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인사이드

자동차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빌려 타는 자동차 시대’


자동차 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자차 시대에서 빌려 타는 자동차 시대로 말이죠. 거리를 달리다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허, 호, 하’ 번호판, 이제는 그들이 우대받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리스 관련 법제의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 의미 있는 결과를 하나 보게 됐는데요. 자동차 리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였습니다. 자동차 리스는 2002년 국내 시장 규모가 6,635억원에 불과했지만 2012년 5조8,247억원으로 무려 8.8배나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리스가 전체 리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27%에서 10년 후인 2012년은 57%로 크게 오른 것이지요.

 

렌터카 시장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과거 렌터카의 주 구매층이었던 법인 외에 개인 사용자가 꾸준히 늘었습니다. 국내 렌터카 점유율 1위인 kt금호렌터카에 따르면 개인장기렌터카 시장은 지난 3년간 연평균 65.8% 성장했는데, 지난 2010년 전체 렌터카에서 7.2% 비율이던 개인장기 렌터카 비율은 2011년 9.3%, 2012년 13%를 나타냈습니다. 점차 개인도 빌려 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겁니다.

 

이렇게만 빌려 탈까요? 아니죠. 최근에는 카셰어링이 급부상 중입니다. 카셰어링이란 말 그대로 자동차를 나눠 타는 것인데, 그린카, 쏘카 요즘 뜨고 있는 전기차를 셰어링 할 수 있는 씨티카까지 다양합니다. 렌트카와 비슷하지만 렌트카 대여 시간이 최소 6시간인 반면 카셰어링은 30분 단위로 빌려 타는 게 다른 점입니다. 당연히 요금도 짧게 이용하니 저렴하죠. 덕분에 요즘 카셰어링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빌려 타는 이유가 무얼까요?

 

이렇게 사람들이 자동차를 빌려 타는 이유는 굳이 소유할 필요성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동차는 구입 후부터 아낀다고 주차장에 세워만 놔도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입니다. 주택의 경우 해당 지역에 살고 싶은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가치가 오르지만 자동차는 결코 그렇지 않죠.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유는 대중교통을 들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3시간 이내에 달리는 고속열차가 생겼고, 대형 버스는 전용 차선을 달리며 이동 시간을 줄였습니다. 여러 대중 교통 수단을 연결하는 지하철도 연장 거리를 늘렸습니다. 동시에 기름 값이 올랐죠. 그러니 자동차 운행을 줄인 대신 대중교통 이용자가 많아진 겁니다. 덕분에 자동차 운행거리는 짧아졌죠.

 

실제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국내 자가용 승용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34.6㎞에 불과했습니다. 10년 전인 2002년 54.3㎞와 비교하면 28.8% 감소했죠. 자동차 보유 기간 동안 실제 자동차를 운행하는 시간은 영업용이 아니라면 보유 전체 기간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운행을 줄이다 보니 굳이 쓰지도 않는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간 자동차세, 보험료, 정비료 등을 지출하는 게 과연 현명한 것인지 살펴보게 됐다는 것이죠. 게다가 사업자인 경우 빌려 타는 비용을 모두 사업에 필요한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보니 차라리 빌려 타는 게 낫다는 판단이 많아진 겁니다.

 

또한 빌려 타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사회적 현상도 중요합니다. 먼저 인식은 경제적인 측면이 깊게 관여합니다. 자동차는 필요할 때 잠깐씩 이용하면 될 뿐 굳이 세워 둔 자동차에까지 비용을 지출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된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스마트 기기의 대중적 보급입니다. 스마트 디바이스가 보급되면서 굳이 운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증가한 것이죠.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에 타보면 온통 스마트 디바이스에 빠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운전 시간을 줄였고, 결국 필요할 때만 사용하자는 심리로 연결돼 빌려 타는 게 대세로 떠오른 겁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빌릴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전통적으로 자동차를 빌리는 것은 먼저 렌트입니다. 렌트는 자동차 대여업에 속하는 사업이죠. 그래서 영업용으로 분류돼 LPG 연료 사용이 가능합니다. 매월 일정액을 내면 관리할 필요 없이 그냥 타기만 하면 됩니다. 고장 나면 알아서 고쳐주고, 이용자는 돈만 내면 됩니다.
 
그러다 자동차 대여업에 뛰어든 게 리스입니다. 리스도 빌려 타는 것인데, 리스는 금융사업자가 자동차를 구매해서 이용자에게 마치 돈 빌려주듯 타게 하는 겁니다. 렌터와 빌려 타는 것은 같지만 영업용이 아니어서 LPG 연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개인 맞춤형으로 비용을 산정할 수 있죠.

 

대표적인 게 보험입니다. 렌터카는 모든 사람이 이용한다는 전제 하에 보험이 가입되지만 리스는 개인 이용자의 운전 이력에 따라 보험료가 적용됩니다. 무사고 운전자라면 적은 보험료를 내겠지요.

 

카셰어링 같은 경우는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 렌터카와 달리 30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편도만 이용 가능했지만 지금은 왕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습니다. 그린카와 쏘카, 씨티카 등의 사업자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애플리케이션 다운받아 예약하고 이용하면 끝입니다. 10분 이용 기준으로 경차는 대여료가 최저 1,050원에서 중형차는 1,650원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카셰어링이 단 시간 이용 때 렌터카보다 유리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조건 저렴한 것은 아니지요. 렌터카는 대부분 별도의 주행 요금이 없는 반면 카셰어링은 사업자가 주유비를 부담하기에 대여비와 별도의 주행 요금을 받습니다. 일종의 기름 값이지요. 이용자가 100㎞를 달렸다면 1만8,000원, 500㎞라면 9만원을 내야 합니다. 대부분 ㎞당 요금이 책정되는데, 경차는 180원인 반면 중형차는 200원 정도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짧은 거리 이용에 적절한 것이지요. 

 

 

 

빌릴 때 무얼 주의해야 하나요?

 

중요한 것은 리스와 렌트, 카셰어링 모두 소유자가 사업자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최대한 깔끔한 사용을 요구하게 되죠. 빌릴 때 외관을 철저히 검사하는 것도 그런 맥락인 겁니다.

 

그런데 리스는 최소 3년 계약이어서 별 문제가 없지만 렌트와 카셰어링은 단 기간 이용이 가능한 만큼 이용자가 자칫 오해(?)받을 일은 사전에 철저히 방지해 두는 게 최선입니다. 빌릴 때 외관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지요.

 

렌트는 직원과 함께 확인하지만 카셰어링은 이용자 스스로 해야 합니다. 만약 흠집이 있는 경우 즉시 해당 회사에 연락을 취해 본인 잘못이 아님을 확인 받아야 합니다. 즉, 출발 전에 해둬야 하지요.

 

반면 이용자가 주행 중 작은 흠집을 내도 연락을 해줘야 합니다. ‘혹시 모르겠지’하고 반납하면 나중에 고액의 수리비가 청구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밖에 다음 사용자를 위해 주유는 전체 눈금의 4분의1 이상을 채워서 반납해야 합니다. 모자랄 경우 추가 요금을 내야 하죠.

 

보험은 대부분 별 문제없이 가입돼 있습니다. 대인, 대물, 자기차손해, 손해 면책제도까지 포함돼 있는데, 요즘 고가의 수입차가 많으니 만약을 대비해 피해차의 대물 배상액이 높은 곳을 고르는 게 현명할 것 같네요. 

 

 

 

어쨌든 이제는 자동차도 당당히 빌려 타는 시대가 된 겁니다. 아니, 오히려 빌려 타는 게 현명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하죠. 자동차 회사의 최대 난적은 대중교통과 자동차 대여의 활성화라고 말이지요.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자동차 문화가 바뀌고 있습니다. 다음 시대에서는 또, 어떤 자동차가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해 줄지,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