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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스몰웨딩을 아시나요? 서울시 시민청 결혼식에 가다

 서울시 시민청 결혼식에 가다

 

서울 시청 외관

 

가수 이효리가 ‘식 없는 결혼식’을 열려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처럼 예비부부들 사이에서는 결혼비용을 간소화하는 ‘스몰 웨딩’이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혼비용을 간소화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예식장 대관부터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 말), 피로연까지 기본적인 형식만 갖추려고 해도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서울시에서는 예비부부의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고자 ‘시민청 결혼식’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민청 결혼식’은 말 그대로 시청 내 시민청에서 올리는 결혼식인데요.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이 상상되시나요? 딱딱한 사무 공간일 것 같은 시청에서 어떻게 결혼식을 올리는 것일까요?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시청에 찾아가보았습니다.

 

지하 2층에 위치한 태평홀

 

이 날 결혼식은 시청 지하 2층에 있는 태평홀에서 열렸어요.

  

시민청 내관 모습

 

공정무역 안내

 

공정무역가게

 

서울시청에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시청 1층에는 공정무역가게가 있는데요. 제3세계의 소외된 생산자들로부터 수입된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에요. 그리고 광장시장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도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피로연이 열리는 동그라미방

 

여기는 피로연이 준비되었던 동그라미방이에요. 일반 예식장만큼 규모가 큰 것은 아니었지만, 하객 수에 딱 맞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환이 적은 태평홀 앞

 

신랑 신부가 하객들을 맞이했던 태평홀 앞 모습이에요. 화환이 적은 것이 눈에 띄었는데요. 담당자 말에 따르면 원래 화환을 받는 것은 지양한다고 합니다.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결혼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합니다.

  

주례없는 결혼식


이 날 결혼식은 전통혼례 방식으로 주례 없이 진행되었어요. 주례 없는 결혼식은 처음 참석해보았는데, 신랑과 신부 중심으로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신랑 신부가 직접 쓴 결혼 서약서를 낭독한 것이 기억에 가장 남았는데요. 형식적인 서약서가 아니기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민청결혼식 담당자 문지영씨

 

결혼식이 끝난 후, 시민청 결혼식 담당자, 문지영 씨를 만나 시민청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시민청 결혼식의 취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장식,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뷔페, 한 번 밖에 입지 않는데도 지나치게 비싼 드레스 등이 요즘 결혼식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잖아요. 이런 부분을 줄이고 작고 의미 있는 결혼식을 만들 수 있게 공공기관에서 지원해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 시민청 결혼식이에요.

 

Q. 시민청 결혼식을 신청하기 위한 자격조건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시민청결혼식의 취지에 부합해야 해요. 1억 원, 몇 천만 원이 드는 결혼식을 시청에서 하실 필요는 없죠. 하객 수가 적고, 작고 의미 있게 두 분만의 이야기로 결혼식을 끌어가고 싶은 분들을 선발하고 있어요.

 

Q. 이렇게 합리적인 비용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면 신청자가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신청자를 선발하는 우대조건이 있나요?

 

저렴한 대관료와 예비 부부만의 이야기로 결혼식을 꾸밀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신청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선발할 때 다양한 우대 조건이 있어요.

 

먼저, 선착순이에요. 사연도 제 각각이고, 취지에 부합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빨리 접수할수록 유리해요.

 

두 번째, 서울시 거주자면 유리해요. 다른 지역 분들도 신청이 가능하지만 본인이나 예비 배우자, 부모님이 서울에 거주하시면 가산점이 있어요.

 

세 번째. 예비부부교육에 참여하시면 가산점이 있어요. 예비부부교육이 의무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하지만 한 해 동안 교육이 자주 진행되지 않거든요. 작년에는 5회 정도 진행되었어요. 그렇다 보니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을 수 있어서 교육을 받으신 분들께 가산점을 드리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시민청에서 여는 결혼식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께 가산점을 드려요. 작년에는 ‘은반지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결혼 예물은 비싼데 잘 끼지 않게 되잖아요. 그래서 부담 없는 가격으로 본인이 직접 결혼반지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올해에는 ‘작은 결혼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Q. ‘작지만 뜻깊은 결혼식’이라는 새로운 결혼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요. 재능을 기부하는 예술가와 전문가는 어떻게 참여하고 있나요?

 

작년에 서울시에서 재능 나눔 네트워크를 설립했어요. 재능 나눔 네트워크는 결혼식을 치르는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엮어주는 허브 역할을 하는데요. 이러한 네트워크가 필요한 이유는 결혼식을 치르는데 예비부부와 지인들의 도움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이에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임 말인 ‘스드메’는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고, 비용이 많이 들거든요. 그래서 서울시에서 재능을 기부할 전문가들의 풀을 구축하고, 예비부부와 연결하는 것이 재능 나눔 네트워크의 목적이에요. 하지만 재능 나눔 네트워크가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기부자들의 모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올해에는 네트워크를 더 풍부하게 구성할 예정이에요. 이 취재를 통해서 재능 있는 분들께서 시민청 결혼식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대가 있는 이벤트홀

 

이벤트홀 모습

 

Q. 시민청 결혼식 장소는 태평홀과 이벤트홀 중 선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요. 두 홀의 차이점은 어떤 것인가요? 또 전문 웨딩홀과 차별화된 시민청 결혼식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태평홀은 서울시 구청사에 원래 있던 공간을 시민청에 복원한 곳이에요. 구청사에 있던 중세 양식을 조명 하나하나까지 복원해서 이벤트홀보다 고풍스러움과 우아함을 느끼실 수 있어요. 이런 분위기를 선호하시는 분들께서 태평홀에서 결혼식을 진행하세요. 그리고 막혀있는 공간이라 하객들이 결혼식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벤트홀은 트여 있어서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또 무대가 있어서 다양한 기획이 가능해요.

전문 웨딩홀과 다른 시민청 결혼식만의 장점은 예비부부의 개성을 살린 결혼식을 꾸밀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민청에서는 대관료가 6만 6천 원으로 저렴하고 시간에 관계없이 똑같은 대관료를 받고 있어요. 매주 토요일에 한 커플만 결혼식을 올리기 때문에 그 커플만을 위해서 예식장을 열어 놓고 있거든요. 그래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결혼식을 꾸밀 수 있죠.
또 하나의 장점은 친환경적이라는 점이에요. 예식장을 화분으로 장식하고 그 화분을 하객들께 답례품으로 드리기도 해요. 또한 피로연 음식이 남지 않도록 반찬 통을 준비하기도 해요. 이를 통해 결혼식 후에 남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거죠.

 

Q. 시민청 결혼식 중에 기억에 남는 결혼식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결혼식은 한국인 신랑과 미국인 신부의 결혼식이에요. 예비부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결혼식을 기획했는데요. 들러리들이 먼저 입장해서 축사를 하고 어머님들께서 각각 한국과 미국의 전통 이야기로 행복하게 살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결혼식 자체를 뮤지컬처럼 기획하신 커플도 있었어요. 신부가 우쿨렐레를 연주하면서 직접 축가를 부른 후 신랑이 답가를 불렀어요. 친구들은 상황극을 했어요. 한 편의 공연을 보는 것 같았어요.

 

Q. 시민청 결혼식을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해진 기간이 있나요?


현재 2014년 하반기까지 접수가 마감된 상태예요. 내년 결혼식은 올해 9월쯤에 접수를 받을 예정이에요. 지금까지는 신청서를 작성해서 이메일로 접수를 받았는데 9월에 홈페이지를 개편할 예정이라 변경될 수도 있어요. 자세한 방법은 9월쯤 서울시 시민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좋아요.

또 올해부터 서울연구원과 횡단 전개를 통해 서울연구원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리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시민청 뿐만 아니라 활용 가능한 공공시설에서 시민청결혼식의 이름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거죠. 9월에 2015년 상반기 접수를 받을 때는 지금보다 더 많은 공공시설에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다양한 공공시설과의 횡단 전개를 목표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 드려요.

 

Q. 또 시민청결혼식 참가자는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을 받게 되는지 알려주세요.


예비 부부교육 중 하나는 의사소통 기술에 대한 교육이에요. 요즘 의사소통의 단절로 이혼하는 부부들도 많아요. 미리 부부간 의사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 갈등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외에도 재무관리 기술과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올해는 ‘시댁과 처가’ 등 다양한 테마의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Q. ‘시청’이라는 공간적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제약사항이 있다면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시민청결혼식을 올릴 예비부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먼저 시민청결혼식은 하객 수를 100명~ 최대 150명까지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화환과 축의금을 받는 것은 지양하고 있고요. 만약 받고자 한다면 어려운 곳에 기부하도록 장려하고 있어요. 또, 공공기관에서 재능 나눔을 통해 진행되는 결혼식이기에 전문 웨딩홀 수준의 시설을 기대하고 오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민청에서 결혼식을 올릴 분들께 시민청결혼식의 취지에 동의하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또, 간혹 시민청결혼식을 전문 웨딩홀 결혼식에서 규모를 축소시키는 개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단순히 저렴한 비용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예비부부만의 특색 있는 결혼식을 꾸민다는 생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시민청결혼식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시민청결혼식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셨나요? 시민청결혼식은 저렴한 비용으로 신랑, 신부만의 특별한 결혼식을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아직 시작단계에 있지만, 많은 예비부부와 전문가분들께서 참여해 주신다면 새로운 결혼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9월에 예정된 2015년 시민청결혼식 접수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