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산에 오를 때면 발치에서 빼꼼히 피어 있던 작은 꽃들이 신기해서 그 이름들을 부모님께 묻곤 했습니다. 작은 꽃들은 저마다 개성있는 이름이 있었는데요. 시골 어른들은 들으면 누구나 아는 꽃이름이라는데 저에게는 왜 생소했을까요? ^^ 산길과 바닷길을 걸을 때에 좀 더 여유로운 걸음으로 걷는다면 분명 만날 수 있는 작지만 행복한 발견! 야생화에 함께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봅시다.
노루귀
겨울이 지나고 날이 살짝 풀릴 때 즈음, 고목 사이로 솟아나는 꽃이 있습니다. 줄기에 보송보송한 털이 달린 ‘노루귀’인데요. 옛사람들은 꽃이 지고 난 후 돋아나는 잎의 모양이 노루의 귀 같다고 해서 이 작은 풀을 노루귀라고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토속적인 야생화의 이름들은 따뜻하면서도 푸근한 느낌을 줍니다.
복수초
낙엽들 사이에서 샛노란 빛깔을 뽐내는 꽃, 복수초입니다. 복수초는 눈밭을 뚫고 피어날 만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은 풀들은 아무렇게나 돋아나 있는 듯하지만 저마다의 생존 전략을 가지고 주위 환경과 어우러져 있습니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얽혀 있는 우리네 사회와 닮았습니다.
광대나물꽃
새벽이슬이 총총히 맺혀있는 이 꽃은 광대나물꽃입니다. 어린 순을 나물로 무쳐먹으면 맵고 쌉싸름한 맛이 난다고 하네요. 옛사람들은 마치 ‘아~.’하고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은 표정, 오밀조밀 모여있는 꽃의 모양새에서 광대의 모습을 보았을까요. 그러고 보니 이슬의 모습이 춤판을 벌이는 광대들의 땀방울 같기도 합니다.
꿩의바람꽃
하얀 꽃받침들은 깃털을, 가늘고 여린 줄기는 다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바로 꿩의바람꽃인데요. 바람처럼 빠르게 피고 진다고 해서 바람꽃이랍니다. 하얀 꽃이 외롭게 홀로 서서 바람을 맞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작은 아씨가 꽃샘추위에 떨고 있는 것 같아 애처롭습니다.
고깔제비꽃
제비꽃만큼 흔하고 유명한 야생화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비꽃의 종류와 색깔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상쾌한 아침 햇살을 받고 있는 위 사진의 제비꽃은 고깔제비꽃이라고 합니다. 꽃을 둘러싸고 있는 잎의 모양이 고깔처럼 돌돌 말려있죠. 이처럼 다양한 제비꽃들은 작은 차이지만 분명히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비꽃을 만날 때면 어떤 개성을 지니고 있는지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풍도대극
서해에 위치한 작은 섬인 풍도는 야생화 천국입니다. 사진의 꽃은 그 중 풍도에만 자생하는 풍도대극의 모습입니다. 꽃이 피기 전에는 잎이 붉은빛을 띠었다가, 봉우리를 펼치면서 녹색으로 변합니다. 꽃잎도 연둣빛을 띄어서 멀리서 보면 잎인지 꽃인지 구분하기 힘들죠. 보면 볼수록 독특한 모습에 넋을 놓고 관찰하게 됩니다.
타래난초
독특한 매력을 가진 야생화를 꼽을 때, 타래난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줄기에 작은 꽃이 좌우로 번갈아 피는데요. 질서 있게 늘어서 있는 꽃들의 모습이 정갈하면서도 엄격해 보입니다. 타래난초의 씨앗은 너무도 작아서 싹을 틔울 영양분이 충분히 들어있지 않답니다.
대신 곰팡이균을 끌어들여서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벌인 후, 곰팡이균의 영양분을 흡수한다고 하네요. 반대로 곰팡이균이 씨앗을 먹게 되는 경우도 있겠죠. 나름대로 윈윈전략입니다. 여러분은 함께 경쟁하고, 동시에 공생을 도모하는 파트너가 있나요?
선이질풀
이 꽃은 옛날에 이질을 치료할 때 쓰였던 이질풀의 한 종류로, 그 줄기가 꼿꼿이 서 있다고 해서 선이질풀이라고 불립니다. 특이한 점은 줄기가 두 갈래로 갈려서 두 송이의 꽃이 차례로 피는데, 꼭 한 꽃이 지고 나서야 다른 꽃이 뒤따라 진다고 합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죽고 나서 뒤따라 운명을 같이하는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말이죠.
박쥐나무 꽃
꽃의 모습에서 무엇이 보이시나요? 옛사람들은 노리개의 모습과 닮았다고 생각했답니다. 이 꽃은 박쥐나무 꽃인데요. 잎사귀의 모습이 박쥐가 날개를 펼쳤을 때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름 때문인지, 거꾸로 매달린 꽃의 모습이 박쥐 무리를 연상시키는 것만 같습니다.
투구꽃
꽃의 모양이 병사의 투구와 닮았다고 해서 투구꽃이라 불립니다. 독특한 꽃의 모양처럼 그 뿌리에는 다른 풀의 뿌리와는 달리 강력한 독성을 품고 있어서, 조선 시대 때는 사약의 주재료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야생초들은 저마다 다양한 쓰임새가 있는데요. 입맛이 없을 때, 신경통이 있을 때, 위장병이 났을 때 옛사람들은 풀의 쓰임새에 맞게 적절히 자연의 힘을 빌렸습니다. 요즘에야 먹을거리가 넘쳐서 야생초들은 잡초 신세가 되었지만, 그 때문에 작은 풀에도 자연의 섭리가 숨어있음을 잊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고마리
끝으로 갈수록 진해지는 분홍빛이 앙증맞은 이 작은 꽃은 고마리입니다. 여름철 개울가에 가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입니다. 꽃이 워낙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고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그저 그렇게 생긴 꽃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 작은 풀은 수질을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될 정도로 정화 작용이 뛰어나다고 하네요. 참 고마운 꽃이지요.
으아리
한창 더울 때 하얀 눈꽃이 떨어지는 듯한 착각을 주는 꽃, ‘으아리’입니다. 으아리의 뿌리는 진통 효과가 빠르고 독성도 강해서 한의학 서적에 자주 등장한다고 하네요. 으아리라는 이름이 얌전할 것만 같은 하얀 빛깔과 어울리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의아하지만은 않은 이유는 이 때문일까요.
어사화
옛사람들은 이 꽃을 보고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임금이 하사한 복두와 닮았다 하여 ‘어사화’라는 가명을 붙였습니다. 본래 이름은 누린내풀인데요. 흥미롭게도 강한 바람이 불거나 손으로 치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고 합니다. 악취 나는 풀을 관료의 모자에 빗댄 것은 옛사람들의 해학이었을까요?
쑥부쟁이
먼 곳을 바라보고 누군가를 그리는듯한 이 꽃은 쑥부쟁이입니다. 쑥부쟁이라는 이름은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의 전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대장장이의 딸이 사랑했던 사냥꾼을 그리워하다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하네요. 하필 왜 가을에 피어나서 쓸쓸한 마음을 더할까요.
개여뀌
구슬이 꿰여 있는 듯한 모습의 개여뀌입니다. 여뀌에 비해서 딱히 쓸모가 없어서 이름 앞에 ‘개’가 붙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쓸모랑 상관없이 격하게 귀여워서 이름 앞에 ‘개’를 붙였다고 하면 어떨까요? ^^
야생화를 찍다 보면 가끔 이렇게 곤충들의 생생한 모습도 만날 수 있습니다. 곤충들은 금방 알아채고 도망가다 보니 먼발치서 조심히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야생화의 참모습을 보려면 가까이서 보아야 하지만, 정말로 꽃을 위한다면 다시 거리를 두고 그 모습 그대로를 지켜주어야 합니다. 마치 사람의 관계가 오랫동안 유지되기 위해서 그래야 하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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