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 글자의 재발견

 

타이포그래피, 잘 알고 계신가요? 타이포그래피를 잘 모르시는 분이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보셨을 텐데요. 영어로는 Typography라 쓰며 타이포그라피 또는 타이포그래픽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타이포그래피의 뜻은?!

타이포그래피는 활판을 이용해 인쇄하는 기술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디자인 영역에서 글자의 서체나 글자 배치를 구성하고 표현하는 기술을 뜻하는 단어로 더 많이 쓰입니다. 디자인 영역에서의 타이포그래피를 설명하기에 앞서, 기의와 기표에 관해 알아볼까요?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글자’는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바로 ‘기의’와 ‘기표’입니다. 기의는 글자가 가지는 뜻을 이릅니다. ‘사과’라는 글자의 기의는 ‘사과나무의 열매’인 것이죠. 그렇다면 기표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글자 그대로의 ‘사과’가 바로 기표입니다. ‘사과나무의 열매’를 떠올리고 글로 옮길 때 우리는 ‘사과’라는 기표를 사용합니다.
 

<우수한 표음문자 한글>

 

한글은 발음하는 입 모양을 따서 기표를 만든 표음문자입니다. 기표에 소리의 의미를 담았다는 점에서 그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하는데요. 표의문자를 대표하는 중국의 한자에는 기표 자체에 기의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뜻을 담는 그릇'으로써 기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어른들은 좋은 글을 쓰는 것 만큼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시대 초기에는 책, 신문처럼 다소 획일화된 서체를 사용하는 예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폰트가 등장해 온라인 사용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기표의 가치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간접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기표를 디자인한 타이포그래피에 관해서 본격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대한민국 타이포그래피의 유례
 

<출처 : 네이버 영화(링크)>

 

1990년대,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던 영화 ‘서편제’를 기억하시나요? ^^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 속 낙산거사가 그린 ‘문자도’에서 타이포그래피의 유례를 엿볼 수 있는데요. 문자도는 일반적인 그림인 민화의 일부로 분류하기도 하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의 타이포그래피와 닮은 부분이 많습니다.

 

<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링크)>

위 민화가 문자와 그림을 결합시켜 만든 문자도입니다. 무슨 한자인지는 알고 계시죠? 효도를 뜻하는 '孝(효)자'입니다. 그림은 효도의 의미와 뜻을 강조하기 위해 꽃을 사용했어요.

 

<출처: 세종대왕기념사업회(링크)>

이번에는 한글을 활용한 문자도인데요.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제8회 한글문화상품아이디어공모전에서 수상한 효제문자도입니다. 효제문자도는 한자로 효, 제, 충, 신, 예, 의, 염, 치를 표현했던 대표적인 옛 문자도입니다. 글자를 한글로 바꿨지만 글자 하나하나에 그 뜻을 담으려는 효제문자도의 본래 뜻을 잘 살린 모습입니다.

사실 기표를 아름답게 꾸미는 행위가 대한민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반도에 문자도가 알려지기 전에 중국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한민국 타이포그래피의 유례를 찾는다면 분명 영화 속 낙산거사처럼 문자도를 그리던 혁필화가의 손에서 탄생한 ‘문자도’가 그 시작점에 있을 것입니다.

 

 

타이포그래피 트랜드,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1 지금 읽고 있는 그 폰트, 나눔고딕

여러분은 지금도 온라인시대의 트랜드인 타이포그래피를 읽고 계십니다. SK에너지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폰트 역시 타이포그래피의 하나로 제작된 폰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폰트, 낯설지만은 않죠? ^^
 

<출처: 네이버 한글한글아름답게페이지(링크)>

여러분께서 읽고 계신 폰트는 네이버에서 개발한 나눔글꼴 중 하나인 ‘나눔고딕’입니다. 글자색도 평범한 검은색이 아니라 일기 편한 진회색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고딕은 나눔고딕 외에도 아래에서 설명할 윤고딕, 맑은 고딕, a드림고딕, DX고딕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인기를 끄는 폰트에요. 고딕의 특징은 선의 굵기가 일정하고 세리프(글자 선 끝을 흘리거나 부러 삐치게 하여 멋을 내는 기술)가 없다는 점이랍니다.

 

참, 나눔글꼴에는 환경을 생각한 ‘에코폰트’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인쇄했을 때 잉크를 절약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나눔고딕에코, 나눔명조에코 두 가지가 폰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유스로거의 콘텐츠에서 따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에코폰트,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글자(클릭!)

 

2 종이로 '만든' 글자, Yulia Brodskaya의 페이퍼아트

 

<출처: 스타벅스비아(링크)>

 

러시아 출신의 Yulia Brodskaya는 종이를 이용한 독특한 페이퍼아트로 유명한 디자이너입니다. 종이 특유의 질감과 색채의 조합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특히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디자인 작품도 많습니다. 위 광고에는 '인스턴트'라는 글자가 두 번 들어가는데요. 딱딱한 활자의 'instant'와 페이퍼아트 타이포그래피의 'INSTANT'가 한눈에 봐도 큰 차이가 납니다. 그저 그런 인스턴트 커피가 아니라는 광고의 주제를 타이포그래피로 잘 나타냈습니다.

 

3 궁체의 현대적 해석, ‘새봄체’

 

<출처: 타이포그래피서울(링크)>

 

제4회 박일영 문화재단 한글글꼴창작지원 공모에서 선정된 새봄체는 지난 2013년 7월 발표 전시회로 세상에 선보여졌습니다. 무려 2년의 기간이 걸려 탄생한 글자라고 하는데요. 특이한 점은 조선시대 궁중에서 쓰던 서체를 원형으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세련된 감각이 더해져 정갈하면서도 어쩐지 귀여운 느낌이 드는군요!

 

4 타이포그래피로 나타낸 변화무쌍한 기업 이미지, 구글 두들

 

<출처: 구글 두들(링크)>

 

국외 검색 사이트 '구글'은 특정한 날마다 로고 디자인을 새롭게해서 선보이는 '구글 두들'로 유명한데요. 로고 디자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GOOGLE'이라는 글자가 들어갑니다. 늘 같은 기표이지만 다른 기의를 담아야 하는 디자인, 구글 두들은 언제나 타이포그래피 형식으로 게재됩니다. 위 이미지는 소설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탄생 130주년 구글 두들입니다. 소설 '변신'의 내용을 글자에 잘 담았죠?

 

<출처: 구글 두들(링크)>

 

구글 두들은 대한민국의 기념일도 잊지 않고 색다른 타이포그래피를 선보이고는 합니다. 이미지 위는 8월 8일 무궁화의 날, 아래는 단오를 표현한 구글 두들이랍니다. 위도 아래도 '구글'이라는 뜻으로 쓴 기표인데, 전혀 다른 느낌이 들죠? ^^

 

5 한글 폰트 최고의 스테디셀러, 윤고딕

‘고딕’이라는 폰트는 잘 알고 계시죠? ^^ 고딕은 사실 굴림, 돋움, 궁서, 바탕체와 함께 예전부터 기본으로 사용되던 폰트입니다. 여기에 윤디자인 연구소의 ‘윤’이 붙은 윤고딕은 1994년 등장해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글 폰트 최고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윤고딕 또한 SK에너지 블로그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콘텐츠 메인이미지 속 폰트가 바로 윤고딕이랍니다.
 

<출처: 네이버영화(링크)>

 

최근 개봉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설국열차’ 포스터 속에도 윤고딕이 사용되었습니다. 별도로 디자인한 영화 제목과 개봉일 외에는 다 윤고딕 폰트인데요. 이처럼 언제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느낌 덕분에 스테디셀러로 각광받는 것이 아닐까요?

 

6 현대적인 문자도, 손동현 화백의 로고타이프

 

이번에는 폰트가 아닌 로고타이프를 살펴보겠습니다. 전통의 문자도 형식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한국화가 손동현의 ‘문자도’입니다. 코카콜라 등의 로고를 문자도 형식으로 풀어낸 손동현 화백의 문자도 작품은 2006년 발표되었습니다. 2006년 발표 이후 꾸준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랍니다.

 

문자도를 비롯한 손동현 화백의 다양한 작품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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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자동차로 만든 폰트, 도요타iQ 폰트

 

일본 자동차 브랜드로 알려진 도요타에서는 신차 홍보를 목적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하기도 했는데요. IQ라는 소형차를 이용해 폰트를 만들었습니다. ‘자동차로 폰트를?!’하고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네요. ^^ 이 폰트는 자동차가 알파벳 궤적을 주행해서 남긴 흔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벨기에 출신 타이포그래퍼 2명이 공동으로 작업했다고 하는데요. 무료로 배포했던 이 폰트를 에너조이가 직접 인쇄해보았습니다.

 

 
자동차 바퀴의 흔적이 느껴지시나요? 흘려 쓴 소문자를 자세히 보면 스퀴드마크 느낌이 강합니다.

 

 

타이포그래피의 예술적 가치, 한글을 빛낼 수 있을까?

앞에서 살펴본 다양한 타이포그래피, 재미있게 보셨나요? ^^ 글자가 단순히 ‘기표’에 머물렀던 과거와 달리 새로운 가치를 더해가고 있음을 느끼셨을 텐데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자인 ‘한글’ 역시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그 가치를 더하고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에 타이포그래피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가 되겠죠?

 

 

 

 

*본 콘텐츠 내 이미지는 인용을 목적으로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