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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2015 부산국제영화제(BIFF), 100배 즐기기



올해로 벌써 스무 돌을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1일 그 성대한 막을 올렸습니다. 걸음마 단계부터 지켜봐 온 영화제가 이젠 어엿한 성년이 된 것만 같아 대견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뭉클하기도 하는데요. 



이미 전쟁 같은 두 차례의 사전 예매는 끝이 났으니, 이제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몸을 던지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물론 구하지 못한 표가 있다면 계속해서 취소 표를 체크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테지만요.



자 그럼, 올해도 많은 볼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이 행사를 좀 더 효과적으로 둘러보기 위한 체크 포인트부터 짚어볼까요?



예매를 놓쳤다면, 혹은 계획을 바꿀 예정이라면? 현장예매를 노려라!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영화’ 그 자체죠. 이미 어떤 작품을 만나볼지 명확한 윤곽을 그려두었다고 해도, 들려오는 영화평에 꾸준히 귀 기울여야 하는데요. 내가 선택한 영화가 영화제 일정 후반부에 배치되어 있을 때는 특히나 더 그렇습니다. 



선행된 상영 이후, 영화에 관한 치명적인 평가가 들려온다면 과감히 취소를 선택하고 같은 시간에 배치된 다른 작품을 물색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영화제 기간 내내 설치될 임시매표소와 티켓 교환 부스를 이용하면 당일 상영작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데요. 좌석의 20%가 현장 판매분으로 배정되어 있으니 잊지 말고 꼭 기억해서 좋은 영화 관람하세요. 



다양한 메뉴, 나에게 맞는 영화를 고르는 게 중요!



부산국제영화제는 크게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아시아 영화감독의 신작과 화제작을 보여주는 <아시아 영화의 창>, 중견 작가와 영화제 수상작들이 포진된 <월드 시네마>, 작가의식 가득한 비(非)아시아권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플래시 포워드>, 단편이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다큐멘터리 등을 모아 놓은 <와이드 앵글> 등 다양한 섹션을 구비하고 있는데요. 국내 최고의 영화제인 만큼 다양한 요리를 준비하고 있으니, 입맛에 따라 식단을 꾸리면 될 것 같습니다. 


보통은 다양한 영화를 섭취하게 되실 테지만, 간혹 편중된 식습관을 가진 분들도 있으시죠? 이런 분들을 위해 <미드나잇 패션>과 같은 행사도 준비되어 있으니 좀 더 속속들이 영화제를 분석해보길 권해드려요. 



신작보다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오히려 안전한 선택이 될 수도



거장의 후속작과 신예의 데뷔작도 좋지만, 영화제가 준비하고 있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걸릴 영화에 주목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아시아 영화 100>과 <내가 사랑한 프랑스 영화>라는 타이틀로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아시아 영화만을 대상으로 ‘감독’, ‘영화학자’, ‘저널리스트’ 등이 선정에 참여해 완성한 ‘아시아 영화 100 리스트’를 상영하는 ‘아시아 영화 100’ 프로그램은 아시아 영화의 역사와 미학을 담았단 점에서 적잖은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1위부터 10위에 선정된 총 10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인데,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 ‘김기영’의 <하녀>,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 등을 주목하시길 바랍니다.



‘유명 게스트’는 당신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작년 영화제 때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를 보고 나오는 제게 익숙한 얼굴이 급작스럽게 다가왔는데요. 한 명은 열여섯 번째 장편을 들고 영화제를 방문한 ‘홍상수’ 감독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그의 영화 <자유의 언덕>에 출연한 배우 ‘카세 료’였죠. 이 둘은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뒷문으로 이동하던 중 관람을 끝내고 나가던 저와 정면으로 마주쳤던 겁니다. 



올해도 영화제는 방문객들을 위해 화려한 게스트를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클로드 를루슈’, ‘지아 장커’, ‘가와세 나오미’, ‘허우 샤오시엔’, ‘루카 구아다니노’ 등의 유명 감독들과 ‘문소리’, ‘하비 케이틀’, ‘소피 마르소’, ‘틸다 스윈튼’, ‘나가사와 마사미’ 등의 명망 높은 배우들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이들은 GV나 오픈 토크 행사를 통해 만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이 행사 표를 구하는 일은 어마어마한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제가 언급한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우연은 급작스럽게 찾아오는 법이죠. 그러니 행사 기간 내내 주변을 늘 경계해보세요. 여러분의 스타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시간과 시간, 그 사이를 메우는 법



하루에 여러 편의 영화를 소화할 계획이라면, 영화와 영화 사이에 붕 뜨는 시간을 어떤 식으로 보내야 할까 고민을 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짬짬이 식사도 해야 하고, 또 틈틈이 휴식도 취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역시 대형 백화점과 다양한 상가가 있는 ‘센텀시티’ 인근인데요. 기본적으로 먹거리와 볼거리가 보장되는 장소인지라 많은 관람객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죠. ‘영화의 전당’ 앞에 배치된 드넓은 좌석 또한 휴식을 취하기엔 그만입니다. 저는 항상 이곳에서 책을 읽거나 앞선 영화를 심적으로 복기하곤 한답니다. 이 주변에선 간혹 이벤트도 열리니 본인의 이동 동선을 참고한 후 종종 들러보길 권하고 싶네요. 


무엇보다도 관객이 많이 모이는 이런 장소야말로 열정적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젊음’을 또, 한가롭게 시간을 걸쳐놓은 ‘노년’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영화제의 분위기를 제대로 북돋는 건 ‘명작 영화’나 ‘유명 게스트’가 아닌 바로 이들이거든요.


 

영화제를 찾는다는 건 분명 적어도 영화에서만큼은 적극적인 소비자란 뜻일 겁니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이런 구매욕을 갖게 되는 건 아니죠. 저 또한 영화제가 뿜어내는 특유의 열기를 우연히 경험한 후부터, 이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되었으니까요. 



스쳐 지나는 모든 사람이 영화를 사랑하고 심지어 영화 관계자이기도 한 공간, 확실히 이런 정서를 체험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겁니다. 무엇보다 이 맘 때쯤의 ‘부산’은 날씨가 너무나 좋죠. 청명한 하늘과 포근히 불어오는 바람은 굳이 좋은 영화와 함께 있지 않아도 절로 기분을 들뜨게 해 주는데요. 자, 이번 주는 이 모든 걸 즐길 수 있는 장소에서 ‘영화’ 한 편 보는 게 어떨까요? 아마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