직임으로 중국, 러시아 두 나라는 미국의 중앙아시아 영향력에 공동으로 대응하려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중국은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라틴아메리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시노펙은 브라질에 차관을 주는 대가로 2십만 배럴의 원유채굴권을 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중국발 변화의 파도는 계속된다

 

중국 깃발 이미지입니다.

 

이렇듯 원유 확보 거점을 다양화하는 전략과 동시에 수송 안정성 확보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원유수입의 70%는 말라카 해협을 경유하고 있는데요. 아시다시피 이 해협은 해적의 위협뿐만 아니라 미국 군사력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입니다. 만약 중국과 연계된 국제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에 의해 중국은 전략적으로 가장 먼저 봉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중국은 말라카 해협을 경유하는 수송 의존도를 경감시키고자 미얀마 또는 파키스탄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의 개방을 비롯해 중국이 주도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이 계속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DOWNSTREAM(석유정제)부문에 구조개혁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수요를 충족하고도 남을 만큼의 정제시설을 확보(1,300만 b/d)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향후 중국 정부는 정제시설의 증대보다는 소규모 정제시설(Tea pot refinery*) 폐기를 통해 정제시설 근대화를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Tea Pot 정제시설: 중국 내 소규모 정제시설(주로 중질원유나 중유를 정제)을 지칭하며 낙후된 정제방식으로 인해 중국정부에서는 강제로 규모를 축소 중

 

중국 화폐 이미지입니다.

 

결론적으로 세계 석유 수요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고유가 시대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외국산 원유 수입으로 중국 내 석유제품 생산비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석유제품 수출시장 유지가 중요한 대한민국과 SK에너지도 중국의 변화에 관한 장단기 대응책을 마련해야만 생존역량이 강화될 것입니다.

 

 

 

변재현 에너지로거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