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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사이드

'원유관세' 꼭 필요한가? 관세폐지를 위한 조건은?

 

20세기 후반 이래로 국제 경제는 개방화와 세계화 아래 급변하고 있습니다. 상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자본, 인력 등 국내 경제규모가 성장함에 따라, 반드시 수입을 해야 하는 원재료의 양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의 부존여건과 생산조건이 열악한 탓도 있지요.

 

원재료는 주로 국제정세나 수급 변화에 따라 그 수입가격이 크게 변화합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쩔 수 없이 수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민생활물가의 불안정 및 실질소득의 감소 등 가공할 만한 경제적 위협이 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상품의 대표적인 것들이 원유, 철광석, 석탄 등입니다.

 

 

원재료에 부과되는 관세정책의 변화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재에 대해서는 ‘무세화’ 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설정하여 석탄, 철광석 등의 산업에서 원유와 성격이 같은 필수 원자재의 수입관세율은 0%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원유는 수출에서 큰 비중을 담당하는 정유산업의 핵심 원재료이자, 석유화학이나 철강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의 에너지원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3%의 기본관세가 여전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관세정책’은 중간재 산업과 최종재 산업간의 보호무역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미 많은 국가에서 중요한 논쟁거리가 되어 왔습니다. 원자재에 대한 관세유지를 통해 우리나라 중간재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할 것인지, 아니면 무세화를 통해 중간재 가격을 하락시키고 최종재의 생산 및 수출을 증가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나 철광석이 생산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여 국내 산업을 보호할 명분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FTA 체결은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10개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어 오면서 원재료와 완제품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공산품의 관세율을 철폐하여 중간재와 완제품간의 세율 불균형 논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중간재에 대한 관세율 정책은 FTA 시대에 더욱 중요한 논의 대상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정유산업의 핵심 원재료, 원유!

그럼에도 우리나라 원유관세 3% 적용 중

 

 

지구상의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의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입하는 원재료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수입가공품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경사관세(Tariff escalation)’ 제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가공도에 비례해서 관세율을 높게 부과하는 구조를 채택하는 이유는 완제품 산업을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원재료에 다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완제품에 사용되는 중간재 산업을 모두 보호하는 ‘중복보호정책’을 야기하기 때문에 명분이 약합니다. 자국산업(원유탐사사업)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정책을 실시하는 모양새로 국제무역기구에서 의의를 제기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와 더불어 관세는 납세자의 조세저항이 낮은 세금에 속합니다. 즉 자국의 산업보호와 관련하여 필수적으로 부과되는 세금인 것입니다. 납세자가 직접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업자가 납부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에 직접 전가되지요. 2014년 현재 OECD 34개국 가운데 휘발유, 경유 등 가공제품이 아닌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하여 미국, 호주, 멕시코 등 4개국 뿐입니다.

 

국가별 관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은 원유가격의 0.1~0.2%, 호주는 0.3~0.4%로 매우 낮은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반면, 멕시코의 경우 10%의 매우 높은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산유국인 멕시코는 전체 원유소비의 0.4%만 수입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멕시코는 자국의 원유채굴산업을 보호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익에 도움된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각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원유관세율은 3%로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수충족을 위해 무리하게 부과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유관세를 폐지한다면?

 

 

우리나라의 원유수입 물량은 2013년 기준으로 월평균 약 7,900만 배럴에 달하고 평균 수입가격이 105$/BBL 수준임을 감안할 때, 정유사를 포함한 원유수입업자는 매년 3.5조 원의 관세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원유관세가 없어진다면, 원유에서 생산되는 각종 제품의 관세를 선별적으로 높이거나, 개별소비세 등 내국세율을 높여서 원유관세 납부 감소액을 보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유관세 폐지의 긍정적 효과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석유 투입비중이 높은 업종인, 기초화학, 비금속광물업, 운수보관, 열공급업, 화력발전 등의 원가경쟁력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또, 세계 경기 하락에 따라 석유제품 수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관세를 납부하고 수출 시에 환급 받는 번거로운 절차에서 벗어나, 원유관세를 폐지하고 국내로 판매될 때 세금을 납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단순화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오일허브를 위해서도 도입이 필요한 제도 입니다.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세계 유수의 오일허브 지역도 모두 원유무관세를 통한 석유제품거래 활성화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고용창출 관점에서도 원유관세가 폐지된다면 물류•석유화학•금융•서비스 등 주요한 연관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외국의 트레이딩 기능이 국내산업으로 편입되면서 다양한 고급 일자리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원유관세 폐지의 정책적인 딜레마

 

원유관세 폐지는 앞서 말한 대로 정부의 조세수입 감소를 초래하여 국가재정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대안을 도입할 수는 있으나, 다양한 산업 이해당사자들의 상반된 견해가 쏟아질 경우 정책당국은 정책적 타협점을 찾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물가관리 및 경상수지 흑자가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되는 국면에서는,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원유도입단계의 관세폐지’는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한 정부의 전향적 움직임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