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사이 4배 이상 증가한 국내 캠핑장. 이용객도 그와 비례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요, 청량한 공기를 기대하며 캠핑장으로 향했지만 이곳 저곳 나뒹구는 쓰레기로 눈살을 찌푸린 경험 없으신가요? 연간 이용객이 120만 명에 달하는 경기도 소재 자연휴양림 중 일부는 하수구를 정화할 때마다 거대한 기름 덩어리가 발견된다고 합니다. 캠핑장에서 고기를 구워먹은 후 석쇠를 찬물에 씻어 기름이 하수구로 흘러간 것이지요. 이는 수질오염으로 이어져 인근 거주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자연을 즐기기 위한 캠핑이 도리어 자연을 해치는 모습인데요, SK에너지 블로그에서는 캠핑의 계절 6월을 맞아 자연을 보호하며 캠핑을 즐기는 '친환경 캠핑'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생각과 행동을 조금만 바꿔도 지구를 지킬 수 있는 방법! 어느 캠핑장에서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친환경 캠핑을 함께 배워보겠습니다.
친환경 캠핑이란?
캠핑은 여가문화의 하나가 될 만큼 대중화되었습니다. 단순히 숲과 계곡 근처에서 야영을 즐기는 개념을 벗어나 자전거 캠핑, 낚시 캠핑, 오토 캠핑 등 형태도 다양해졌는데요, 친환경 캠핑도 그 중 하나일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정답은 NO. 친환경 캠핑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캠핑 형태가 아닌 모든 캠핑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자전거 캠핑도, 낚시 캠핑도 모두 친환경 캠핑이 될 수 있지요.
친환경 캠핑의 핵심은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며 캠핑을 즐기는 것입니다. 자연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인데요, 이와 더불어 다른 이용객이 자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친환경 캠핑의 일부입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은 캠핑장에서 자연에 해가 될만한 행동을 한 적 없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하지만 개개인이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모여 환경이 오염된다는 사실. 캠핑장을 오염시키는 행동은 무엇이며 친환경 캠핑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전문가 한형석 님에게 들어보았습니다.
캠핑장을 오염시키는 우리의 행동
한형석 / 친환경 캠핑스쿨 강사
안녕하세요. 국내에 캠핑문화가 갓 등장한 무렵부터 지금까지 22년째 캠핑을 즐기고 있는 한형석입니다. 저는 국내 최초 캠핑 가이드북 <웰컴 투 마이 텐트>를 집필하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아웃도어 전문업체 (주)영원무역에서 캠핑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국내외 캠핑을 다니면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특히 캠핑장 이용객들이 습관적으로 자연을 훼손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안타까웠어요. 고민 끝에 사람들에게 친환경적으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친환경 캠핑스쿨을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현재까지 매월 친환경 캠핑스쿨을 열어 강의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캠핑스쿨은?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와 (주)영원무역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1박2일 동안 자연휴양림에서 친환경 캠핑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한 달에 한 번 전국 각지 자연휴양림 중 한 곳에서 진행되는데요, 캠핑의 역사와 친환경 캠핑 방법 그리고 친환경 캠핑 요리법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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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우
캠핑장 이용객의 어떤 행동이 환경을 오염시키나요?
한형석 / 친환경 캠핑스쿨 강사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인 세 가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먹다 남은 국물이나 음료를 흙에 뿌리는 행동입니다. 국물은 음식물 쓰레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커피나 주스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소금이나 설탕은 흙을 오염시켜 식물이 자라는 걸 방해해요. 생수 이외의 어떠한 음료도 흙에 버려선 안됩니다.
둘째는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한 숯을 거름이라고 생각해 흙에 버리는 행동인데요, 고기 기름과 염분을 흡수한 숯이기 때문에 이 또한 흙을 오염시킵니다. 영양분은커녕 잘 자라던 식물도 죽게 만들지요. 흙에 버리지 말고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 처리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입니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조금 의아하시죠? 캠핑장에 버려진 쓰레기가 수거되기까지 2~3일이 걸리는데요, 그 기간 동안 벌레가 꼬여 비위생적인 환경이 조성됩니다. 캠핑장은 벌레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쓰레기 배출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합니다.
유지우
캠핑장 오염은 우리에게 어떤 피해로 돌아오나요?
한형석 / 친환경 캠핑스쿨 강사
국내 캠핑장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에만 매년 수십 억 원이 들어요. 자연휴양림 하나를 설립하는 비용보다 높은 수준이죠. 결국 캠핑장 오염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해요. 극단적으로는 피부병과 같은 질환을 유발하는 시설이 될 수도 있고요. 캠핑장의 폭발적인 증가로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친환경 캠핑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친환경 캠핑 실천하기
이용객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환경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캠핑장. 그와 반대로 사소한 행동 하나가 캠핑장 오염을 막을 수도 있는데요, 의지만 있다면 어디서든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캠핑을 배워볼까요?
한형석 / 친환경 캠핑스쿨 강사
캠핑장에서 쓸 코펠이나 수저를 따로 구매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하지만 집에서 사용하는 주방용품을 가져가도 충분합니다. 환경을 위해 불필요한 장비 구매는 피해주세요. 나무젓가락이나 플라스틱 접시 같은 일회용품은 당연히 가져가지 말아야겠죠?
짐 쌀 때, 꼭 챙기시길 추천하고 싶은 주방용품 한가지가 있는데요, 바로 압력밥솥입니다. 압력밥솥으로 음식을 만들면 조리 시간이 단축되어 연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으니 애용하시길 바랍니다.
한형석 / 친환경 캠핑스쿨 강사
집에서 캠핑장으로 이동할 때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를 이용하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국도는 제한속도가 낮아 자동차 연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죠. 자동차를 천천히 운행하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주변 자연 경관을 즐길 수도 있고, 신체 피로도도 훨씬 줄어들어요. 경험자로서 국도 이용을 적극 추천합니다.
한형석 / 친환경 캠핑스쿨 강사
캠프사이트를 구축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주변 나무와 풀, 꽃을 헤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어린 자녀와 함께 캠핑을 떠났다면 캠핑장을 거닐 때 식물을 밟지 않도록 당부해주세요. 아이들에게 자연을 생각하는 값진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해먹을 걸 땐 기둥이 두꺼운 나무에 걸어주세요. 아직 덜 자란 어린 나무에 걸면 나무에 상하는 것은 물론, 추락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합니다.
재활용품으로 만드는 친환경 캠핑 장난감 BEST 4
아이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캠핑을 떠났지만, 막상 어떤 놀이로 시간을 보내야 할 지 막막해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요, 캠핑 중에 발생한 쓰레기를 활용해 장난감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재활용품으로 만들 수 있는 친환경 캠핑 장난감을 소개합니다.
1. 페트병으로 만드는 ‘휴대용 분수’
페트병 곳곳을 송곳으로 뚫은 후 물을 붓기만 하면 휴대용 분수 완성! 구멍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올 때 아이들의 함성도 함께 쏟아져 나온답니다. 송곳이 없다면 쇠 젓가락 끝을 불에 달궈 사용해도 됩니다. 구멍은 페트병 아래에서부터 중간 지점까지 뚫어주세요.
2. 달걀 포장용기로 만드는 ‘돌멩이 팔레트’
달걀은 캠핑에서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 중 하나인데요, 달걀 포장 용기는 돌멩이를 수집하는 팔레트로 제격이라는 사실! 색깔이나 모양이 서로 다른 돌멩이를 주워 용기 담으면 제법 근사한 돌멩이 팔레트가 됩니다. 수집한 돌멩이와 모양이 비슷한 과일, 동물 이름을 떠올리는 게임도 할 수 있어요.
3. 깡통으로 만드는 ‘감성 랜턴’
깡통에 별이나 하트 등 원하는 모양으로 구멍을 뚫어 초를 넣으면 캠핑장의 감성적인 밤을 책임질 랜턴이 완성됩니다. 휴대용 분수를 만들 때와 마찬가지로 송곳이 없다면 쇠 젓가락을 이용해주세요. 깡통을 자연스럽게 찌그러트리면 좀 더 빈티지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어요. 깡통 안에 초 대신 숯을 넣어도 OK!
4. 종이박스로 만드는 ‘그림자 인형극’
캠핑장의 밤이 저물어 갈 때쯤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그날 캠핑장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세요. 그 중 한가지 주제를 정해 각자 연기할 인물을 종이박스에 그린 뒤 오리세요. 그런 다음 종이인형에 랜턴을 비추면 텐트 한쪽 벽면에 그림자 인형극이 펼쳐집니다. 아이와 부모가 인형극으로 교감하는 시간, 생각만해도 따뜻하지 않나요?
※일부 사진제공: 개미똥꾸멍 <좀 놀아본 캠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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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 친환경 캠핑스쿨 강사
요리할 때 친환경 캠핑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조리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먼저 음식 메뉴를 선택하는 것부터 중요합니다. 저는 조리가 필요 없는 도시락을 가장 추천해요. 가스 연료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도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리의 즐거움을 포기하기 힘들다면 요리에 쓰일 모든 재료를 집에서 미리 손질해 오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재료를 손질할 때 발생하는 껍질, 뿌리 등도 모두 음식물 쓰레기입니다.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될 정도로 재료를 손질해와서 요리한 뒤, 음식을 남김없이 먹는다면 음식물 쓰레기는 발생하지 않겠죠?
가스 버너를 사용할 때는 반드시 바람막이를 사용해주세요. 열 손실을 줄여 조리시간을 단축해줍니다. 같은 의미에서 냄비 뚜껑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캠핑장에서는 평소와 달리 남편이 요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특별한 이벤트로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고려해 요리에 서툰 남편 분들은 메인 요리사 대신 보조자가 되길 권하고 싶어요. 요리가 익숙하지 않으면 조리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음식 맛도 떨어져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캠핑장에서 올바르게 설거지 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캠핑장 이용객 대부분이 기름이 묻은 식기구를 찬물에서 그냥 씻는데 이렇게 하면 잘 닦이지 않습니다. 세제를 아무리 많이 써도 마찬가지지요. 이땐 식기구를 뜨거운 물에 끓여서 찬물로 헹구면 말끔해집니다. 세제를 쓸 필요도 없죠. 고기를 구운 석쇠는 사용한 상태 그대로 종이에 싸두고 며칠 뒤 마른 수세미로 털어내면 깨끗해집니다. 기름은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니 설거지에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한형석 / 친환경 캠핑스쿨 강사
친환경 캠핑이란 자연에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캠핑을 마무리하는 뒷정리에서도 마찬가지죠.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모든 쓰레기를 담아 되가져 가는 것입니다. 2박3일 동안 한 가구당 20L 크기의 봉투 한 장이면 충분해요.
우리나라 캠핑장은 편의시설에 치우쳐진 게 사실입니다. 자연 보다는 인간에 맞춰 설계된 것인데요, 캠핑은 경제생활이기 전에 자연을 즐기는 행위임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자연에는 그 무엇도 두고 와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주세요.
바야흐로 캠핑의 계절 6월! 캠핑을 앞두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친환경 캠핑에 도전해보는 건 어떠세요?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해 나간다면 어느덧 생활 속 습관으로 자리잡게 될 겁니다. 멋진 친환경 캠퍼로 거듭날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
※일부 사진제공: 친환경 캠핑스쿨 (주)영원무역 THA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