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학창시절 한 번쯤은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을 문학책에서 본 적이 있을 텐데요. 서정적인 문체와 생동감 있는 표현을 읽고 있자면 눈앞에 흐드러지게 핀 메밀밭의 풍경이 보이는 듯합니다.
이 소설의 무대이자 이효석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강원도 봉평에서는 매년 가을 메밀꽃 개화시기에 맞춰 <메밀꽃 축제>가 열리는데요. 9월 5일부터 9월 14일까지 열린 메밀꽃 축제에는 드넓은 메밀꽃밭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알차게 꽉 차 있었답니다. 가을과 함께 찾아온 메밀꽃으로 봉평을 200% 즐기는 법, 유스로거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유스로거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장면을 두 눈으로 실제 감상할 수 있는 메밀꽃밭이었습니다. 메밀꽃길 얖 영으로 전시된 삽화들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인상 깊었는데요. 꽃밭의 경치와 어우러진 삽화들 탓에 유스로거도 소설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메밀꽃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여러 가지 포토존이 등장하는데요. 아기자기한 설치물도 여럿 있고 꽃밭 가운데서 포즈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추억을 만들기 딱인 장소더라구요! 유스로거도 한껏 포즈를 취해보았습니다.
봉평 메밀꽃축제는 효석 문화제라고도 하는데요. 이효석 작가의 고향인 만큼 작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생가터 등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유스로거도 메밀꽃밭에서 10~15분 정도 떨어진 이효석 문학관을 둘러보았습니다.
이효석 작가는 메밀꽃 필 무렵과 같은 향토적인 색이 짙은 작품 외에도 모더니즘적인 문학 세계를 펼치다가 서른여섯, 생활고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고 합니다. 이효석 문학관에는 이러한 이효석 작가의 운문이 실린 나무액자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요. 소장하고 싶을 만큼 참 예뻤답니다. 이효석 작가의 깊은 문학 세계에 유스로거도 잠시 빠져있다가 문학관 외부로 나왔습니다. 가을답게 높은 하늘과 화창한 날씨가 유스로거를 더욱 반기는 듯했는데요. 이러한 자연을 배경 삼아 이효석 작가와 인증샷도 찰칵!
축제장 일대를 돌아다니다 보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절로 떠오르는데요. 메밀꽃밭 외에도 봉평장과 개울가, 물방앗간 등 소설 속 장면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장소들이 등장합니다.
유스로거도 메밀꽃밭 가운데서 나귀(라 불리는 나귀 모형)도 타보고 허생원이 동이에게 하룻밤의 인연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개울물도 직접 건너보았습니다. 개울물 건너기는 쉬워 보였지만 강물에 나무다리가 흔들 흔들거려서 다리가 후들거렸답니다.
축제장에는 여러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귀 체험장이었는데요. 대여섯 마리의 나귀가 얌전히도 메어져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신청하면 나귀를 타고 메밀꽃밭까지 다녀올 수 있었는데요. 유스로거는 점심으로 배를 두둑이 채운 뒤라 나귀에게 미안해질까 봐 직접 체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어린이들이 나귀를 타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재밌어 보였답니다.
나귀체험장 외에도 친환경적인 공예작품 체험장과 메밀떡 만들기, 농기구 체험과 같은 여러 체험장이 축제장 일대에 있어 어린아이들과 함께 경험하기에 좋아 보였습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느닷없이 소설 속 명장면을 맞닥뜨리게 되는데요. 장소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연기를 하는 거리 상황극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충주댁 술집에서 허생원이 동이와 처음 맞닥뜨렸을 때 모습이에요. 온 행사장을 무대로 삼은 거리극이 신선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유스로거가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구경했던 마당극 메밀꽃 필 무렵입니다. 연기자들의 노래솜씨와 극 중간중간에 선보이는 재주, 신명 나는 연주에 절로 흥이 났답니다.
메밀꽃 필 무렵이 장편 소설이 아니어서 한 시간 반 남짓 되는 극으로 어떻게 구성될까 궁금했는데 과장된 표현과 재미 요소들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소설과 약간 달라서 신선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메밀꽃밭에 왔으니 메밀로 된 음식도 빼놓을 수 없겠죠? 유스로거가 먹은 메밀 막국수와 감자전 말고도 메밀전, 메밀만두, 메밀전병 등 다양한 메밀 음식을 맛볼 수가 있습니다. 유스로거는 추석을 맞아 봉평장터에서 메밀모주도 사왔답니다. 시골 장터는 서울 시장과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구요. 다만 장터에서는 현금만 받으니 현금 꼭 챙겨가세요! 유스로거는 나귀 모양이 달린 팔찌도 사고 싶었지만, 현금이 없어 사지 못했답니다. ㅠㅠ
어떠신가요? 여러분도 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메밀꽃밭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세요? 메밀꽃축제는 9월 둘째 주에 끝이 났지만, 메밀꽃 개화의 절정 시기인 가을, 시간을 내어 봉평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연과 문학의 정취 속에서 가을의 시작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쌓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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