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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한겨울, 뜨거운 뒷골목으로 가자! ‘이태원 우사단길’

이태원 우사단길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한파 때문에 나들이가 쉽지 않은 겨울. 하지만! 빌딩 숲 사이로 젊은이들의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뒷골목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뒷골목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이태원 우사단길! 조선 태종 때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인 우사단(雩祀壇)이 있었던 곳이라 해서 ‘우사단로’라는 도로명 주소가 붙었는데요. 역사를 품고 청춘들의 새로운 도약이 꿈틀거리는 이 거리를 구석구석 살펴볼까요? ^^


우사단로10길



오래된 옛길에 스며든 젊은이의 거리, ‘우사단길’


서울 안의 또 다른 세상, 이태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살며 색다른 분위기를 내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이태원역 주변의 번화한 도로를 조금만 벗어나도 키 작은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조용한 동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슬람 사원’부터 시작되는 우사단길 역시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또 올라가야 하는 평범한 골목이었죠. 그런데 2년 전부터 자신들의 예술 감각을 발휘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모여들면서 이 오래된 골목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슬람 사원▲ 이슬람사원


사실 우사단길은 산등성이를 따라 삶의 터전을 잡은 서민들과 이슬람교도, 성적 소수자가 한 데 모여 살며 이태원 중심가보다 더욱 이국적이고 낯선 모습을 띄고 있는데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보기와는 달리 골목골목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수가 많아 재개발에 속도를 내지 못했죠. 그 틈을 타고 저렴한 임대료의 작업실을 찾던 젊은 아티스트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기 시작했습니다!


우사단길

 

서울에서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서, 혹은 사람 사는 냄새 나는 곳이라 좋아서, 또 그저 우연히 발견한 골목 등. 저마다의 이유로 우사단길에 둥지를 튼 청춘들! 평범했던 골목을 핫플래이스로 만들고 있는 그들의 열정이 담긴 공간을 소개하겠습니다~



골목길 패션왕, ‘20세기 싸롱’


간판만으로는 새로 생긴 가게인지, 원래 있던 가게인지 전혀 알 수 없는 ‘20세기 싸롱’! 미러볼과 30년대 포스터가 걸려 있는 이곳은 상호명답게 20세기의 옷과 소품, 가구를 파는 빈티지 숍입니다. 또, 빈티지 제품을 활용해 직접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어 판매도 하죠.


20세기 싸롱


먼지 구더기(?) 속에서 옷을 찾는 재미를 나누고 싶었다는 오세정 대표는 그 동안 세계 곳곳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소품과 의류 등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다가 가게까지 오픈했다고 하네요.


20세기 싸롱▲빈티지 소품과 옷


이태원 빈티지


"전 계획적이기 보다는 즉흥적인 편이에요. 옆 골목에 살아서 동네 마실 다니다가 이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들어왔어요.  처음엔 젊은 분들이 많이 없었는데 지금은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동네가 된 것 같아서 제가 다 뿌듯해요. ^^"

20salon.blog.me



패션의 완성은 얼굴! 메이크업 숍 ‘주타’


멋진 옷을 구경했으니, 화장도 고쳐보는 건 어떨까요? 우사단길 초입을 지키고 있는 ‘주타’는 실력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작업실이지만, 전문가의 손길을 원하는 분들에게 화장도 해드린답니다~


시대를 불문하고 여자들의 관심사 중 하나인 화장! 스케줄이 없을 때는 작업실에서 메이크업 수업도 진행하는데요. 화장을 막 시작한 20대보다 30대 직장인 여성들에게 더 인기가 좋다고 하네요.


이태원 주타

  

‘주타’의 정현영 대표에게 우사단길은 도피처 같은 곳이었어요. 직업 특성 상 짐이 점점 늘어났는데, 대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서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하던 찰나! 임대료와 이동 거리를 고려해 우사단길에 입성했습니다. ^^



"처음 작업실을 열고 보니 주변에 가게도 별로 없고, 밤이 되면 무섭게 느껴져서 한동안은 친구들을 불러 모으는 아지트로만 사용했어요. 그러다 이 골목에 익숙해졌고, 동네 주민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지내고 있죠. 우사단길에 작업실을 만든 이후로 제 일이 더 잘 풀려서 제가 우사단길 덕을 보는 것 같아요. ^^"

blog.naver.com/higoat



동네 한 끼 식사를 책임지는 ‘식탐’


‘금강산도 식후경!’ 뒷골목 구경에 맛집이 빠질 수 없겠죠? 이태원 분위기답게 인도, 터키 등 이국적인 레스토랑 사이에 당당히 정갈한 한식으로 ‘식탐(食貪)’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습니다. 


이태원 식탐


새로 생긴 카페 같은 외관과 달리 음식을 탐구하고 즐기는 식당, ‘식탐(食耽)’은 점심에는 백반집, 저녁에는 술집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조미료를 절대 쓰지 않는 철칙을 지키며 매일 다른 반찬을 선보이는데요. 그날의 메뉴는 SNS를 통해 올리는 신식 식당이네요. ^^


이태원 식탐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했던 인연으로 동업을 계획한 노현정, 황지연 대표. 우사단길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린 두 대표는 1년 가까이 이 골목의 건강한 식사를 책임지고 있답니다~


이태원 맛집


“정성껏 만든 음식인 만큼 더 정갈하게 보이기 위해 놋그릇을 쓸 정도로 음식에 자부심이 있어요. 그런데 그 자부심만큼 우사단길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음식 재료를 동네에서 구입하기도 하고, 얼마 전에는 이 동네로 이사까지 왔어요. 이제는 동네 주민이 만든 밥상이랍니다. ^^” 

www.facebook.com/siktamm



뒷골목 사랑방, ‘챔프 커피’


‘금강산도 식후, 커피!’ 식사 후에는 커피 한 잔 해야겠죠! 여기, 우사단길의 터줏대감, 아니 터줏청년이 내려주는 ‘챔프 커피’가 있습니다! 


챔프 커피


듬직한 삼형제가 좁은 가게에서 커피콩을 볶고, 커피를 내리며 복작복작했던 ‘챔프 커피’. 두 형은 길 건너 커피 로스팅 작업실로 떠났고, 지금은 막내 하진우씨가 혼자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커피


이태원 챔프커피


이 곳은 오픈 시간이 자유로운 다른 가게와 달리 오픈 시간을 엄수하려고 노력하는데요. 교통도 불편하고, 골목길을 한참 걸어 들어와야 하는 위치이니만큼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하진우 대표의 작은 배려랍니다~

 

이태원 커피▲단골 손님의 선불 장부 ^^


‘챔프 커피’의 커피 종류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 라떼. 이렇게 딱 세 가지뿐이에요. 커피 블렌딩부터 로스팅까지 직접 하는 삼형제의 자존심이 걸린 고집이죠. ^^


이태원 커피


“우사단길에 오기 전에는 강남에서 점심 시간에만 300잔의 커피를 만들었어요. 어느 날, 바쁜 생활에 쫓기는 삶을 청산하고, 로스팅 기계만 들여놨던 이 작은 가게에 삼형제가 들어앉았죠. 규모는 1/60로 줄었지만, 마음의 여유는 그 이상으로 생겼어요. 우사단길의 따뜻함에 이끌려 이곳에 왔고, 좋아하고 보람을 느끼는 일을 업으로 한다는 것, 행복 그 자체입니다. 


8명만 앉아도 꽉 차는 이 공간에 젊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도 지나가다 들리셔서 동네 소식도 전하고, 모르는 정보를 얻기도 해요. 아무나 들어와서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동네 사랑방 같은 분위기가 정말 좋아요.^^ “

champcoffee.com



취미 찾아 공방 탐험, ‘앰퍼샌드레더’ & ‘J&J 공작소’


구경하고 먹고 마셨으니, 이대로 끝? 아닙니다! 우사단길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젊은 아티스트의 기운을 느껴봐야죠~ 뛰어난 감각과 재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다양한 공방이 있는데요. 오늘은 가죽공방 ‘앰퍼샌드레더’와 청바지 업사이클링 공방 ‘J&J 공작소’를 들렸습니다.


이태원 가죽공방


가죽공방 ‘앰퍼샌드레더’는 천연 가죽만을 사용해 질 좋은 가죽 소품들을 제작하는 곳인데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남자가 한 공간에서 따로 또 같이 작업 하며 남다른 시너지 효과를 낸답니다. 공방에서는 주문 제작을 주로 하는데, 동네 사람들의 반려견 목걸이는 거의 다 만들어 준 것 같다고 하네요. ^^ 이 외에도 하루 과정과 8주 과정의 수업을 진행한답니다.

 

이태원 가죽공방


이태원 가죽공방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하는데, 저는 친구 따라 우사단길에 왔네요~ 먼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친구가 있었고, 저도 마침 공방을 할 만한 장소를 찾다가 이곳까지 왔어요. 


요즘은 ‘평생 직장’이라는 말이 없잖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으니까 좋아요. 대신 아직 큰 돈은 아니어서 적게 버는 만큼 아껴서 써야겠죠. ^^” 

blog.naver.com/lazystepman


청바지 업사이클링 공방, ‘J&J공작소’에 들어서면 다양한 청바지의 향연에 눈이 휘둥그레~ 이 많은 작품들이 한 사람의 작업으로 이뤄졌답니다.


청바지 업사이클링

 

이 공방의 이유진 대표는 다년간 취미 생활로 하던 작품이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가게를 얻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해요. ^^ 청바지 뿐 아니라 타이어, 휴지심, 분유통, 나무쟁반, 병뚜껑 등 재활용품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을 만드는 공간입니다.


청바지 재활용▲청바지와 병뚜껑으로 만든 열쇠고리(좌) 오토바이 바퀴를 재활용한 액자(우)


우사단로 공방


“버려지는 것을 활용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규모가 커지다 보니까 직장도 그만두고 공방까지 차리게 됐어요. 이제는 동네 분들이 재활용품을 가져다 주셔서 그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거나,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 어울릴만한 물건들을 갖다 주시기도 해요. 함께 만드는 작품이 된 것 같아요. ^^”

blog.naver.com/prana0303



뒷골목의 꽃, ‘스타일 지음’


집으로 돌아가기 전,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선물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골목 꽃집, ‘스타일 지음’에서는 감동적인 하루를 선물하라는 의미로, ‘플라워 콘’을 만들어줍니다. 아이스크림 콘 모양에 꽂아둔 꽃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죠? 


플라워콘▲플라워콘

 

‘스타일 지음’의 박지선, 신수정 대표는 우사단길의 원년 멤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물을 사용해야 하는 작업특성 상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고, 꽃 시장과 가까운 이곳으로 작업실을 정했다고 합니다. 이사 후에는 투박한 골목길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동네 청년들과 의기 투합해 동네 화단을 꾸미고, 주차 금지 고깔에 꽃을 심었답니다~


이태원 꽃집

이태원 꽃집

    

이태원 꽃집


“저희는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저녁엔 이곳으로 퇴근하는 직장인이에요~ 직장도 플라워 스타일링을 하는 곳이지만, 저희만의 작업 공간이 필요했어요. 


삭막했던 골목에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기고, 찾아와 주는 분들도 많아서 힘든 몸을 이끌며 매일 매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

blog.naver.com/stylejieum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우사단길


시간이 멈춘 듯한 골목이었지만, 청춘의 숨결이 스며들어 생기를 되찾고 있는 우사단길! 누군가 일부러 의도적인 기획으로 만들지 않고, 같이 사는 공간에서 즐겁게 즐겨보자는 순수한 마음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 입주한 새내기들은 오랜 세월 지켜온 주민들의 생활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는데요. 그러다보니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신구의 조합으로, 오래 묵은 골목길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거죠!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오래 살아온 주민과 새로 온 젊은이가 어울려 사는 이 뒷골목이 오래도록 핫! 플레이스로 자리했으면 좋겠습니다. ^^



우사단길의 시작을 알리는 '이슬람 사원' 찾아가는 방법


이슬람 사원 : 서울특별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39


지하철 이용하기

이태원 6호선 3번 출구 → 이태원119안전센터 지나기 전, 우사단로 방향으로 우회전 → 보광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좌회전 → 100m 직진


버스 이용하기

이태원 119안전센터 정류장 하차 → 이태원로 방향으로 우회전 → 갈림길에서 우사단로14길 방향으로 좌회전 → 장미아파트 지나기 전, 우사단로10길 방향으로 우회전 → 200m 직진

 

 

우사단길 지도▲우사단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