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아티스트'로 불리는 백남준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평생을 노력했습니다. 백남준은 지금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예술혼은 우리나라 곳곳에 남아 숨쉬고 있습니다. 현재 백남준의 작품은 '백남준아트센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유스로거와 함께 백남준의 일대기와 그가 남긴 작품을 감상해 볼까요?
전위예술의 중심에 선 백남준
플럭서스란 ‘변화, 움직임’을 뜻하는 말로, 1960년대 초부터 1970에 걸쳐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 예술을 뜻합니다. 플럭서스 운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 장르의 벽이 허물어졌는데요. 백남준은 TV 매체와 영상 그리고 음악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벽을 허물고 융합하려는 플럭서스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청년기 백남준에 영향을 준 마르크스와 쇤베르크
백남준에게 큰 영향을 끼친 두 명의 스승이 있었는데, 이는 바로 마르크스와 쇤베르크입니다. 백남준은 마르크스의 사상을 공부하며 새로운 세계를 꿈꾸었고, 쇤베르크의 기존 음계를 탈피한 예술을 들으며 극단적 아방가르드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TV정원(백남준 아트센터)
유스로거는 백남준아트센터에 방문해 TV 정원을 관람했습니다. 인공정원과 TV가 서로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TV 정원은 1974년 뉴욕 보니노 갤러리의 개인전에서 처음 구상되었고 이후 뉴욕, 파리, 도쿄 등 다양한 공간에서 소개됐습니다. 백남준아트센터 TV 정원에서 상영하는 ‘글로벌 그루브’는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등 전쟁의 비극을 극복할 방법은 ‘소통’임을 말하고 있는데요. 이 작품은 세계 곳곳의 문화를 촬영한 영상물을 송출해 국제적 융합에 앞장서고 있다고 합니다.
작곡가를 뛰어 넘은 퍼포먼스
▲백남준이 작곡한 악보
백남준은 쇤베르크 영향으로 음악 공부를 시작하였으나, 자본가인 부모의 반대로 음악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없었습니다.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가면서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하였고, 그 후 독일로 가게 됩니다. 이때 ‘존 케이지의 4분 33초’ 작품을 접하게 되었는데, 주변 소음이 음악이 되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후 자신의 음악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다른 매체와 음악을 융합하고자 생각했습니다.
▲살롯 무어먼과 함께한 예술활동
백남준은 1964년 미국으로 건너가 ‘살롯 무어먼’을 만난 이후부터 음악과 성을 다룬 음악 퍼포먼스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 당시 미국에서 용인되지 않는 나체 퍼포먼스를 펼쳐 미국 내에 큰 파장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아방가르드 예술도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후에도 살롯 무어먼과 함께 다양한 예술을 펼쳤고, 이들의 콜라보레이션은 전 세계 미술계에 큰 반향을 이끌었습니다.
▲TV물고기(백남준아트센터)
다음은 일렬로 늘어선 24개의 모니터와 그 앞에 있는 어항이 있는 작품입니다. 각 화면에는 춤추는 사람과, 헤엄치는 물고기 그리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등장합니다. TV에서 나오는 강렬한 빛과 그 안에 억압된 물고기들, 그리고 그 위에 쏟아 내리는 밝은 햇살은 어항 안에 있는 물고기와는 대비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TV물고기는 ‘다양하고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실험적 시공간들이 관객에게 유쾌함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전파를 예술로 승화시킨 백남준
▲'감옥에서 정글' 포스터(좌)/'과달카날 레퀘엠' 영상 (우)
백남준의 예술 반경은 예술계에서 벗어나 방송국으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특히 TV 전파를 통해 예술을 하겠다는 생각은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기에 당시 예술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는 지금도 백남준의 실험적 예술 정신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백남준은 1984년에는 뉴욕과 파리, 베를린, 서울을 연결하는 최초의 위성중계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요. 이후에도 위성 아트인 '바이 바이 키플링', '손에 손잡고'를 발표하였습니다.
▲'피아노와 편지'
텔레비전을 예술의 매체라고 생각한 백남준은 TV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예술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진취적인 예술가였습니다. 백남준은 “예술에 대한 욕망이 과하여 신이 내게 뇌경색을 주었다.” 라고 말할 정도로, 예술가가 먼저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사회적 신념을 실천한 진정한 비디오 아티스트입니다.
▲실제물고기과 생방송 물고기(백남준아트센터)
실제 물고기는 두 대의 진공관 TV로 이뤄진 작품으로, 한대에는 실제 물고기가 들어간 어항이 있고 반대편에는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살아있는 대상과 다시 재생하고 있는 대상을 보여줌으로써 실제 보는 것과 영상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우리에게 질문하는 작품입니다.
한국에 있는 백남준의 걸작
백남준의 유수의 작품은 세계각지에서 만나볼 수 있지만, 한국에서도 백남준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그럼, 지금부터 백남주의 걸작을 함께 살펴볼까요?
1. 다다익선-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은 1986년 개관 이래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자취를 담은 대표적인 미술관입니다. 백남준의 작품 중 그 규모가 가장 큰 '다다익선'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다다익선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백남준 선생님의 초대형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는 1003대의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10월 3일 개천절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백남준은 다다익선에 한민족의 예술적, 기술적 재능을 발휘하여 민족 발전의 신기원을 이룩하려는 염원을 담아냈습니다. 이 작품은 나선형으로 된 경사로를 오르며 감상 각도에 따라 작품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영상의 배치 역시 나선형 형태로 복제되어 있고, 층별로 화면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보면 볼수록 흥미를 끕니다.
2. 프렉탈 거북선-대전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의 중심 미술관으로서 대중과 호흡하고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특별전 및 전시회를 여는 미술관입니다. 대전시립미술관 로비에는 백남준 선생님의 걸작 프렉탈 거북선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프렉탈이란 ‘비정수’를 뜻하는 단어로, 세부 구조들이 반복적으로 전체 구조를 되풀이한다는 물리학 용어입니다. 프렉탈 거북선은 분할과 조합을 연속적으로 나타내 산발적으로 나오는 영상물과 융합을 이루고 있었는데요. 유스로거가 전체적인 영상을 살펴봤을 때, 그 나름의 규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기에서 ‘거북’은 문명의 발달로 파괴되는 인간성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프렉탈 거북선의 거북은 현대 기술문명에서 방향을 잃은 우리에게 구원의 빛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달의 변주곡-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다양한 작품과 일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술관입니다. 매해 바뀌는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백남준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고, 백남준을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달의 변주곡은 달의 순환과 자연의 시간과 어우러진 인간의 삶에 대한 백남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1965년 뉴욕 보니노 갤러리에 처음 소개됐습니다. 이때는 진공관과 좌석을 활용에 달의 현상을 일그러뜨려 표현했으나, 2000년에는 진공관 TV가 모두 단종되어 달의 일부를 촬영 한 후 브라운관에 투시하도록 했습니다. 각 TV에는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이어지는 13개의 영상물로 이뤄져 있습니다. 특히 달은 한국인의 정서와도 깊게 와 닿고, 달에 투영하던 전자시대 이전의 삶의 풍경과 달의 변화라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백남준의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면서 유스로거는 백남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백남준의 작품에 예술의 혼이 살아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계공학과 전자공학 그리고 음악과 영상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전위예술로 우리와 호흡하고 있는 백남준. 그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따뜻한 봄 백남준 작품이 있는 미술관을 방문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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