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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인사이드

세월이 흐를수록 빛나는 올드카 열풍

올드카 열풍


여러분은 어떤 자동차를 좋아하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자인이 세련되고 연비가 훌륭하고 성능이 좋은 최신식 자동차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수리도 어렵고 관리가 까다로워도 일부러 오래된 차를 구입하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이름하여 올드카 마니아들! 


클래식한 외형은 물론, 부품 하나까지 옛 그대로의 모습을 고집하며 자동차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올드카의 세계로 함께 떠나볼까요?


올드카 열풍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는 ‘올드카 축제’


털털거리는 엔진 소리를 내며 시동을 걸고, 양 손으로 힘겹게 핸들을 돌리고, 직접 손잡이를 돌려 창문을 열어야 하는 ‘올드카’. 하지만 올드카는 단순히 오래된 차가 아닙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올드카는 함께한 차주의 추억과 애정이 밴 소중한 보물이죠. 


자동차 교환주기가 평균 3년인 우리나라와 달리 자동차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 미국, 일본 등에서는 한 번 차량을 구매하면 10년 이상, 넘게는 자녀 세대에 걸쳐 운행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로에서 올드카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독일의 ‘올드타이머 그랑프리’, 미국의 ‘페블비치 콩쿠르’, 일본 도쿄의 ‘클래식카 콩쿠르’ 등 도시마다 클래식카 축제를 열며 올드카 문화를 선도해나가고 있답니다.


올드카 열풍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이름하여 ‘클래식엔카(Classic & Car) 페스티벌’! SK엔카가 후원하고 올드카 동호회 ‘클래식카코리아’가 주최한 이 축제는 2013년부터 매년 열리며 마니아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장으로, 국내의 올드카 문화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클래식카코리아’ 동호회에서는 국내 최초의 클래식카 릴레이 주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일주일 동안 전국을 이어 달릴 클래식카들의 향연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올드카 열풍▲ 2013년 잠원한강지구에서 열린 ‘SK엔카 클래식엔카 페스티벌’ 현장 모습



올드카 마니아를 만나다


남다른 관심과 애정 없이는 오래된 차를 관리한다는 것이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드카를 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올드카 마니아를 자처하며 ‘클래식카코리아’ 동호회에서 활동 중인 류지찬씨를 만나 올드카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올드카 열풍


유지우

반갑습니다. ‘올드카 마니아’답게 보유하고 있는 차량이 많아요.


류지찬 올드카 마니아

실제로 번호판을 달고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은 벤츠 280S와 인터내셔널 블루버드 버스. 이렇게 두 대이고요, 주로 벤츠 280S를 타고 다닙니다. 


이 벤츠 280S는 제가 디자인을 보고 반해서 7년을 찾아 다니다가 작년 10월에 아는 지인을 통해서 미국에서부터 가져온 차에요. 일하는 곳이 산 중턱에 있다 보니까 매일 출퇴근용으로는 타지 않아요. 아내와 데이트할 때나 시내 주행할 일이 있으면 타고 나가죠. 차는 물론 어디든 갈 수 있는 성능을 갖췄지만 오래된 차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행하는 것이 좋으니까요.


올드카 열풍


유지우

그럼 벤츠 이전에는 어떤 차를 타셨어요?


류지찬 올드카 마니아

제 생애 첫 차는 올드카가 아니라 신차였어요. 2003년도에 구입했는데 그 당시 꽤 잘나가던 차량이었어요. 지금은 제 아내가 타고 다니는데, 이것도 벌써 10년 이상 된 차가 돼버렸네요. ^^


신차 구입하고 3, 4년 후쯤 TV을 보고 있는데, 제 눈을 사로잡은 차가 나타났어요. 바로 영국 2층 버스, 루트마스터! 고풍스러우면서도 이색적인 모습에 첫 눈에 반해버렸죠. 이때부터 올드카의 매력에 빠졌었나 봐요. ^^ 이후에는 주말 외화 시리즈에 등장해 남성다움을 잘 표현해주었던 군용차 ‘허머 H1’을 탔어요. 올드비틀 역시 디자인에 반해 구입해서 타고 다녔고요.


올드카 열풍▲ 루트마스터


올드카 열풍▲허머 H1


이렇게 말씀 드리면 제가 굉장히 많은 돈을 갖고 차를 구매했다고 생각하실 텐데, 올드카는 그 희귀성 때문에 상태만 잘 관리하면 구매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좋아하는 스타일의 차를 번갈아 가며 탈 수 있었던 거죠. 


제가 여러 번 차를 바꾸는 이유는 저에게 맞는 차를 찾기 위해서예요. 일단 제가 원하는 차량을 쉽게 구할 수 없고, 구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까지 수리가 가능한지 등을 따지다 보면 여러 번의 시행 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답니다.


올드카 열풍▲ 인터네셔널 블루버드 버스. 가수 싸이와 함께 T스마트러닝 스쿨버스로 활약했답니다~


유지우

현재 갖고 계신 올드카 중에 가장 아끼는 차는 무엇인가요?


류지찬 올드카 마니아

포드의 ‘앵글리아’입니다. 어디서 많이 본 차 같지 않으세요?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서 나는 자동차로 나왔던 차량입니다. 동일 모델일 뿐 아니라 직접 출연했던 차에요! 영화 촬영을 위해 총 14대의 차량을 동원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인 거죠. 우리나라에는 한 대 밖에 없는 귀한 차랍니다. 제가 가장 아끼는 이 차는 아직까지 작동도 잘 되고, 더 잘 관리했다가 제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입니다. 


올드카 열풍▲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직접 출연했던 포드 ‘앵글리아’


유지우

앵글리아 뿐 아니라 다른 차들도 어느 영화에선가 봤던 것처럼 멋집니다. 그런데 왜 번호판이 없는 차를 갖고 계신 거죠?


류지찬 올드카 마니아

여기 있는 차는 모두 제 소유는 아니에요. 동호회원과 함께 구입한 차도 있고, 지인의 차를 보관만 해주기도 하고요. 


올드카를 좋아하다 보니까 올드카, 클래식카만의 박물관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와 뜻이 맞는 동호회원과 무턱대고 올드카를 찾아 다녔죠. 개인이 하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차만 있다고 해서 만들 수 없고, 여러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었던 겁니다. 지금은 여력이 없어서 박물관을 위한 차량 수급은 중단한 상태지만, 꾸준히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올드카 열풍▲ 닷지 파이어니어 (1960년식, 좌), 뷰익 엘렉트라 (1959년식, 우)


올드카 열풍▲ 람보르기니 레플리카(Replica) (레플리카 : 완제품 상태의 차가 아닌 반제품 상태로 구입해 클래식카를 복제한 것)


올드카 열풍▲인터뷰 중에 울리는 전화벨! 류지찬씨는 지금도 2G폰을 사용한다는 사실!

    

유지우

‘올드카’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휴대폰도 ‘올드폰’을 좋아하시나 봐요. ^^


류지찬 올드카 마니아

하하. ‘올드’한 기계를 좋아하는 것보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싶지 않아서 계속 2G폰을 쓰고 있어요. 제 번호는 아직 017로 시작하거든요. 20년 30년이 지나서 내 번호를 갖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올 수도 있잖아요. 


전 오래된 것들에 대한 믿음이 있거든요. 기계든 사람이든 오래될수록 신뢰를 쌓아간다고 생각해요. 올드카 역시 저보다 더 연식이 있는 차가 튼튼하게 도로를 달린다는 것에서 차를 믿는 거죠.


올드카 열풍


유지우

올드카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 같아요.


류지찬 올드카 마니아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에요. 진짜 멋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올려주거나 클락션을 울려주는 사람들과 오래된 차를 왜 끌고 다니나 하고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빈티지, 앤틱 같은 것들이 유행하면서부터는 다행히 고물차 취급은 거의 안 받고 있죠.


 

올드카 구입 방법


1. SK엔카, 클래식카코리아 등 국내 사이트 및 동호회 카페 등을 통해 직접 구매 가능


2. 해외 사이트에서 구매 → 조건을 갖춰 소유권 획득 → 국내로 운반 → 우리나라 조건에 맞게 수리 및 검사 → 번호판 등록 후 주행



올드카 열풍


유지우

올드카를 구입하기 전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류지찬 올드카 마니아

겉모습만 보고 무턱대고 차부터 사면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할 수도 있어요. 차에 대해 일반 상식보다 좀 더 깊은 공부를 많이 해야 해요. 특히 올드카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고 도로를 잘 달리다가도 갑자기 멈춰버리는 경우를 항상 염두 해둬야 하거든요. 


또 결혼하신 분들이라면 아내가 동의를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취미 생활을 넘어 안전이 가장 중요한 자동차인 만큼 오래된 차를 타는 것에 반대하는 분들도 꽤 계시거든요. 


유지우

올드카를 더 오래 타기 위해 유지하는 방법도 알려주세요.


류지찬 올드카 마니아

국내 차량은 10년 이상 지나면 부품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해요. 반면 해외 차량은 꾸준히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서 해외 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부품은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세 가지만 잘 교체해주면 됩니다. 엔진 오일, 플러그, 브레이크 패드!


올드카는 대부분 전자식이 아니라 기계식으로 작동되기 때문에 차에 대한 애정으로 자주 들여다보고, 엔진 소리 하나에도 귀 기울이다 보면 차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답니다.


올드카 열풍



알고보니 SK주유소 사장님!


마지막으로 차량에 주유를 하기 위해 들린 곳은? 바로 올드카 마니아 류지찬씨가 운영하는 SK주유소! 20년 전부터 대둔산 길목을 지키는 이곳은 4년 전부터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셀프 주유소로 바꾸어 운영하고 있답니다.


올드카 열풍

   

이곳 SK주유소의 나이보다 곱절이나 많은 나이를 가진 차량에 주유를 시작합니다. 주유구 위치도 특이하고, 주유구 뚜껑은 열쇠로만 열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올드카! 여기에 좋은 기름을 넣어서 더 잘 달리는 거겠죠? ^^



묵힐수록 진한 맛을 내는 장처럼 오래될수록 더 빛을 발하는 올드카!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올드카를 잘 아끼고 관리하여 자동차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가고, 자동차 문화로도 자리 잡기를 바라봅니다. 바쁜 시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류지찬씨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