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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눈 1톤이 석유 10리터의 에너지 효과를 가진다?

 

 


여러분께서는 눈 소식을 들으면 어떠신가요?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를 상상하며 설레는 분도 있겠지만, 강원도처럼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 사는 분들이라면 걱정부터 앞서실 텐데요. 현재 우리나라는 폭설로 인한 재산피해와 교통혼잡, 제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연 1조 2천억 정도 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골칫덩어리였던 눈이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 받고 있는데요. 겨울철 자연의 냉기로 인해 축적된 눈의 냉열을 활용한 ‘설빙에너지’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설빙에너지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냉기가 만드는 에너지, 설빙에너지




설빙에너지는 겨울철 자연의 냉기로 인하여 잠열이 축적된 설빙의 냉열을 활용하는 에너지를 말합니다. 


* 여기서 잠깐

잠열(潛熱) : 물질의 상태가 기체와 액체, 또는 액체와 고체 사이에서 변화할 때 흡수 또는 방출하는 열

설빙(雪氷) : 눈에서 생긴 얼음으로 녹은 눈이 눌리어 단단해지거나 다시 얼어서 생기는 얼음

 

다시 말해, 눈이 얼음이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열과 설빙에 보존된 냉기를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으로 겨울에 내린 눈과 얼린 얼음을 냉열자원으로 여름까지 보존하여, 그 냉기와 냉수에 농산물을 저온 저장하거나 냉방이 필요할 때 활용하는 방식인데요.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가 크고, 겨울철 폭설을 동반하는 우리나라의 자연적 특성을 이용하는 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설빙에너지 활용의 유사한 예로 석빙고를 들 수 있는데요. 석빙고는 얼음이 귀했던 시절, 얼음을 저장하기 위해 만든 창고로, 한겨울에 저장한 얼음을 꺼내 사용합니다. 현재도 6 곳 정도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조선 숙종 때의 기록에 의하면 경북 경주에 있는 석빙고의 경우 한겨울에 얼려둔 얼음을 추석까지 사용하였다고 하네요.



눈 1톤 = 석유 10리터?



 

그렇다면 설빙에너지의 에너지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눈 1톤은 약 10리터의 석유와 동등한 에너지 효과로 이산화탄소를 30kg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비가 18.4km/ℓ인 현대자동차의 아반떼가 눈을 연료로 사용한다면, 눈 1톤으로 184km를 달릴 수 있는데요. 이는 서울에서 평창까지 갈 수 있는 무게랍니다.



적극적으로 설빙에너지를 활용하는 일본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설빙에너지를 공공시설, 산업시설, 농업시설, 개인 냉방에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설빙에너지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설빙에너지의 가능성을 보고 2002년에 개정된 “신재생에너지 이용 등의 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설빙에너지는 일본 내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요. 


일본 국토교통성은 “설냉방 시스템 계획지침”을 통해 설빙에너지 시스템의 계획부터 설계, 시공, 유지관리까지 세부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 가치를 인증하는 “설빙 GREEN 열정서” 제도를 도입하여 지차체와 기업의 참여를 북돋우며 2012년 기준 일본 내 144개의 설빙에너지 이용시설이 가동 중에 있죠.

 


 

일본의 활용사례, 농작물 생산 공장에서 공항까지

 



설빙에너지는 감자 등 다양한 식품의 저온저장고에서 활용되고 있는데요. 눈이 가진 냉기와 더불어 습도가 농작물의 당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개인주택부터 노인복지시설, 학교 등 생활기반 시설에 도입하여 사용 중에 있어 실제로 북해도의 다세대주택에서는 약 100톤의 눈 저장고를 설치하여 7-8월 냉방에 이용하고 있다고 하네요.


북해도에 위치한 신치토세공항은 공항 내에서 제설한 눈을 모아 설산(雪山)을 만들어 터미널의 여름철 냉방에 활용할 뿐 아니라 12만㎥의 눈을 사용하여 냉방 에너지의 18%를 절감하였다고 합니다. 에너지는 물론 활주로의 타이어 등으로 인해 오염물질이 많은 눈을 에너지로 활용한 후 하천수질 오염 예방효과까지 얻게 되었다고 하네요.


 

 

전국 평균 3배의 눈이 내리는 강원도




친환경 에너지인 설빙에너지를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은 없을까요? 우선,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은 단연 강원도인데요. 대관령 지역은 2000년대에53.5∼469.8cm의 범위로 연도별로 큰 차이를 보였지만, 40년간 평균 적설량이 221.2cm이었습니다. 동해안 지역은 2008~2010년까지 평균 적설이 123.9cm로 전국 평균 45.9cm보다 2.7배 많은 적설량을 보이고 있으며, 하루 5cm 이상(제설이 필요)의 적설 일수가 3년평균 7.3회로 전국 평균 3회보다 2.4배 많다고 하네요.



눈 때문에 울고 웃는 강원도

 



강원도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적 특성으로 9개의 스키장이 있으며, 겨울이 되면 대관령 눈꽃 축제, 태백 눈꽃 축제 등 눈을 소재로 하는 축제가 많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눈 덕분에 겨울철 관광 수입을 창출하게 되는 반면 눈 때문에 오는 고충도 만만치 않은데요.


강원도 내 시•군은 제설을 위해 2009-2010년 63.3억 원, 2010-2012년 100억 원의 비용을 하였음에도 전부 처리하지 못해 도심에서 모인 눈들은 공터나 하천 둔치, 바다에 더미째 버려져 자연적으로 녹도록 방치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심뿐 아니라, 스키장이나 눈꽃 축제가 벌어진 곳들은 행사 기간이 종료되면 눈을 폐기해야 하는 실정이라 겨울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눈이 한 순간에 쓰레기로 전락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강원도는 제설 비용을 신재생에너지로의 활용을 위한 투자비용으로 설빙에너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강원도형 설빙에너지는 평창올림픽으로 시작




강원도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탄소 제로 환경올림픽’을 만들기 위해 평창올림픽 대회 기간 동안 소요되는 전력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7개 사업 중 하나로 겨울철 자연의 냉기로 축적된 설빙의 냉열을 에너지화하는 강원도형 설빙에너지 보급 및 인프라 구축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 데이에너지 평창올림픽, 100% 신재생 전력공급 추진, 기사 참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설빙에너지가 보급된다면, 알펜시아 클러스터 지역의 선수촌, 미디어촌, IBC(International Broadcasting Cente) /MPC(Main Press Center)와 코에스탈 클러스터 지역의 스피드스케이팅장, 아이스하키장 등에 냉방제공이 가능한데요. 올림픽이 끝난 후, IBC/MPC 시설을 많은 냉방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로 이용할 경우 냉방 시 설빙에너지의 활용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이라는 계절 주기성을 적극 활용한 설빙에너지. 눈은 골칫거리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설빙에너지를 통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도 ‘탄소 제로 환경 올림픽’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불어 여름철 농가와 리조트 등에 에너지 절감효과가 증가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