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하반기부터 급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국제 유가는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하락세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지난해 7월 1배럴에 108달러에서 6개월 만에 절반 이하인 50달러로 떨어졌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도 떨어졌습니다. 2014년 7월 1,758원에서 11월 1,584원으로 감소했죠. (출처 : 한국석유공사)
큰 폭으로 하락한 국제 유가에 비해 국내 기름값의 하락폭은 크지 않은데요, 국제 유가의 하락을 왜 국내 휘발유 가격에선 체감하기 힘든 걸까요? 산업연구원 신성장산업연구실의 최동원 부연구위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휘발유 가격에서 국제 유가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는?
유지우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속도와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는 속도가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동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현재 우리나라는 국제 유가의 영향이 휘발유 가격에 바로 반영되기는 어려운 구조입니다.
국제 유가 하락 폭에 비해 기름값 인하 폭이 적은 이유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높은 세금 비중을 들 수 있습니다. 유류세, 관세, 부가세 등을 합하면 리터당 세금 총액이 874.66원(2014년 12월 기준)으로 54%에 달하는데요, 때문에 국제 유가가 50% 떨어져도 주유소 가격의 최대 하락 추정치는 22%에 불과하게 됩니다.
게다가 유류세의 대부분은 정액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국제 유가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즉 유가가 떨어질수록 세금 비중은 커지는 셈이죠.
국내 휘발유 가격 책정
▲ 자료: Opinet의 2014년 12월 4째주 자료(보통휘발유의 경우)
주유소의 석유제품 구매와 판매 시점의 차이 또한 가격이 바로 하락하지 않는 주요 원인입니다.
국내 정유사는 싱가폴 국제제품가(MOPS: Means of Platt’s Singapore)를 반영해 매일 내수 공급가를 결정합니다. 반면 주유소는 탱크용량이나 재고소진 주기에 따라 월 2~3회 정유사로부터 석유 제품을 구매하죠. 때문에 정유사가 국제 유가의 하락이 반영된 가격으로 주유소에 공급하더라도 국내 소비자에게 반영되는 데는 평균 2~3주 정도가 더 소요되는 것입니다.
국내 정유사가 싱가폴 현물시장 제품가격(MOPS)을 공급가격지표로 채택한 이유?
석유제품은 연산품의 특성상 원가산정이 어렵고 우리나라 석유시장은 완전개방시장으로 수출입이 자유롭기 때문에 정유사는 원유가격이 아닌 국제제품시장가를 기준으로 제품 공급가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국내 기름값은 원유가 보다는 국제제품가의 변동과 더욱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죠.
※연산품: 같은 원료를 가공했을 때 주종 관계가 없으면서 종류가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생산품
싱가폴 국제제품가(MOPS)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를 Click! |
국제 유가는 왜 이리 급격히 떨어지는 것일까?
유지우
그렇다면 국제 유가는 왜 이렇게 계속 떨어지는 건가요?
최동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국제 유가 급락의 이유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들이 있는데요,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경제적 요인
미국은 세계 3대 유종 중 하나인 서부텍사스유(WTI)를 생산하는 산유국이죠. 게다가 전통적인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셰일오일’이라는 비전통 원유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5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던 미국이 2014년에는 900만 배럴을 생산하면서 산유국 1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어요.
세계 3대 유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를 Click! 미국의 원유 수출재개 움직임과 그 배경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를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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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복잡한 국제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동맹국인 이집트를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기 위해 저유가를 유도했다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시리아의 정권을 견제해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3. 치킨 게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간 석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킨게임'과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업체 간의 치킨게임'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셰일오일로 영향력이 급부상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유가 하락에도 감산하지 않고 저가 원유 전략으로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합니다. 원유가를 하락시켜 셰일오일의 생산을 막겠다는 의도이지요. 미국의 세일유는 사우디 원유보다 생산 비용이 높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셰일유 업체들이 살아남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 업체는 중소 기업들이 많아요. 메이저 기업들은 이런 중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 남아 독자적인 운영을 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작은 기업들이 두 손 들고 나갈 때까지 공급을 늘려서 가격을 하락시키는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유지우
공급 측면에서의 원인을 짚어주셨는데요, 수요 측면에서도 원인이 있나요?
최동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전 세계적으로 석유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요.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석유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공장 가동 자체가 줄어들었잖아요. 자동차의 효율이 좋아진 것도 수요가 줄어든 이유라고 할 수 있고요. 최근에는 천연 제품의 사용이 늘어난 것도 석유화학제품의 사용 감소로 이어졌어요.
지난해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5년 석유수요전망을 당초 예상보다 23만 배럴 줄어든 일간 90만 배럴이 증가할 거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수요가 줄어든 것도 국제 유가의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죠. 공급 조절이 안정된다고 해도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 국제 유가가 올라가기 쉽지 않겠죠. 일반적으로는 2015년 말이 되어야 수요가 회복이 되고 국제 유가가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하는 추세입니다.
국제 유가 책정
OPEC에서 미리 정해놓은 가격 범위 내에서 각 나라에 공급되는 원유 공급의 국제 기준유가 책정
→ 석유 거래 시장에 따라 가격 책정
국제 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유지우
국제 유가 하락이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요?
최동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국제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에 엇갈린 영향을 미칩니다. OPEC회원국의 감산 합의가 실패하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은 국가 파산을 걱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또, 석유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러시아도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입원자재와 수입 물가의 하락을 기대해 소비와 내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을 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 치여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 글로벌 경기 침체는 우리 기업의 수출 길을 더 어렵게 만들고, 그럴 경우 저유가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압력만 높이고 수요를 더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저유가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를 Click! |
저유가 시대에 우리가 대비해야하는 것은?
유지우
우리가 국제 유가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최동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소비자의 입장과 경제 활성화 측면을 모두 고려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새로운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정부와 정유업계가 수송용 석유제품의 가격이 왜곡되지 않고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하겠고요. 정부는 보다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세금 부분 조정을 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정유 업계도 수입선 다변화 등 원유 수입 구조 개선과 국내 유통 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을 해야겠죠.
지금까지 국제 유가 하락과 관련해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결해보았는데요, 각계각층의 유연한 대처로 저유가가 우리나라 경제에 악재가 아닌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바쁜 시간 내어 인터뷰 해주신 최동원 부연구위원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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