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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개인소장 박물관에서 시간의 가치를 쫓다

이색 박물관

 

혹시 어렸을 때 장난감을 모으거나 오래된 버스 토큰을 모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어렸을 때 작은 몽당연필들을 수집한 적이 있습니다. 끝이 뭉툭한 것이 새 연필보다 훨씬 정감있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그저 좋다는 이유 하나로 몽당연필을 모았듯, 많은 사람들은 순수한 열정으로 수집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재테크 수단이나 장식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특별하게 느끼는 사물의 가치를 고이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지요. 몇몇 수집가들은 자신만의 박물관을 열어서 가치를 함께 공유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많은 박물관 중에서 부엉이 박물관, 세계 장신구 박물관, 별난 물건 박물관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1. 부엉이 박물관

 

부엉이 박물관

 

제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부엉이 박물관입니다. 부엉이 박물관은 삼청동 골목길에 위치해 있습니다. 감사원과 베트남 대사관을 지나서 언덕을 내려가다가 보면 왼편 골목길 저편에 부엉이 모양의 간판이 보인답니다.

 

삼청동 부엉이 박물관

 

이렇게 건물 외벽, 지붕에도 부엉이 벽화가 그려져 있네요. 관장님께서 45년 동안 약 3000여 점의 부엉이 관련 작품들을 소장하셨다고 하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부엉이 조각

 

입구에 들어가니 아담하고 오래된 카페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부는 모두 부엉이 모양의 조각품들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관장님께서 직접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었는데, 직접 저를 찍어주시겠다고 하셔서 티켓도 사기 전에 사진부터 찍었답니다.

 

티켓을 구입하고 테이블에 앉아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박물관에 있는 테이블은 모두 200년은 족히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차를 쏟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홀짝거렸습니다. 앉아서 천천히 훑어보니 정말 많은 종류의 부엉이 관련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부엉이 조각뿐 아니라, 액세서리, 부엉이 그림이 들어간 포스터, 부엉이라는 노래 제목이 들어간 70년대 앨범, 다리 부분에 부엉이 조각이 새겨진 장롱 등 그 종류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찍을 수는 없었지만, 저도 오히려 그편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만으로는 수집품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 중 한 나무조각에 대한 스토리를 말씀해 주셨는데요. 골동품 가게에서 그 조각을 처음 발견하곤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을 뺏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꼭 사고 말리라 했었지만,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먼저 구입을 해버렸다고 해요. 조각품을 찾기 위해 관장님은 오랜 시간 동안 수소문 끝에 결국 찾아내셨고, 그제서야 박물관에 조각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찾고 싶으셨냐고 물어보자, 관장님은 조각품도 사랑을 받은 조각품은 그 느낌이 다르다고 대답했습니다. 부엉이의 머리 부분이 반질반질한 것을 보고, ‘옛 주인이 항상 쓰다듬고 예뻐했었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참, 사람이나 조각품이나 사랑받고 살아야 하는 것은 같은 이치인가 봅니다.

 

삼청동 부엉이

 

다시 테이블에 앉아 부엉이 박물관 도장도 찍어보고 색연필로 부엉이 그림도 그려보았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와서 이런 활동을 같이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위 사진처럼 박물관 한 켠에 아이의 그림이 전시될지도 모르잖아요? ^^

 

마지막으로, 여러분께서는 부엉이가 어떻게 우는지 아시나요? 생각보다 다양한데요. 솔부엉이는 예상대로 ‘부-엉’, ‘부-엉’, 수리부엉이는 ‘포-호’, ‘포-호’ 하고 운다고 합니다.

 

 

2. 세계 장신구 박물관

 

세계 장신구 박물관

 

부엉이 박물관을 나와 삼청동 카페거리를 걷다 보면 세계 장신구 박물관을 찾을 수 있습니다. 멀지 않으니 한 코스로 잡아도 좋을 것 같아요. 외관은 특이하게 금속 재질의 박스 모양으로 되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답니다. 세계 장신구 박물관은 세계 각지의 장신구들과 그와 관련한 문화를 보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자, 그러면 어떤 장신구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들어가 볼까요.

 

세계 장신구 박물관 호박 목걸이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길을 끄는 장신구는 바로 이 호박 목걸이입니다. 호박은 고대 이디오피아 시대에 화폐 대용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또 성스러운 정기를 가지고 있어서 치료 약으로도 사용됐다고 합니다. 위 장신구는 발틱 해 주변에서 발견된 19세기 말 작품입니다.

 

장신구 박물관

 

왼쪽으로 이동하자 에메랄드 원석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원석들은 콜롬비아에서 채취한 것들이고, 주변의 금 장신구들은 무이스카 족들이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무이스카는 콜롬비아 보고타 주변에 있는 높은 계곡에서 사는 인디언이랍니다. 무이스카는 고도로 발달된 문화와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에게 황금은 종교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자(死者)를 금과 함께 묻는 의식이 있을 정도로 말이죠.

 

세계 장신구 박물관

 

옆 방에는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목걸이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목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거워 보이죠? 다행히 평소에 착용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오른쪽 위의 목걸이는 오만에서 19세기에 만들어졌으며, 결혼식 때 신부가 착용하는 목걸이라고 해요. 원통 안에는 신부의 행운을 비는 코란의 구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아래쪽의 하트 모양의 장신구가 보이시나요? 이것은 목걸이가 아니라 등에 부착하여 악귀를 물리치는 부적과 같은 역할을 가지고 있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19세기에 만들어졌고, 하트 모양은 창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장신구 박물관 반지

 

마지막 층에는 아기자기한 반지들이 유리 전시관 안에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반지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기능도 있고, 권위를 상징하거나, 진정한 사랑을 의미하기도 하고, 성스러운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다양한 종류의 반지들은 이와 같은 테마로 나뉘어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반지 하나하나가 어느 나라에서 왔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저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장신구들이 한때 찬란했던 고대 문화의 가치 또한 품고 있었습니다.

 


3. 별난 물건 박물관 + 롤링 볼 뮤지엄

 

이색 박물관

 

마지막으로 별난 물건 박물관입니다. 별난 물건 박물관은 서대문역 5번 출구로 나와서 곧바로 가다가 경향아트힐로 들어가면 2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별난 물건 박물관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는데요. 기존의 별난 물건 박물관과 롤링 볼 뮤지엄으로 나뉩니다. 먼저 별난 물건 박물관부터 살펴볼까요!


①  별난 물건 박물관

 

별난 물건 박물관

 

이름답게 별난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물건들을 천천히 보면서 ‘별난’이라는 수식어가 왜 어울리는지를 깨닫게 되었는데요. 특별한 재료로 만들어졌거나 비싼 물건들이 아니라 인간의 일상적인 삶을 빛나게 해 줄 수 있는 재치 넘치는 물건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건 하나하나에는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소소한 유머가 숨어 있었습니다. 그 중 ‘목적지 지나침 방지모자’는 예전에 인터넷에서 보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게 돼서 반가웠습니다.

 

이색 물건

 

별난 물건 박물관의 장점은 직접 만지고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신나서 슈퍼히어로 옷도 입어보고, 숟가락 왕관도 써보고, 얼굴만한 선글라스도 써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며 흐뭇해하는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 가족들 틈에 끼어 ‘혼자서 조용히 책 베개’에 누워봤습니다. 푹신푹신하면서도 딱딱한 희한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②  롤링 볼 뮤지엄

 

롤링 볼 뮤지엄

 

‘롤링 볼’이라는 테마로 이렇게 많은 기구(?)들을 만들 수 있다는 데 굉장히 놀랐습니다. 박물관 초입에는 이렇게 대규모 롤링 볼 기구가 있었는데요. 농구공만한 공을 마치 롤러코스터 태우듯이 레일에 통과시키면서 중간중간에 공이 악기들을 튕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리적 원리를 깨우치는 교육적인 기능도 있으면서 동시에 굉장히 흥미로운 볼거리였습니다.

 

롤링 볼 뮤지엄

 

이렇게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와 함께 블록을 쌓아보기도 하고, 롤링 볼 레일을 보면서 공이 굴러가는 것을 감상하기도 하네요.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신기한 풍경입니다.

 

롤링 볼

 

이렇게 소규모 레일도 있었는데요. 눈앞에서 구슬이 레일에 빠르게 굴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쾌감이 느꼈습니다. 레일의 종류도 다양해서 일일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구슬이 부럽기도(?) 했는데요. 사람들이 이용하는 놀이동산에도 저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롤러코스터 레일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롤링 볼 레일

 

레일 중에는 이렇게 현대 설치미술과 같이 예술적인 느낌을 주는 레일도 있었는데요. ‘위대한 회전’이라는 제목을 보고서 구슬이 끊임없이 굴러가는 이 원형 레일이 우주의 축소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집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순수한 열정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열정은 반짝이는 어린아이의 동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들이 가치 있다고 느끼지 못했던 작은 조각을 보고 감동하는 마음. 그 마음이 조각이 지닌 이야기를 찾아보게 하고, 점점 더 많은 수집품을 모으고 그와 관련된 문화의 지식을 넓혀가는 과정을 만들어 갑니다. 그 과정이 지금의 박물관들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고 함께 시간의 가치를 지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유스로거 이로운이었습니다.

 

이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