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서부터 저녁 퇴근길까지 우리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화폐인데요.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에게 오고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기능과 모양을 갖게 된 걸까요?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우리 주변에 있지만 알고 보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화폐죠. 유스로거는 문득 이 화폐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유스로거는 화폐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한국은행 화폐 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아마 명동에 가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화폐박물관 건물을 보셨을 텐데요. 이 건물은 조선총독부청사, 경성역, 조선호텔 등과 더불어 20세기 초반 유행한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르네상스 양식을 바탕으로 한 이 웅장한 건물은 1912년 조선은행 본점을 시작으로 광복 후에도 한국은행 본점으로 사용됐는데요. 지금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화폐에 대해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한국은행 화폐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멋진 건물 외관 못지않게 박물관 내부 또한 깔끔하고 볼거리가 정말 풍성했는데요. 교통편도 좋고 입장료도 무료인 데다가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도 많았습니다. 유스로거가 처음 소개해드릴 전시관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의 제조와 순환과정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화폐의 일생’ 전시관입니다.
한국은행에서는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국민의 화폐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조폐공사에 화폐제조를 의뢰해 화폐를 발행하는데요. 화폐가 발행되어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특히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때는 우선 화폐의 종류와 규격 그리고 모양 등 발행방안을 수립한 뒤 정부의 승인을 받습니다.
위 사진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인데요. 이전까지는 만 원권이 최고액 화폐였다가 경제규모가 커지고 고액의 화폐 발행 필요성이 높아져 오만원권이 새롭게 발행됐습니다. 오만원권 도안에는 여성인 신사임당의 초상을 채택한 것도 발행 초기부터 화제가 됐지요.
이 외에도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위조지폐 식별법과 위조지폐 방지를 위한 특수한 인쇄 기술과 숨은 그림, 볼록 인쇄, 미세문자 인쇄방식 등 절실하고도 참신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유스로거가 그다음으로 관람한 곳은 화폐박물관 중앙홀에 있는 ‘화폐광장’인데요.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화폐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 시대별로 사용한 화폐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화폐를 보면 그때의 시대상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유스로거도 이곳을 관람하며 우리나라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한제국시절 (구)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최초의 중앙은행이 되었는데요. 당시 일본 제일은행권의 디자인을 부분적으로 변경해 화폐를 발행했습니다. 그 후 우리나라는 6·25전쟁을 거치면서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수습하기 위해 새로운 화폐를 만들기도 하는 등 많은 변화를 거쳤는데요. 이곳에서는 그때까지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어딘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 화폐는 북한의 화폐인데요. 북한의 화폐도 우리나라처럼 많은 역사적 사건을 겪으면서 변해 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화폐광장에서 만난 중국과 일본의 화폐의 변천사에서도 역사적 사건과 서양화폐에서 영향을 받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층에는 유스로거의 관심을 끈 ‘세계의 화폐’ 전시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세계 각국 화폐의 유래와 화폐 속 인물에 대해 전시해 놓았는데요. 유로화 도입 이전 독일 화폐에 실린 동화작가 그림 형제와 오스트리아 화폐에 그려진 작곡가 모차르트의 초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각국의 화폐를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요. 국왕의 얼굴이나 왕실과 국가를 상징하는 독수리와 사자 문장이 화폐 도안으로 많이 사용됐습니다. 그리고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와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수 잎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서양의 화폐에서는 그 나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이념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혁명의 상징이자 자유의 이념을 담고 있는 마리안느 도안은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독립국의 주화에도 등장한답니다.
인도 화폐의 단위는 ‘루피’인데요. 이 말은 인도에서 신성시하는 동물인 소를 뜻하는 ‘루피아(Rupya)’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의 화폐에는 마하트마 간디의 초상화 함께 인도에서 사용하는 15개의 언어와 동물, 건축물 등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인도는 위조지폐가 광범위하게 유통되기 때문에 위조지폐 여부의 확인이 중요하다고 하니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은 기억해두세요. ^^
이 외에도 화폐박물관에는 한국은행의 역할을 자세히 설명해주는 ‘우리의 중앙은행’ 전시관, 또 어린이들이 게임과 동영상을 통해 통화정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된 ‘돈과 나라 경제’ 전시관과 체험학습실 등 다양한 주제의 화폐 관련 전시품이 있습니다.
자칫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화폐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화폐박물관을 찾은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박물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화폐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이 ‘모형금고’ 전시관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곳은 발행된 화폐가 공급되기 전까지 보관해두는 금고의 모습을 그대로 본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유스로거도 이곳에서 한참 동안 나오질 못했습니다.^^
화폐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기능은 경제적 기능일 텐데요. 하지만 한 번쯤 경제적 기능을 넘어 화폐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유래 등 화폐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유스로거도 단순한 호기심에 화폐박물관을 찾았지만 지금은 지폐 한 장을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그 가치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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