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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우린 한옥 스타일~ ② 바람 에너지를 찾아라!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면 창호지 사이로 아련한 햇살이 비치는 곳, 마루에 앉아 올려다 보면 하늘이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는 곳, 처마 끝에서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를 즐길 수 있는 곳.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바로 한옥입니다. 한옥은 예부터 선조들과 가장 가까이, 오랫동안 함께해온 건축물이죠.


흔히 건축은 삶을 담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옥에는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요즘 전세계의 관심사인 친환경에너지, 그중에서도 바람 에너지를 이용한 지혜를 한옥에서 찾아보았습니다. 풍력 발전소 만큼 어마어마한 전력을 생산하는 그런 구조는 아닙니다. 그저 실내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 유용할 정도로 바람 에너지를 이용하지만, 잘 살펴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도 있습니다. 유스로거와 함께 바람을 따라 가보실까요?





발치에서 바라보다


한옥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집 그 자체가 아니라 ‘산’입니다. 우리나라는 집을 짓기 전에 터를 먼저 정하는데, 이때 ‘풍수지리사상’을 염두에 두고 터를 정했습니다. 특히 ‘배산임수-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지세’는 가장 이상적인 배치로 알려졌지요.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바람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여름에는 산으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고 겨울에는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 공기를 산이 막아 살기 알맞은 온도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어요.




대문을 두드리다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선 넓은 마당입니다. 한옥 마당은 조경이 화려하게 발달한 다른 나라 마당과 달리 텅 빈 것이 특징입니다. 자연의 뛰어난 경치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던 선조들의 마당에 꽃과 나무가 심어져 있지 않은 이유에는 매우 과학적인 이유가 존재합니다.



차가운 공기는 무거운 성질이 있고 따뜻한 공기는 가벼운 성질이 있습니다. 때문에 차가운 공기는 중력에 의해 바닥과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고 따뜻한 공기는 위로 상승합니다. 꽃과 나무가 없는 넓은 마당은 태양열로 달궈지고 마당과 닿은 공기 온도도 함께 높아집니다. 이렇게 따뜻해진 아래 공기는 상승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차가운 위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게 되면서 공기가 계속 순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순환하는 바람에너지에 의해 마당 공기는 계속 순환하고, 창을 열면 방안으로 자연풍이 들어오지요.

 


앞마당과 뒷마당이 완전 개방되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공간인 마루! 바람길이 형성되어 앞마당과 뒷마당 공기도 순환합니다. 집안에 갇혀있던 공기가 바람 에너지를 받아 밖으로 나가고, 외부의 신선한 공기는 바람 에너지에 실려 집 안으로 들어 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집 안의 공기는 항시 쾌적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바르게 앉아 다시 문을 보다

 

사진 속에 문이 보이시나요? 청사초롱 바로 옆에 있습니다. 아마도 좌우로 여닫는 문 같은데, 처마 밑에 고정되어 있죠. 이 문은 여름과 겨울에 유용합니다. 여름에는 문을 완전히 올려 바람 에너지로 실내온도를 낮추는데 큰 공헌을 합니다. 겨울에는 완전히 닫아 차가운 공기를 막아주고요.



21세기, 이제는 환풍기로 실내를 환기하고, 쾌적한 실내공기를 유지하기 위해 공기청정기를 설치합니다. 여름에는 에어컨을 이용하고 겨울에는 보일러 등으로 내부 온도를 유지하지요. 하지만 선조들은 바람 에너지를 활용해서 이 모든 것을 해냈습니다. 물론 지금은 연료나 다른 에너지원으로 더 효과적인 냉난방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와 같은 기구들을 너무 믿기에 점점 더 자연 에너지를 활용할 법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가벼운 바람 에너지를 활용하던 한옥의 시대에는 실내 환기 불가로 인한 질병이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세계 보건기구에 따르면 환기 등의 실내 문제로 야기하는 호흡기 환자가 일년에 40%씩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옥에서 찾아본 선조들의 바람 에너지 이용법, 그 형태는 정말 간단합니다. 지금이라도 시작하실 수 있어요. 창문을 열어 선선한 가을 바람을 쐬는 것으로 말이죠. ^^

 

*참고

한옥으로 다시 읽는 집 이야기 (최성호 저, 전원주택 2004)

우리 한옥 (신영훈 저, 현암사 2000)

세계 정원과 문화의 이해 (김용기 저, 대가 2006)

취재: 남산한옥마을(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