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기후 변화에 대해 들어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정확히 어떤 것이고, 또 어떠한 변화를 불러오는지 알고 계신가요? 기후 변화란 일정한 지역에서 장기간 걸쳐 진행되고 있는 기후의 변화로, 주된 요인으로는 태양복사 에너지의 변화와 같이 지구 외적인 요소 외에도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의 변화, 지구 표면 상태의 변화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오늘은 기후 변화가 ‘바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바다는 지구 전체의 약 70.8%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류의 흐름이나 해양 생물들은 지구의 생태계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들을 하고 있지요. 우리나라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이기 때문에 바다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기후변화가 바다에 불러오는 영향을 하나씩 알아볼까요?
바다에 데드존이 확산 되고 있다!
혹시 ‘데드존’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이름만으로도 무시무시한 데드존은 ‘바닷물에 용해된 산소량이 적어 생물이 서식할 수 없는 범위’를 이르는 생태학 용어입니다. 다시 말해 죽음의 해역이라는 뜻입니다. 생명의 보고인 바다에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요?
기후 변화로 인해 바닷물이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한 번쯤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데드존의 형성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닷물의 온도 상승이 가장 주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에 의해 따뜻해진 바닷물은 산소를 포함할 수 있는 양이 적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온도 차에 의해 해수가 층층이 쌓여 산소를 많이 포함한 표층 해수가 심해의 물과 섞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극지방 해수의 온도가 상승하면 해류의 움직임이 둔화되기 때문에 더더욱 섞이기 어려워집니다.
지구 온난화는 이처럼 바닷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온난화에 의해 늘어난 강수량은 비료와 같은 영양물질이 바다로 유입되는 양을 증가시킵니다. 그리고 이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폭발적인 증가를 유발합니다. 이 플랑크톤은 바닷물 속의 산소를 소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바닷물 안의 산소량이 점점 적어지게 됩니다.
위의 지도는 나사에서 공개한 데드존 지도입니다. 붉은색 원은 데드존의 규모와 위치를 표시한 것이고, 검은색 원은 발견되었지만 그 규모를 알 수 없는 데드존의 위치를 표시한 것입니다. 2003년 UNEP(유엔환경계획)는 데드존이 멕시코 만, 미국의 체사피크 만, 발트 해, 흑해, 북부 아드리아 해 등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146개에 이르며 한국의 서해 역시 간헐적으로 데드존이 나타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예외는 아닌 것이죠.
바다의 꽃, 산호초가 위험하다!
아름다운 열대의 바다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산호초입니다. 산호초는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바다의 생태계에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산호초는 조류와 동물, 두 유기체의 공생체라 할 수 있습니다. 조류가 햇볕과 이산화탄소를 먹고 자라서 산호충에게 먹이를 공급해주면 산호충은 조류를 보호해주고 영양물질을 공급해줍니다. 이러한 산호충으로 구성된 산호초는 해양성 어류 4분의 1과 900만 가지 희귀 생물의 서식지입니다. 그야말로 바다의 꽃이자 보석이죠. 뿐만이 아닙니다. 열대성 어류들에게는 산란지가 되어 주고, 폭풍이 몰아 닥칠 때는 해안선으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도 한답니다.
이처럼 막대한 가치를 가진 산호초가 기후 변화에 의해 위협받고 있습니다. 바로 바닷물의 산성화 때문입니다. 해양 산성화는 위에서 설명한 해수 온도 상승과 함께 지구 온난화의 쌍둥이 해악(evil twin)이라고 불립니다. 두 현상을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기 중의 과잉 이산화탄소를 바닷물이 흡수하면서 시작되는 산성화는 산호초의 뼈대를 약하게 만듭니다. 이를 과학자들은 골다공증에 비유하여 설명합니다. 또한, pH7.7 이하의 강산성 조건에서는 산호초가 성장을 완전히 멈추어 버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네요.
산호초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 온도 상승에도 취약합니다. 산호초에게 최적의 온도는 25~28도입니다. 이보다 1~2도만 높아져도 산호초와 공생하는 조류들이 사라져 색을 잃고 백화현상이 나타나 죽을 수도 있습니다. 조류가 사라지면 박테리아와 곰팡이들이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산호초가 병에 걸릴 경우 바닷물이 내륙의 지하수층으로 유입되어 민물의 염분이 높아지고 토양이 척박해지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 산호초의 약 27%에 백화현상이 진행되었고, 60%는 30도를 웃도는 열대 바닷속에 있어 백화현상에 취약한 상태라고 합니다.
해수면 상승, 제대로 알고 가자!
앞에서 살펴본 데드존, 해양 산성화가 조금 생소한 용어였다면 해수면 상승은 우리에게 더 익숙한 문제입니다. 종종 할리우드 영화에서 미래의 모습을 묘사하며 바닷물에 잠긴 도시들을 보여주곤 하는데요. 그런데 이것이 정말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요?
이산화탄소는 온실의 판유리처럼 가시광선은 투과시키지만, 적외선이나 열은 가둬두는 역할을 합니다. 지구의 기후가 안정적이었을 때에는 지구에 도달하는 빛과 반사되어 빠져나가는 빛의 양이 거의 같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온실가스가 폭발적으로 많아지면서 우주로 반사되는 열보다 땅과 바다, 대기에서 흡수하는 열의 양이 더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바다는 대기보다 22배 더 많은 열기를 흡수하였습니다. 가장 위에 분포하고 있는 표층수가 따뜻해진 것은 물론 표면에서 3km 이상 떨어진 심해수까지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따뜻해진 바닷물은 그린란드와 남극 대륙의 빙하를 녹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바다의 온도가 높아진 결과가 바로 해수면의 상승입니다. 유엔 산하의 IPCC(정부 간 기후 변화 협의체)의 보고서에 따르면 1901년부터 2010년까지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0.19m 상승했으며, 19세기 중반 이후의 해수면 상승률은 19세기 이전의 2,000년 동안의 평균치보다 높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투발루의 모습. 하지만 이 풍경도 곧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버릴지 모릅니다.
실제로 남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나라인 투발루는 1993년 이후 해수면이 9m 넘게 상승하면서 나라가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이미 아홉 개의 섬 중 두 섬은 물에 잠겼고, 평균 해발고도가 3m에 불과해 해일이나 지진이 덮칠 경우 국토 전체가 위협받을 확률이 큽니다. 투발루 정부는 국가 위기 상황을 선포하고 이민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기후 난민”이라는 말이 실제 현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기후의 변화가 단순히 기온 상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달아 무서운 결과들을 가지고 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기후 변화로 바다가 고통 받는다면 머지않아 인간에게도 큰 문제가 생길 겁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이야기는 생물 편으로 이어집니다! 기후 변화의 지표가 되는 생물들과 육지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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